기업 생존 전략에 차질 빚을까 우려

최근 재계는 자발적 사업구조 재편이 한창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맞으면서 기업들이 ‘자신 있고,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기업들이 채택한 생존전략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그 시작은 삼성과 한화의 빅딜이었다. 지난해 11월 삼성은 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토탈·테크윈·탈레스 등 방산·화학 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1조9000억원에 매각했다.
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가 한화그룹 계열사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한화그룹의 모태가 됐던 방위사업 분야는 연 매출 2조7000억원대의 국내 1위로 거듭났다. 이 딜을 통해 한화는 사업 분야를 기존 탄약 및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기·함정용 엔진 및 레이더 등 방산전자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지난달 롯데케미칼에 삼성SDI 케미칼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부문 3개 계열사를 3조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롯데는 자동차 전자·소재 부문 등에서 삼성SDI의 앞선 기술력을 확보했고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또 생산량도 크게 늘어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게 롯데케미칼의 설명이다.
삼성은 두 번의 빅딜로 화학·방산 분야를 깨끗이 털어내고 전자와 금융, 바이오산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가장 최근에는 CJ그룹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에 매각하고, 콘텐츠 창작 등에 두 그룹이 손을 잡고 투자하기로 했다. 플랫폼 사업 강화에 나선 SK텔레콤과 문화콘텐츠 사업 강화에 나선 CJ그룹은 확고한 성장 동력을 갖추게 됐다.
◆노조 매각 반대 움직임에 곤욕
이런 재계의 움직임에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특히 자발적 M&A는 세계적인 추세일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긍정적 영향이 기대되면서 관련업계로부터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이는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과 한화의 빅딜이 성사 된지 1년이 된 현재 이렇다 할 시너지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같은 지지부진한 사업성과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노조의 반대를 꼽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삼성-한화의 빅딜 발표 직후 한화종합화학 노조가 결성됐다. 당시 노조는 ‘빅딜 반대’ 등을 주장하며 인수 과정에서 조합원 1인당 평균 5500만원에 이르는 위로금을 받았다. 그럼에도 노조는 최근까지 올해 임·단협에서 연 600%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즉시 산입하고 300만원의 일시금을 지급할 것 등을 요구했다.
파업 및 직장폐쇄까지 단행했던 노사는 결국 지난 4일 ▲올해 임금 동결 ▲통상임금 소급분 150만원 지급 ▲2017년까지 매년 상여금 200%씩 통상임금에 반영 ▲휴가 5일 신설 등에 합의했다.
삼성과 롯데의 빅딜도 노조의 반대 움직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노조는 오는 11일 사측과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할 예정인데, 원활한 임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열사 인수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내고 단체 행동에 돌입할 방침이다.
삼성SDI 케미칼 부문의 여수공장 직원들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매각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적 행동 도움 안돼”
이같은 노조의 행동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내부의 반발로 자칫 사업에 차질을 빚어 회사와 직원 모두가 위기에 처할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임금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매각 반대를 인질로 잡고 있는 꼴”이라며 “노조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회사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기업이 생존을 위해 어렵게 내린 결단인데, 이런 회사의 노력은 무시한 처사”라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행동에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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