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주승용 사퇴 ‘배수진’에도 文 “전대 거부”
앞서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호남 출신 오영식 의원(정읍 출신, 선거구 서울)에 이어 이날 호남 비주류를 대표하는 주 최고위원마저 사퇴를 선언한 것은 물론 비주류인 최재천 정책위의장까지 당직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비주류의 ‘사퇴 공세’에 문재인 체제가 지속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 최고위원이 사퇴를 표명하던 그 시간, 문 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통합전대라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화할 수 있지만 (안 전 대표의 제안대로 혁신)전대에서 경쟁으로 끝을 내잔 데엔 단호히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내홍이 좀처럼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주승용 “문재인, 화합 의지 없어”
지난 2·8전당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지도부에 입성한 주 최고위원은 그간 문 대표에게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하며 연이은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문 대표가 사퇴 결단을 내릴 것까지 요구해온 바 있다.
일례로 지난 5월엔 4.29 재보선 패배에 대해 문 대표 등 지도부에 책임을 묻다가 이에 반발한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을 듣자 격분한 나머지 최고위원직 사퇴를 천명하고 떠났다가 108일 만에 당무에 복귀하는 등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측과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오던 그는 결국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주 최고위원은 문 대표에 자신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전하는 한편 마지막으로 설득해보기 위해 하루 전인 7일 직접 만나 임시전대 개최와 지도부 교체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이 자리에서조차 문 대표가 부정적 반응을 내놓으면서 끝내 갈라서게 됐다.
마음을 굳힌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표를 겨냥해 “당을 단합시키기 위한 방안과 대표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으나 대표에겐 당을 살리고, 화합을 위한 진정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패권정치만 강화하고 있을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 8월 자신이 당직에 다시 복귀하며 문 대표로부터 약속받은 계파 패권정치 청산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그토록 재고를 요청한 ‘19대 국회의원 평가 시행세칙’과 ‘선출직 최고위원 궐위시 선출규정’을 자신이 불참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과시킨 데 대해서도 “대단히 유감”이라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간이 없다”며 끝까지 문 대표를 향해 안 전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혁신전대’를 개최할 것을 호소했는데, 최소한 분당 사태는 막아야 된다는 뜻은 분명히 하면서도 안 전 대표의 탈당 여부는 전적으로 문 대표에게 달린 것이라고 재차 압박하며 전대를 대결로만 보지 말고 ‘화합의 전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다만 문 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한 본인의 탈당이나 호남 신당과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선 YTN과의 인터뷰에서 (당에 파장이 클)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막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혀 현 시점에선 전혀 탈당할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만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아 결국 안 전 대표의 탈당과 더불어 집단 탈당 사태까지 벌어질 경우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정치는 생물”이라며 장담을 못한다는 듯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로써 본래 9명이던 새정치연합 내 최고위원은 최근 사퇴 행렬에 따라 문재인·이종걸·정청래·전병헌·유승희·추미애·이용득으로 7명이 됐는데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마저 7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등 당무거부에 들어가 당 지도부의 3분의 1이 부재 상태와 다름없게 되면서 일각에선 현 지도부가 오래 가지 못하고 결국 와해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오영식 최고위원의 사퇴에 이어 이날 주 의원까지 사퇴하면서 지도부 내 호남출신 최고위원이 전무하게 돼 안 그래도 호남 내 지지율이 저조한 문 대표에게 있어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목소리도 일부 흘러나왔다.
◆ 문재인 “전대 불가…단합할 길 제안하면 대화”

이런 불안한 전망을 일축하려는 듯 문 대표는 지난 7일 안 전 대표가 요구한 ‘10대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기 위해 9일 당무위, 14일 중앙위를 개최키로 하며 당 내홍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안간힘을 썼다.
또 ‘자기 사람 심기’로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공석이 된 최고위원을 새로 선출하기 위한 규정을 통과시켜 ‘지도부 와해 가능성’을 신속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표는 이어 주 최고위원의 사퇴 표명에도 꿈쩍하지 않고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다시금 “분열 전당대회는 선택하기 어렵다”며 안 전 대표의 혁신전대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단 입장을 확실히 했다.
다만 그는 “전대에서 경쟁으로 끝을 내자는 제안은 결코 받을 수 없다. 대결하자면 제가 갖고 있는 대표 권한으로 끝까지 뚝심 있게 갈 것”이라고 불응 방침을 밝히면서도 다른 협력방안을 제시하면 받아들일 수도 있단 뜻을 드러냈는데 “당이 단합할 수 있는 길을 제안해주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에 거부됐던 자신의 ‘문·안·박 연대’ 제안에 대해 “저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크게 내려놓는 것”이라며 “이제 제가 다시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제안한 것이라 미덥지 못하면 더 미더운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화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이어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한 가지 방안으로 통합전대를 제시하며 “통합 전대가 될 수 있다면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현재 새정치연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호남 신당 등의 상황에 비춰 성사 가능성이 극히 떨어지는 제안인 만큼 사실상 전대는 응하기 어렵단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해석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것은 강도 높은 혁신”이라며 “혼자선 하기 힘들고 제가 썩 잘해내지 못했다고 인정한다. (그렇다고) 안 전 대표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냐면 그렇게 생각진 않는다. 안 전 대표가 대표하던 시절에 새정치, 혁신을 위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느냐.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표는 가장 우려되고 있는 안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안 전 대표는 우리 당을 만든 일종의 공동창업주”라며 “대표 물러가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탈당할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일부 탈당 기류가 일고 있는 데 대해서도 “탈당은 명분이 있어야 한다. 평가 하위 20%가 (공천에서) 배제된다는 걱정 때문에 탈당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탈당을 말씀하시는 분들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 그냥 저에 대한 압박용”이라고 평가했다.
그래도 혹여 탈당에 대한 불안감은 있는지 문 대표는 “나갈테면 나가라는 것이 아니라 나가선 안 된다고 호소 드리는 것”이라며 “탈당이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그는 당내 일각에서 계파 갈등의 원인으로 꼽아 온 ‘친노 패권주의’ 지적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는데 “당 대표가 되고 나서 두 번의 인사동안 친노 인사는 단 한 한명도 가깝게 임명하지 못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지금 당직자들이 다 바깥에 (비주류 의원 모임인) 민집모 모임도 가고 비주류 모임도 가는 그런 현실”이라며 “탕평을 보여줘야 한다는 그런 것이 지나쳐서 오히려 탕평을 하지 못하고 친노는 철저하게 배제하는 그런 인사를 했던 것이 우리 당의 현실”이라고 항변했다.
◆ 비주류 극렬 반발…내홍 격화 불가피
그럼에도 당 내홍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차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산업 대토론회에서 최근 당무거부가 문 대표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대표를 체제라고 할 수는 없고 당의 승리, 당의 선당후사를 위해 스스로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찾는 것이 당의 지도자 역할”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또 당장 사퇴하진 않지만 사퇴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비주류 최재천 정책위의장도 8일 당 지도부에 대해 “오영식 최고위원도 사퇴했고 주승용 수석최고위원도 사퇴하고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무 거부를 하면 당 대표는 당연히 정치적으로 무너질 것”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 혹은 전당대회 등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밖에 새정치연합 비주류 의원 모임인 ‘구당모임’ 의원들까지 8일 문 대표의 관훈토론회 발언에 대해 ‘유감’이라는 단체성명을 내고 “문 대표는 혁신전당대회를 당권경쟁으로 폄훼해버렸다. 혁신과 야권대통합의 전당대회를 분열과 대결의 장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며 한 목소리로 문 대표가 혁신전대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입(민집모)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7일 결성된 비주류 의원 모임인 ‘구당(求黨)모임’은 8일 첫 회의를 가졌는데 구성원은 강창일·권은희·김동철·김영록·김영환·노웅래·문병호·박혜자·신학용·오제세·유성엽·이개호·이윤석·임내현·장병완·정성호·최원식·최재천·황주홍 의원 등 19명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이들 중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병호 의원은 안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서 20~30명 규모의 비주류 의원들도 집단 탈당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해온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뒤 통합신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8일 국회에서 통합신당추진위 1차회의를 열고 안 전 대표를 향해 “이제는 결단해야 할 시점”이라며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가진 선택의 어려움과 부담을 알고 있지만 무 자르듯이 과감히 결별하는 것이 때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신당 합류를 종용하고 나섰다.
하지만 아직 당사자인 안 전 대표는 칩거에 들어간 채 말을 아끼고 있어 탈당과 잔류 중 그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야권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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