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밀실협상'이라는 비난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협상전략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협상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철수 무역투자연구원 이사장은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제주 최고경영자포럼의 일환으로 열린 FTA 토론회에서 "협상의 성공적인 타결을 위해 정부가 설득 노력을 강화하고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FTA 체결에 따른 국내산업 구조조정 정책은 '무조건 지원'보다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원방안이 돼야 한다"면서 "실제 피해를 지원하고 자구노력과 연계하는 현실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와 함께 "국민 다수에게 혜택이 가는 사안을 발굴하면 한미 FTA 반대 분위기를 역전시킬 수 있다"면서 한미간 비자면제 협정이나 대미 인력진출 등을 예로 들었다.
김 이사장은 "한미 FTA 타결 가능성이 80% 정도 된다고 보지만 미국 행정부의 신속협상권한(TPA)이 종료되기 전에 타결짓는 것이 좋으며 만약 타결에 실패한다면 그 비용은 매우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건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한미 FTA는 세계 최대의 미국시장에서 점점 떨어지고 있는 우리 상품의 점유율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이자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우리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산업구조 고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FTA에 대비한 기업의 대응에 관해 조 부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야 하며 우리의 장점을 활용한 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나 미국 정부 조달시장 공략, 현지 마케팅 강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가 실패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 두 나라는 무역의 80% 이상을 대미수출이 차지하는 등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G4'와의 균형된 경제관계를 갖는 것이 한국경제에는 아주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 소장은 "중국의 성장에 맞서러면 우리 경제를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데 FTA는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유통시장 개방 당시 우려가 많았지만 세계 최고의 유통기업 월마트가 망한 곳이 우리나라"라고 말해 한미 FTA로 인한 부작용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정 소장은 이와는 반대로 "한미 FTA는 중요성에 비해 협상이 너무 노출돼 있다"고 지적하고 "FTA 문제를 국내의 많은 다른 이슈와 연결시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밝혔다.
정 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FTA가 결렬되지 않는 것으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FTA가 이념논쟁의 대상이 된다면 큰 사회적 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소장은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왜 한미 FTA를 추진하는 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지만 노 대통령이 진보성향이라고 한다면 차라리 현정부가 FTA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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