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민선 3기 농협중앙회 허와 실
긴급진단 민선 3기 농협중앙회 허와 실
  • 이훈
  • 승인 2006.07.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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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돌아오지 않는 중앙회장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은 검찰로부터 징역 7년, 몰수 3억원을 구형받았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현대자동차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전격 구속됐었다. 농협은민선 3기 선출직 중앙회장인 정 회장 구속으로 민선 중앙회장 체제 출범 이후 내리 세 명의 중앙회장이 차례로 검찰에 구속되는 진기록(?)을 이어갔다. 중앙회장 3명 내리 구속 지난 1994년 3월 민선 초대 농협중앙회장이던 한호선 전 중앙회장이 검찰에 구속됐었다. 1998년 초대 선출직 중앙회장인 한 전 회장은 14, 15대 농협 중앙회장을 역임하며 새농협운동, 쌀수입반대 천만인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비자금 조성 혐의로 됐던 것. 한 전 회장은 당시 농협예산을 전용해 4억8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 중 4억1천만원을 전용한 혐의를 받았었다. 당시 일각에서는 YS정부 출범과 함께 한 전 회장의 중도하차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 제기도 있었지만 결국 한 전 회장은 개인비리로 인해 중도하차하게 됐다. 한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제2대 민선 중앙회장은 바로 원철희 전 회장. 원 전 회장은 농협개혁사업 재도약 선언 등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며 94년 3월부터 99년 3월까지 5년 동안 16, 17대 중앙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원 전 회장은 경영부실 탓으로 인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여기에 지난 2003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이라는 형이 확정됨에 따라 불행히도 한 전 회장의 전철을 되풀이 했다. 원 전 회장은 재임기잔 중 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3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회장은 농협중앙회장 재임시기인 1994년부터 1999년 2월까지 업무추진비 등의 명목으로 매달 400만~500만원씩 4억9천만원을 빼돌리는 등 모두 6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당시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거액을 횡령하고 무리한 지급보증을 서게 해 농협에 손실을 입힌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지만 피해액이 상당 부분 회수된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혀 사실상 원 전 회장의 횡령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19일 정대근 농협중앙회장 역시 법정에 서게되면서 농협중앙회장은 3대가 나란히 약 5년 간격으로‘영어의 몸’이 되는 현실을 되풀이 하게 된 셈이다. 특히 정 회장은 경남 밀양 삼랑진 조합장을 8번이나 역임했던 조합장 출신의 농협중앙회장이었다. 이에 정 회장 취임 당시부터 ‘입지전적인 인물’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지난 2000년 ‘농협-축협-인삼협’이 합쳐진 초대 회장은 물론 2004년 재선에 성공, 지난 99년부터 지금까지 만 8년째 농협을 이끌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끝내 농협의 불문율(?)을 깨뜨리지는 못했다. 지난 5월 검찰은 정 회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상 뇌물수수죄로 구속했다. 정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285평을 66억2천만원에 현대자동차에 파는 대가로 현대차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전격 구속했다. 이후 지난 19일 징역7년과 몰수 3억원의 구형을 받게 된 것. 정 회장의 변호인측은 이날 최후변론에서“정 회장은 가방을 엉겁결에 받아 이를 돌려주려고 했으며 검찰에서 자백한 점도 감안해 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정 회장 구속과 관련 일각에서는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농협에 대한 견제라는 의심어린 시각도 표출되고 있지만 이는 그리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현재 김동해 전무이사가 중앙회장 대행을 맡으면서 “LG카드 인수에는 차질없다”는 의지를 재확인 하는 등 내부적으로는 그리 커다란 동요를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농협중앙회 홍보팀 한 관계자는“정 회장의 구속은 농협 전체의 잘못이 아닌 개인적인 사건”이라며“매번 그래왔지만 개인 관련사건으로 인해 농협중앙회 전체가 비리그룹으로 매도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사태 확산을 경계했다. 그는 또“정 회장 구속으로 인해 이미 판결을 받고 사면복권까지 된 사건인 전임 중앙회장들까지 거론된다는 것 자체는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농협중앙회를 향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3대에 걸친 농협중앙회장의 검찰 구속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농협 관계자의 말처럼‘소액비리’라 치부할지라도 중앙회장들의 잇따른 구속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농협이 너무 몸집을 불려나가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긴 것 아니냐”라며 “LG카드 인수 방침만 하더라도 농협이 실질적인 금융지주그룹을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농협 홍보팀 관계자는“농협의 모든 사업을 통한 이익은 다시 조합원들에게 환원된다”라며“사업확대와 중앙회장 구속은 엄연히 다른 사안”이라고 밝혔다. ‘개인비리 VS 구조적문제’ 해답은? 해마다 국정감사때면 화두를 장식하던 농협 임직원들의 연봉과 퇴직금 문제, 농협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이어 정대근 회장 구속으로 인한 ‘중앙회장들의 연이은 수난’ 등 대한민국 최대 조직이라 불리는‘농협’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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