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구민 지원금 1억 7천, 구청직원 70명 판공비 14억 4천
20만 구민 지원금 1억 7천, 구청직원 70명 판공비 14억 4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로당 146개 년간 지원비 6400만원, 구청사 관리비 년간 33억원
올해도 어김없이 지자체에 예산 심의 시즌이 돌아왔다. 각 지방의회는 지자체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데 분주하다. 각기 각 분야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이를 지방의회에서 심의해 확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모든 예산이 주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오는 만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또 공정하게 쓰여야 함은 물론이다.

헌데 아무래도 지자체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가 높지 않은 만큼 예산이 편성되는 과정에서 공정성이 훼손되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40만 인구가 몰려 있는 서울시 마포구의 예산을 살펴보면 무언가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많은 주민들을 위해 쓰여야 할 주민들의 혈세가 정체를 파악하기도 힘든 호화구청의 관리 비용, 업무추진비 등으로 과다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 예산 항목 중에는 업무추진비라는 게 있다. 지자체장 등이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을 말한다. 과거에는 소위 판공비로 불렸던 그것이다. 그런데 마포구청의 지난해 예산안을 뜯어보면 이 업무추진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포구의 지난해 업무추진비는 14억4400만원이었다. 25개의 구를 관장하며 1000만 시민이 속해 있는 수도 서울시의 업무추진비가 69억1500만원임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액수다. 한 자치구의 업무추진비가 수도 서울시의 업무추진비 20%에 육박한다는 것은 인구수 대비로도 지나치다. 세출결산액 대비로도 과도하다. 마포구의 세출결산액 대비 업무추진비 비율은 전국 지자체 평균인 0.09%를 훌쩍 뛰어넘는 0.39%에 달해 타지자체에 3배가 넘어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쉽게 말해 살림살이에 비해 업무추진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자체라는 얘기다.

업무추진비는 사용 기준이 모호하고 사후 정산방법이 명확치 않아 과다 집행이나 비자금 유용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항목이다. 게다가 대부분 지자체들은 내역을 공개하지도 않는다. 일각에서는 단체장을 포함, 70여명 남짓한 과장급 이상들이 식사를 대접하는 데에 쓰이는 돈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많다. 이밖에 회의 개최 비용이나 선물비 등도 포함된다. 이처럼 투명한 집행이 쉽지 않은 업무추진비가 마포구에 유독 많다는 점은 따가운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다. 마포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업무추진비 사용부분에서 ‘금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다.

반면 20만 주민이 살고 있는 아파트 지원 예산은 1억76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전체 구민 40만여 명의 50%에 가까운 20만여 명의 거주지와 주변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데에 들어가는 예산은 2억원도 채 되지 않는데, 쌈짓돈 취급을 받는 업무추진비가 14억원을 넘는다는 점은 누구도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공무라는 핑계로 예산을 마음대로 쓰라고 뽑아준 것이 아닐 텐데 얼마나 식사대접을 하길래 이런 큰 돈이 필요한지 궁금할 따름이다.

업무추진비뿐만 아니다. 지난 2008년 완공된 마포구 신청사는 호화 청사라는 비판 속에 관리 비용만도 년간 33억원이 지출되고 있다. 이는 마포구민 50%가 거주하고 있는 20만 구민의 아파트 관리 지원 예산의 20배에 해당한다. 구민의 혈세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반면 마포구 관내에 있는 146개의 경로당에 지원되는 연간 예산은 6400만원이었다. 경로당 한 곳당 1년에 43만원 꼴인데 이 금액으로는 도배도 하기 힘든 수준이다. 주객전도가 정도를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올해도 마포구는 지난해보다 9.34%나 늘린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대로 편성될 경우 총 예산 규모는 5000억원에 육박한다. 마포구민 50%가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분야에는 2억 안팎의 예산으로 생색을 내고 소수의 공무원을 위한 분야에는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 행태를 감안하면 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딱히 더 많은 혜택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는 단체장의 한 마디가 부디 진심이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