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인상률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민세가 도입된 것은 1973년으로 이후 몇 차례 인상됐다가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15년 동안 인상 없이 징수하다가 갑자기 두 배 이상으로 훌쩍 올린 셈이다. 부산이나 대구 등 주요 지자체들은 모두 주민세 인상에 동참했다. 서울은 아직까지 인상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내년 전국적인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지자체들은 올해 초부터 정부가 주민세 인상을 요구해 왔고 지방교부세가 줄어들어 재정이 악화돼 주민세를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세금의 인상률이 100%를 훌쩍 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주민들이 곳곳에서 지자체가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해놓고 주민세 인상으로 부족분을 떼운다고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방부채 100조 시대가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 부족한 세수 때문이 아니라 지자체의 방만 운용 때문이다. 행정수요는 사실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도시에서는 아파트 보급률이 크게 늘면서 전반적으로 행정 수요를 자체 처리 하는 비율이 높다. 아파트들은 입주민들로부터 관리비를 받고 자체적으로 내부 및 외부 시설을 관리하기 마련이다. 이농 등으로 이주하는 주민들이 많은 시골에서도 행정 수요 감소는 마찬가지다.
세금은 증가하는데 지자체들의 행정 서비스 수준도 대체적으로 엉망이다. 업무 감소로 남는 인력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해 인건비를 낭비하는가 하면 선심성 축제로 낭비되는 세금도 상당하다. 연말 보도블럭 갈아엎기가 연례행사라고는 하지만 주변이 자체 공원을 갖춘 아파트로 둘러쌓여 있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지역 공원의 보도블럭까지 갈아엎는 일은 납득하기 어렵다. 곳곳에서 예산 낭비가 만연하다.
빚더미에 앉아 있는 지자체가 수 천억원의 호화 청사를 짓고 시설 정비·보수나 에너지 등의 관리 비용에 허덕이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쯤 되면 주민들을 위한 청사가 아니라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을 위한 청사 아닌가. 단체장의 과시욕에 따라 주민, 관광객도 거의 찾지 않는 공공시설을 건설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단체장들이 자기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면 이렇게 돈을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지자체들의 해명처럼 돈이 없어 지방자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2라며 지방세 비율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기 전에 얼마나 예산 낭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이 먼저다. 지자체들은 복지 수요가 늘어서 재정이 악화됐다는 얘기도 하곤 하는데 실제 노인과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복지 수준은 별 차이가 없다. 지자체들이 일련의 방만한 행태를 지속하면서 대민행정서비스의 질은 낮아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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