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사실상 계열 분리”…아파트 하자 논란 영향은?

업계에 따르면 중흥종합건설은 내년 초 사명을 ‘시티건설’로 변경한다. 자사 계열사들의 대표 법인을 중흥종합건설에서 시티건설로 교체하는 한편, 중흥종합건설이라는 법인은 유지할 방침이다. 현재 중흥종합건설 홈페이지도 시티건설로 이름이 바뀐 상태다.
중흥종합건설은 중흥건설 창업주인 정찬선 회장의 차남 정원철 사장이 이끌고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흥건설과는 달리 중흥종합건설은 서울 강남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정 회장의 장남 정원주 사장이 이끄는 중흥건설과는 관계회사지만, 사실상 독립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정원철 사장이 100% 지분을 가진 시티글로벌은 중흥종합건설 지분을 50% 이상 보유 중이다. 시티건설은 정 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별도시공법인으로 2012년 설립됐으며, 아파트 건설 및 관급공사를 수행해 오고 있다.
이번에 사명이 교체되면 중흥종합건설의 브랜드와 사명 등에서 ‘중흥’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이미 올 초부터 이같은 움직임이 있었다. 중흥종합건설은 ‘중흥 S-클래스’라는 중흥건설 주택브랜드에 ‘프라디움’을 붙여 ‘중흥 S-클래스 프라디움’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했지만, 올해 초부터는 ‘시티 프라디움’이라는 이름을 사용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명변경을 계열 분리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흥건설과 ‘S-클래스’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높아진 상황에서 새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게 비용 등의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회사 측은 계열 분리가 아닌 단순한 사명 변경이라는 입장이다. 대외적으로 회사의 독립성이 강화되는 영향은 있겠지만, 회사 지분구조가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게 중흥종합건설 측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홀로서기’에 나선 중흥종합건설이 중흥건설의 우산을 벗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흥건설, 철저한 자금관리로 입지 다져
중흥건설은 지난 1983년 중흥주택으로 시작해 1989년 중흥건설주식회사(전 금남주택건설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중흥종합건설과 세흥건설을 설립, 건설업 위주의 사업구조를 편성했다.
중흥건설이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수많은 건설사들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중흥건설은 문어발식 확장보다 내실을 다지며 안정적인 경영을 일궜다.
이에 따라 기업신용평가 ‘AAA’를 받는 등 업계 및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호남에서 시작된 중흥건설이 전국적인 건설업체로 성장하게 된 계기다.
시공능력평가 역시 수직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중흥건설은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종합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결과 43위를 기록했다. 2011년 94위, 2014년 54위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흥건설은 철저한 자금관리를 통해 입지를 견고히 했다. 현재까지도 정 회장은 비업무용 자산은 사지 않고,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수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보증도 서지 않는다. 사업계획을 세운 후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관리에 의해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철학이다.

◆일산 고급 아파트 하자문제로 곤욕
순항을 거듭하던 중흥건설도 부침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계열사인 중흥종합건설은 최근 부실시공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문제가 된 곳은 중흥종합건설이 시공을 맡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중흥 S-클래스 타운하우스다. 3.3㎡당 1200만원을 호가할 정도의 최고급 아파트로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입주 2년이 지난 시점부터 아파트 외벽과 옥상 등에 균열이 발생해 대리석이 떨어져 나가면서 잡음이 시작됐다.
균열의 원인은 중흥종합건설이 중국에서 들여온 불량품 인조대리석이었다. 중흥종합건설은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불량 자재를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하자보수 기간(2년)이 지났음에도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보수공사를 진행했던 부분을 포함해 멀쩡하던 외벽과 옥상, 인근 울타리와 담벼락 일부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수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공 당시 사용한 인조대리석과 같은 제품을 사용한 게 화근이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에 따르면 당시 옥상 마감재가 바닥으로 떨어져 입주민들이 부상을 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문제는 입주민들이 인조대리석 대신 천연자재로 재보수를 요청하자 회사 측이 얼굴을 고쳤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하자보수 기간이 경과한 점을 강조하면서 재보수를 거부한 것이다. 건설사 측은 “천연자재를 사용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입주민들은 회사 측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 및 주민들 일부는 이번 하자 논란으로 중흥종합건설의 고급 아파트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명변경이 실추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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