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8일 노무현 대통령을 '계륵(鷄肋) 대통령'으로 보도한 조선일보와 현 정부를 '약탈정부' 로 표현한 동아일보를 향해 "두 신문의 해악성은 마약과 같은 심각성과 자극성을 느끼게 한다" 며"무분별한 행위를 계속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칼을 빼들었다.
청와대 이백만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갖고 "오늘 우리는 금도에서 벗어난 일부 언론의 '사회적 일탈' 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조선일보는 오늘 국가원수를 '먹는 음식' (계륵: 닭갈비)에 비유했고 동아일보도 오늘 칼럼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세금 내기 아까운 약탈정부' 로 명명하고 어제는 국가원수를 '저잣거리의 안주' 로 폄훼하는 일이 있었다"며"정당한 비판은 얼마든지 겸허한 자세로 수용하겠지만 두 신문의 최근 모습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정태호 대변인은 홍보수석이 직접 나서 공식 브리핑까지 자처한 이유에 대해 "최근 특정 언론이 사실성과 객관성, 공정성 등 언론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서 언론 이하의 기사가 난무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서는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겠다 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만 언론이 가져야할 본분에서 벗어나 자유를 남용하고 방종에 이르는 상황에까지 간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공식적으로 홍보수석이 입장을 정리해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도 이 수석처럼 "(특정 언론에 대해)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며"청와대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해 정책 비판을 넘어선 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난과 비하에는 강력 대처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조선·동아 보도 강력 비판 이유는?
이날 청와대가 문제로 삼은 기사는 조선일보의 '계륵 대통령' 란 제목의 분석 박스기사와 동아일보의 세금내기 아까운 '약탈정부' 란 제목의 칼럼이다.
청와대는 지금까지도 언론 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를 청구해왔으며 청와대 홈페이지인 청와대브리핑에서도 '사실과 주장'이란 메뉴를 통해 언론 보도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선·동아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단순한 정정보도·반론보도 청구 또는 청와대브리핑에 반박문 게재라는 이전 대응방식에서 더 나아갔다. 공식 브리핑이란 수단을 동원하며 두 신문에 대한 문제제기를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공식화했다.
이 수석은 먼저"조선일보는 오늘(28일) 1면 기사에서 국가원수를 먹는 음식에 비유했다. 차마 옮기기조차 민망하다"며 "그 천박한 메타포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논설위원 칼럼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약탈정부'로 명명했다. '도둑정치'라는 표현도 썼다"며 "어제는 편집부국장 칼럼을 통해 출처불명의 유치한 농담을 전하면서 국가원수를 '저잣거리 안주'로 폄훼 하는 일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은 "기사 곳곳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섬뜩한 증오의 감정이 깊이 묻어 있다"며 "해설이나 칼럼의 형식만 띄고 있을 뿐 '침 뱉기'이다.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이다"고 비난했다.
이 수석은"오로지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맹목적 증오의 감정 때문에 나라의 질서와 체면까지 구기면 안 된다"면서 "절제력을 잃고 선정적 제목장사로 대통령과 정부를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행위를 계속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강력 대응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 신문 1면에 '계륵 대통령' 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여당에서조차 계륵 같은 존재가 된 것 같다"며 "지금 여당에 노 대통령은 함께 가기엔 너무 부담되고 그렇다고 쉽게 헤어지자고 하기도 어려운, 그런 존재이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요즘 '남은 1년 반을 어쩌나?' 라고 묻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며 "대통령이 여당에서도 계륵 같은 존재가 되어버리고, 대통령을 대신해서라도 중심을 잡아줘야 할 여당 의원들마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짓는 상황이니 1년 반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김순덕 칼럼' 에서 현 정부를 "세금내기 아까운 '약탈정부' "라 표현하면서 "이 땅을 떠날 수 없어 혈세 바쳐 코드맨들 먹여 살리는 국민이 불쌍하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낙하산 인사를 거론하며 "유권자가 외면했던 사람에게 내가 낸 세금의 일부가 또 월급으로 나갈 판이다"면서 "그나마 부패는 내가 돈을 뜯기지 않는 이상 직접 피해를 본다는 느낌이 덜하다. 사유재산권 침해는 삶의 의욕까지 떨어뜨리는 치명적'체제 부정'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