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법안 처리 놓고 與野 ‘암중모색’
쟁점 법안 처리 놓고 與野 ‘암중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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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쟁점법안-예산안’ 연계 처리 ‘이상민’ 암초 만나
▲ 여야가 정기국회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가운데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 기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여야가 정기국회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가운데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 기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 최종시한인 2일까지도 새정치민주연합은 누리과정 예산을 쟁점화해 복지 예산 증액에 안간힘을 쏟은 반면 시급한 경제활성화법을 이날 시한인 예산안과 함께 연계 처리할 방침을 세운 새누리당은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과의 협상은 이어가면서도 보육예산의 국가 부담분을 증액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야당은 여당이 중점추진 중인 경제활성화법처럼 경제민주화법을 중점법안으로 내놓으며 맞서 왔는데 양당 원내지도부는 2일 새벽 진통 끝에 상호 일부 법안에 대해 이날 예산안과 함께 처리키로 합의문까지 내놨으나 정작 오전 법제사법위원회에서부터 새정치연합 소속인 이상민 위원장이 ‘절차 위반’을 이유로 심사를 거부해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꼬여버린 정국을 풀기 위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이날까지 예산안 통과를 강력하게 주문해 온 정의화 국회의장까지 중재에 나서 여야 원내지도부와 오후 2시간 동안 회동했으나 이날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기존 합의사항만 확인한 채 뚜렷한 결과 없이 헤어져 이날 처리키로 합의됐던 5개 쟁점법안의 통과마저 불투명해지자 끝내 직권상정까지 거론됐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이 연내 처리를 촉구해 온 노동5법 처리는 차치하고 당장 연내 처리키로 야당과 합의했던 경제활성화법 역시 모두 무사히 통과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연말을 앞두고 민생법안 처리가 급한 19대 국회의 마지막 모습은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다.
 
◆ 與野, 예산 처리 시한까지 ‘누리과정 예산’ 신경전
 
여야는 한·중FTA 비준동의안조차 지난달 30일 ‘데드라인’에 임박해서야 겨우 가결하고도 아직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들마저 최종시한이 다가오는데도 합의점을 찾는데 난항을 겪어 왔다.
 
그러던 중 최종 담판에 들어간 양당 원내지도부는 2일 새벽 예산안 처리와 더불어 일부 쟁점법안도 함께 처리하기로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우선 이날이 최종시한인 예산안과 관련해서도 5시간 가까이 진행된 새벽 회동을 통해 수정동의안이 마련돼 오후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면 심사시한인 지난달 30일을 넘기면서 1일 자동 부의됐던 386조원대 정부 예산 원안은 자동 폐기된다.
 
특히 예산안 협의 중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야당이 요구해 온 누리과정 예산으로 만 3~5세 유아에게 유아학비와 보육료를 지원하는 데 있어 국가 부담분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천억원 규모로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여당 측은 처음에 6백억원을 제시했다가 교육환경 개선 명목으로 2천억원 정도를 우회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작년에는 이월된 부분도 있고, 또 지방세수가 부족하다 해서 정부가 약 5000억원 가량 지원했지만 올해에는 이월분도 없고 지역 세수도 담배세 인상, 부동산세가 들어와 작년보다 (지방재정이) 나아진 상황”이라며 야당이 요구한 증액 분은 지나치단 반응을 내놨다.
 
그러면서 김 정책위의장은 야당을 겨냥해 “누리과정 예산은 원칙적으로 지방교육청이 편성해야 한다”며 “누리 예산이 반영 안 되면 그 책임은 전부 여당이 지고, 예산이 많이 반영되면 자기들 공으로 하려는 술수를 부리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었음을 시사하는 한편 여당이 제안한 예산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며 “시도교육청의 교육재정을 담당했던 모든 분들과 부모님들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또 이 원내대표는 전날 경기도 교육청 이재정 교육감이 방문해 여당이 제안한 규모의 예산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며 “결국 누리과정으로는 한 푼도 이번 정부예산에 국회에서 받은 예산은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날을 세웠다.
 
‘누리과정’은 과거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음에도 야당이 이 같은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는 누리과정 예산은 지자체장이 아닌 지방교육청에서 담당하는 만큼 전국 교육감 중 야당 출신이 다수인 현 상황으로 미뤄 야당이 국가 부담분 증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계속된 회동에도 결론을 보지 못하던 여야는 이날 3천억원 규모를 목적예비비로 편성하는 선에서 타협해 겨우 마무리 지을 수 있었는데 대신 여당이 요구했던 재래식 화장실과 ‘찜통교실’ 문제 개선 등 학교시설 개선 예산도 포함됐으며 누리과정 예산 중 부족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방채 발행을 통해 메울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쟁점이던 누리과정 예산 이외에 나라사랑정신계승발전사업, 새마을운동세계화 관련 예산 및 4·16세월호참사특조위 예산 등에 대해선 기존 정부 원안대로 반영키로 했으며 총선을 의식한 예산이란 비판을 받은 지방 SOC 예산도 정부 원안에 가깝게 반영된 대신 호남·충청권 예산 일부를 증액해 지역 균형을 맞추는 선에서 합의됐다.
 
이날 정부 원안대로 반영키로 한 예산들 중 새마을운동 사업 예산은 야당 측에서 그간 증액 폭을 고려해 하향 조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조위 예산 역시 여론의 관심이 줄어든 사안이 돼 야당도 별 조정 요구 없이 대폭 삭감된 정부 원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與 경제활성화법 對 野 경제민주화법 ‘빅딜’?
 
또 새누리당은 그간 법안의 상승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당에서 중점법안으로 추진해 온 경제활성화 4개 법안을 이날 처리될 예산안과 연계해 통과시키겠단 방침을 일찌감치 세웠는데 야당과의 새벽 회동에서 야당 측 경제민주화 4개법 중 3개 법안을 수용하는 대신 자당의 2개 법안을 처리하기로 ‘빅딜’을 해 5개 쟁점법안이 이날 예산안 처리와 함께 통과되기로 예정됐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역설해 온 경제활성화법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이란 4개 법안인데 이날 처리키로 합의된 2개 법안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관광진흥법’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이라며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 대리점 거래 공정화법 등을 강조해왔는데 이 중 대리점 거래 공정화법을 비롯해 모자보건법,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을 처리키로 여당과 합의했다.
 
◆ ‘법안 통과’, 野 당내 설득 ‘주요 변수’
 
▲ 새정치연합 소속인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2일 “명백한 국회법 위반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여야 간 합의문의 효력 자체를 인정치 않으면서 법안 통과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합의문이 발표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5개 쟁점법안을 심의할 정무·교육문화체육관광·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 이날 오전 야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불안한 전조를 보였는데 새정치연합 소속인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아예 “명백한 국회법 위반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합의문 효력 자체를 인정치 않으면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내용조차 인정치 않아 의도적인 발목잡기 아니냐는 책임론을 우려했는지 이 위원장은 법안이 법사위로 넘어오면 회부일로부터 5일간 숙려기간을 두도록 규정한 국회법 59조를 들어 “(쟁점법안은) 9일 처리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갑자기 오늘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반발한 새누리당은 ‘직권상정 카드’까지 꺼내들었는데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국회의장만 승인하면 된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 같은 여당의 초강수에도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과거와 달리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데다 정의화 국회의장 역시 우선 야당이 가급적 이 위원장을 설득하란 입장을 내놔 직권상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당 역시 자당 소속 법사위원장의 주장을 묵살하기 쉽지 않은데다 당내에서도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안에 대해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아 먼저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최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자칫 잘못하면 의료민영화의 개문발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여당의 의료법과 야당의 모자보건법·전공의법을 ‘빅딜’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학교 앞 호텔’로 큰 논쟁을 야기했던 새누리당의 관광진흥법은 야당의 요구로 부속합의문을 통해 유해시설이 없을 것, 객실 100실 이상 비즈니스 호텔급, 유해시설 적발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적용, 호텔등급평가 감점항목 신설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합의에 논란을 불식시켰고 통과된다 해도 수도권에 한정해 5년동안만 법을 적용키로 했다.
 
여당 역시 내부에서 야당 측 3개 법안을 받아들인 것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으나 이날 5개법안 외에 나머지 쟁점법안도 오는 9일 정기국회 시한까지 합의 처리키로 명문화됐다는 점에 만족했는데, 이 또한 ‘협의 처리’가 아닌 ‘합의 처리’란 점에서 야당과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연내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어 쟁점법안 통과를 아직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새누리당이 요구해 온 북한인권법과 야당이 국정원의 권한 강화를 우려해 반대한 테러방지법에 대해선 정기국회 내에 합의 처리키로 했는데, 이외에 아직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 등 쟁점 법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큰 충돌없이 통과될 것이 확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계속 지연된 끝에 이날 오후 8시에 열리기로 한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5개 쟁점법안과 예산안 통과에 기존 합의한 대로 협조할 것인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 시점에서 정 의장을 설득해 ‘직권상정’까지 밝힌 여당에 비해 야당은 예산안 처리시한인 이날 예산안만 처리하고 쟁점법안은 정기국회 처리시한인 오는 9일로 모두 미루려는 움직임을 보여 어떤 결론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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