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은 전선 12척으로 왜군 300여 척을 무찔러 나라를 구했습니다. 저는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 대한민국을 구하는 12번째 전선이 되겠습니다." 민주당 조순형 당선자는 이같이 당선 소감을 밝혔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개표가 한창이던 26일 밤 서울 성북을 지역에 있는 민주당 조순형 당선자의 선거 사무실은 축제 분위기였다. 개표가 실시되기도 전에 선거 사무소 관계자와 지지자, 민주당원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개표가 시작되고 텔레비젼 화면에 조 당선자의 득표율이 나올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일찌감치 당선을 예감한 듯 여기 저기서 보내온 꽃다발과 화환이 배달되었고 누군가의 선창으로 흥겨운 '아리랑' 노래가락도 울려 퍼졌다. 당선이 확실시 된 순간 지지자들의 박수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면서 조 당선자가 들어왔고, 지지자들은 '조순형'에 대한 연호로 화답했다. 2년전 사상 유례가 없는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뒤 정치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했던 '탄핵 주역'의 화려한 재기는 이렇게 이뤄졌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다 역풍에 휘말려 그해 4·15 총선에서 낙마했던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가 2년여 동안 절치부심 끝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승리가 확정된 직후 그는 "탄핵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탄핵에 참여한 저를 포함한 16대 의원들의 훼손된 명예회복과 정치적 복권의 계기가 됐다."고 일성을 토했다.
조 당선자는"선거 기간 만난 손님 없는 가게의 한 상인이 '이렇게 (살기)어려운 것이 언제 끝나느냐.' 고 묻기에 '노무현 정권이 끝나야 한다.' 고 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취임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회개하고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국정쇄신을 단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 당선자의 첫 당선소감은 "저는 민주당의 열두번째 국회의원이 됐다."면서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열두척 전선으로 삼백여척 왜군을 무찔러 나라를 구해냈다. 나라를 구하는 열두번째 전선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말속에는 자신이 탄핵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담겨 있는 듯 했다.
이를 입증하듯 그는"이번 선거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계속되는 독선과 오만에 대한 심판"이라고 단언했다. 또 "선거기간 중 노무현 정권의 실정, 특히 경제정책 실패로 서민들이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고 얼마나 어렵게 고달픈 삶을 살고 있는지 체감하게 됐다"면서 "노대통령이 국정운영 실패에 대하여 겸허히 반성하고 근본적인 국정쇄신을 단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 당선자는 출마선언 때의 연장선상에서 탄핵과 선거 승리의 의미를 연계했다. "탄핵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노대통령 탄핵에 참여한 저를 포함한 16대 국회의원들의 훼손된 명예회복과 정치적 복권의 계기가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오만하게 (탄핵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하기 싫었다"면서도 "느닷없이 열린우리당에서 탄핵세력이 성북을에 등장하는 것은 역사의 후퇴라고 했다. 그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이 말(탄핵의 정당성 인정)도 안 했다" 고 덧붙였다.
◆조순형 그는 누구인가?
조 당선자는 1935년 충남 천안에서 선친인 유석(維石) 조병옥 박사의 3남으로 태어난 전통적인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서울대 법대 졸업 후 15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81년 전두환 정권의 정치규제에 묶여 출마하지 못하게 된 형을 대신해 1981년 성북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11대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군부정권에 맞서 싸운 투사들 가운데 한 명으로 분류된 그는 12·14·15·16대 의원을 역임하는 등 정치인으로서는 대체로 순탄한 길을 걸었다. 2003년엔 민주당 대표로 선출돼 2004년 총선 때까지 당을 이끌었고 지난 총선에서 낙선하기 전까지 성북을 근처인 강북을을 지역구로 삼았다. 이번 선거에서 성북을에 출마하며 내건 출사표는 "25년 정치인생을 성북에서 심판 받겠다."는 것이었다.
조 당선자는'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으며 '미스터 쓴소리' 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골이었던 그는 정치 인생에서도 부침을 겪었다. 87년 대선때 '양김' 이 대립할 때 후보단일화 운동을 주도했고, 88년 한겨레민주당 창당에 앞장섰다가 총선에서 참패했다. 16대 국회 개원때는 국회의장 후보로 떠올랐으나 이만섭 전 의장에게 밀렸다. '국민의 정부' 시절 옷로비 의혹 사건에 특검 도입, 사직동팀 해체 요구 등을 대통령에게 요구하면서 비주류로 분류됐다. 감사원장·법무부장관 물망에 올랐으나, 국민의 정부 핵심인사들은 그를 배제했다.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부인 김금지씨와 사이에 1남1녀. ▲충남 천안 출생(71) ▲서울고, ▲서울대 법대 ▲11·12·14·15·16대 의원 ▲국회 교육위원장, 국민회의 사무총장 ▲ 새천년민주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