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 계정 관리 위탁…고객 방문해 자사 제품으로 유인

최근 사실상 부도 상태에 빠진 한일월드의 렌털 계정 서비스를 위탁받은 일부 업체들이 고객들에게 자사의 제품으로 교체하게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가장 많은 계정을 위탁 받은 청호나이스가 이보다 한술 더 떠 ‘위약금을 대납해주겠다’며 교체를 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렌털 계정이란 제품을 대여해 사용하면서 렌털비를 지불하겠다는 약정을 뜻하며, 렌털고객으로 봐도 무방하다.
한일월드 브랜드인 ‘필레오’ 정수기를 사용 중이던 주부 A씨는 “청호나이스 직원이 필터를 교체하러 와서 자사 제품으로 교환할 것을 권유했다”면서 “자사 제품 정보가 담겨 있는 홍보용 브로셔를 종류별로 건네면서 ‘한일월드’ 제품은 고장이 잦으니 바꾸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일반적인 권유에서 그치지 않았다. 위약금을 대납해줄테니 이 기회에 바꾸라고 종용했다. 더구나 타사에서 이런 제안을 할 경우 그 말은 믿지 말라는 황당한 말까지 했다.
A씨는 “해당 직원은 ‘계약기간을 못 지킨데 대한 위약금을 알아서 해결해주겠다’고 했다”면서 “‘다른 업체에서 위약금을 내준다고 하면 그건 믿으면 안 된다. 타 업체에서 내주는 위약금은 나중에 다 물어줘야 하지만, 우리(청호나이스)는 정식으로 위탁 받았기 때문에 (위약금을) 처리해줄 수 있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회사 차원에서 타사 고객에게 자사 정수기로 갈아타라고 유도했다면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 고객 유인의 소지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약금 대납은 불법 영업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위약금 대납의 불법 여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면서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를 통해 불법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포커스>는 청호나이스에 해당 사실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자에게 전달해 연락을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회신은 없었다.

청호나이스는 최근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 곤욕을 치르는 상황이다. 정수기 필터 교체 등의 서비스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들끓으면서다. 한꺼번에 많은 수의 렌털 계정을 위탁받은 게 화근이 됐다. 청호나이스는 약 15만개의 계정을 담당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관리는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매달 꼬박꼬박 렌털료는 빠져나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최근 순차적으로 필터교환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이뤄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씨는 “당초 8월에 필터교체 서비스를 받아야 했는데 11월 말이 되도록 필터를 갈아주러 왔다”면서 “제대로 된 서비스는 못받고 있는데 매달 돈은 꼬박꼬박 빠져 나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두 달 전에 청호나이스 측에서 관리하게 됐다는 내용과 새로운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문자메시지로 받았다”며 “그 번호로 수차례 전화를 했는데 받지도 않더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청호나이스는 난색을 금치 못하고 있다. 고객들의 피해를 막겠다며 선뜻 계정을 위탁받았지만 이미지만 추락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매월 빠져나가는 렌털비는 채권단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억울하기까지 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에 만족을 느낀 고객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끌어오려는 이 회사의 전략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게 됐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청호나이스의 서비스에 실망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각에서는 감당 못할 정도로 많은 수의 렌털 계정을 담당하는 등 욕심이 지나친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인자 차지하려다 역효과에 곤혹
사태가 커지면서 정수기 렌털업계가 2위 싸움을 벌이다가 공멸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렌털 사업은 ‘계정 수에 성패가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렌털 계정 확보가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계정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한일월드 렌털계정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렌털업계(정수기) 2위권 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렌털 계정을 확보해 ‘정수기 강자’ 코웨이의 뒤를 이은 2인자가 되겠다는 전략을 세운 해당 업체들은 여론 악화가 심해지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한일월드 사태로 업계 최강자인 코웨이의 위상만 높아지게 됐다”며 “타사 영업사원들도 코웨이의 서비스를 인정할 정도다. 일부 소비자들이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해줄 업체를 물어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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