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발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2010년대 들어 가중된 유럽 일부국가의 재정위기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경기침체에 빠졌다.
다만,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 경제 체제로 2011년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교역 1조달러 달성하는 등 경기 침체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가 이 기록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이어갔으나, 올해는 기록 달성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올 들어 어 10월까지 한국의 무역 규모는 8078억달러( 920조원, 수출 4403억달러·수입 3675억달러)에 그치면서 전년 동기(9169억달러)보다 11.9% 감소했다.
이는 대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수 경기는 이미 더블딥(이중경기침체)에 빠졌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본지는 현재 국내외 경기 상황을 진단하고 전망 등을 고찰하기 위해 산업현장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그 첫번째로 국내 고신영달(高神營達, 고졸신화 영업달인) 원조격인 한국GM 쉐보레동서울대리점 박노진 대표를 지난 주말 만났다.
박 대표는 1970년대 중반 고교 졸업 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12년 간 판매왕에 올랐으며, 고졸 최초로 대우자동차판매 상무이사에 오르는 입지 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평소 소망대로 2010년 자기 명의의 대리점을 개설, 여전히 뛰어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고 내다봤다. 사진 / 정수남 기자
- 세계 경기 침체로 2012년과 2013년 자동차 내수 판매가 전년대비 줄었다. 지난해부터 국내 신차 시장이 살아나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 맞다. 세계 경기,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 1위 국가인 중국의 경기성장률 완화로 내수 경기도 약세다. 그렇지만 올해 1∼10월 국산 신차 판매는 지난해 판매성장률(5.8%)를 넘어 7.5%에 이르고 있다.
11, 12월 차량 구매가 상대적으로 많은 점을 감안할 경우 올해 성장률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 차량 구매가 늘었다는 것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 아닌가.
▲그렇게도 볼수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점은 좀 다르다. 일단 정부가 개별소비세를 9월부터 내렸다. 개소세 인하 이전인 올 1∼8월 신차 판매 성장률은 5%로 지난해 성장률보다 오히려 낮았다. 개소에 인하 이후 신차 판매는 지난해 1∼10월 성장률(3.8%)보다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착시 현상으로 판단된다. 일상에서 자동차는 주택 다음으로 가장 많는 재원이 투입된다. 개인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짧게는 몇년, 길게는 10년이상 구입 계획을 세우는 만큼 자동차도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의 시간을 투입한다.
2011년 국내에 신차가 50여대이상 출시됐다. 차량 개발 주기를 감안하면 올해 신차가 대거 나오는 해이며, 실제로도 국내외산 신차가 많이 나왔다. 고객들이 개소세 인하와 신차 출시 등을 감안해 차량 구입을 다소 앞당긴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경형, 소형, 중형, 대형 등 모든 차종의 판매가 줄었다. 올해 신차 판매 증가는 성장세가 30%에 육박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소형 판매만 줄고, 다른 차급 판매가 모두 증가한 점을 보면 올해 차량 판매 증가는 경기 회복세와는 전혀 무관하다.
- 사실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내수 경기가 좋았던 기억이 없다. 현장 감으로 볼때 내수 경기가 언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이나.
▲ 동감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강연을 나가보면 체감경기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사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의 경우 정말 취업이 잘 됐다. 요즘에는 고교생이나 대학생이나 취업이 인생의 최대 목표로 부상했다. 그만큼 한국 경기가 저성장 기조에 빠진 것이다. 앞으로 경기가 ‘확’ 좋아지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 내년 경기도 불투명하다는 이야기인데. 동서울대리점을 포함해 국내 자동차 시장도 타격을 받지 않나.
▲ 그렇지도 않다. 동서울대리점의 경우 개설 이듬해인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삼화모터스에서 3위를 기록했다. 삼화모터스는 서울 강남 일부와 강북 등을 총괄하며, 산하에 50여곳의 대리점이 있다. 우리는 지난달에도 월 70대를 팔았다. 직원 1인당 7대의 차량을 판매한 것이다. 영업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소유한 직원 서너명만 더 추가하면 연간 1000대 판매가 무난할 것이다.
자동차는 휴대폰이나 의류와는 다르다. 충동 구매가 아닌, 고객이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시기를 앞당기는 부분은 판매자의 몫이다.
- 2010년대 들어 수입차의 선전도 국산차 하락을 부추겼는데.
▲ 그렇다. 그동안 국산차에 물린 고객들이 수입차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차량 가격 인하에 업체별 각종 할인 이벤트를 더하면 수입차와 국산차와 가격 차이는 크지 않아서다.
고객들이 수입차 브랜드가 갖는 프리미엄 효과를 택했다고 본다.
- 그런 점에서 한국GM도 수혜자 아닌가.
▲ 한국GM은 2011년 GM대우오토앤테크놀러지라는 사명을 버렸다. 그리고 모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1911년 선보인 대중브랜드 쉐보레를 도입했다.
이후 한국GM 모델들은 외국에서처럼 쉐보레의 노란색 보타이 엠블럼을 달고 출시됐다. 당시 고객들로부터 쉐보레가 수입차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게가다가 쉐보레 도입 이후 대우차 이미지가 사라지고 GM 이미지가 많이 채색됐다.
- 최근 GM의 한국 철수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는데.
▲ 알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국책 금융기관에 경쟁력 제고를 주문, 산업은행이 17%에 이르는 한국GM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GM이 지분을 전량 매입해 독자 경영이 가능하더라도 한국 철수는 어불성설이다.
한국GM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서 업계 3위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이 같은 기업의 한국 철수는 개인이 식당을 페업하는 부분과는 다르다. 생산공장과 종사자, 협력업체와 직원, 그 가족들을 고려할 경우 한국GM은 국민기업이라 할 수 있다. 서불리 한국 철수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GM이 최근 세르지오호샤 사장을 회장으로, 제임스 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사장 겸 COO로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한국G의 사업을 강화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GM은 2002년 회사 출범 당시부터 지금까지 GM의 경소형차 개발 본부로 자리매김, 자체 개발한 관련 차량을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막중한 책임도 맡고있다.
한국은 자동차 업계에서 테스트베드 시장으로 이름났다. 고객의 수준이 높고 차량 교체 주기도 상대적으로 빨라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규모는 연간 150만대 정도로 작지만 한국시장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GM의 내수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도 GM의 한국 철수를 일축한다. 실제 한국GM은 올해 5월과 지난달 월간으로는 사상 최고의 내수 판매 실적을 올렸다.
한국GM이 고객 만족 평가에서도 3년 연속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점도 철수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을 떠날 기업이 고객만족서비스에 전력 투구한다는 게 우습지 않나?
사실 GM과 한국과의 인연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가 자동차산업 위축 정책을 펼치자 신진자동차는 GM과 합작으로 GM코리라를 설립하고 국제협력 전략을 전개했다. 이후 신진자동차는 1976년 새한자동차로, 1983년 대우자동차로 이름을 바꿨다.
2002년 대우자동차 매각시 GM이 먼저 손을 내민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시 정부는 GM 대신 터무니 없는 매입 금액을 제시한 포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포드가 이를 포기하자 GM이 즉각 참여했다. 말하자면 한국과 GM의 인연은 질기고도 길다.
- 사업 확대를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그동안 GM의 한국 법인으로는 고급브랜드 캐딜락을 담당하는 GM코리아와 쉐보레를 담당하는 한국GM으로 이원화 체제였다. 사명 변경후 한국GM과 GM코리아 조직이 통합됐다.
한국GM은 향후 쉐보레전시장에서 캐딜락도 판매하는 등 사업을 강화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서울 종암동에 수입차 거리가 조성돼 그곳에 위치한 종암전시장에서는 쉐보레와 캐딜락을 모두 구매 판매한다.
- 그렇더라도 한국의 고임금과 회사와 노동조합과의 갈등은 외국계 기업에는부담인데.
▲ 일부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업계는 현재 고임금 체계로 업체에는 부담이다. 그리고 노조가 문제가 아니라 강성노조가 문제다. 다만, 한국GMD은 무분규 사업장으로 유명하다.
한국GM이 출범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초대 사장을 맡은 닉라일리 사장의 노력 덕이다. 라일리 사장은 재임 기간 노조와 끊임 없이 대화를 갖고 회사와 노조 간의 이견을 좁혔다. 이후 한국GM의 전국 사업장은 무분규를 이어가고 있다.
- 끝으로 한마디 한다면.
▲ 위기와 기회는 상존한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고, 기회 속에 위기가 있다. 앞으로 한국GM은 한국의자동차 산업 발전은 물론, 고객감동서비스 실현을 위해 주력할 것이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