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기지표가 불안한 양상을 나타내면서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감이 서서히 확산되면서 당초 경기상승세를 낙관했던 한국은행이 당혹스런 표정이다.
한은은 전체적인 경기가 상승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일부 체감경기 지표와 심리지표가 다소 과장돼 있는데다 일부 경기선행지표가 실제 경기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도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일부 경기지표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자료를 내거나 반박하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으며, 나아가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이 실제 경기하강을 촉발하는 쪽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과 한은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상반기 국제수지동향과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 중소기업청의 제조업창업 통계, 산업자원부의 7월중 수출입 실적, 자동차 내수판매 등에 관한 기사는 일제히 경기의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언론매체에 보도됐다.
한은은 그러나 실제 해당 통계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나쁜 내용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통계청의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5개월째 하락하면서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는데 대해 한은은 내심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통상적으로 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하강을 예고하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이 지표가 실제 경기와의 `밀착성'이 떨어지는 듯 하다는 것이 한은의 자체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선행지수가 앞서가고 동행지수가 일정 시차를 두고 뒤따라가야 하지만 최근 두 지표가 거의 같이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선행지수에 포함되는 일부 심리지표가 혼선을 주고 있는 것 아닌가 여겨진다"고 말했다.
선행지표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원인 가운데는 건설투자의 부진과 기업체감경기지수와 소비자심리지수의 하락이 한몫하고 있는데, 실제 이 지표들만을 놓고 보면 경기를 반드시 비관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건설투자 부진은 지난해의 경우 공공부문에 대한 재정지출이 상반기에 조기집행되고 하반기에 집행규모가 상대적으로 축소된데 비해 올해는 상.하반기에 균형을 이룸으로써 2.4분기 건설 관련 지표가 나쁘게 나왔을 따름이며 하반기에는 오히려 건설투자 지표가 호전될 수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또 기업체감경기를 보여주는 7월 제조업 업황실사지수(BSI)가 77을 나타내 연중최저치를 기록하고 작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으나 2천929개 제조업체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할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태풍 피해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지수가 낮게 나왔다는 것이 한은의 생각이다.
특히 하한기인 7월이 업황BSI가 연중 최저수준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나마 최근 3년간 7월의 업황BSI 가운데 올해 7월의 지수가 가장 높았기 때문에 전적으로 비관적으로 볼게 아니라고 한은은 주장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선행지수가 하강세를 보이고 있을 따름이지 전반적인 경기는 여전히 한은의 예측대로 `하반기들어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상승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또 상반기 경상수지가 2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내 반기기준으로 9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내기는 했으나 당초 한은은 상반기 경상수지가 균형수준으로 예측했고 2억7천만달러 적자는 균형 범위내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5,6월 두달 연속 경상수지 흑자가 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 수출 증가율이 12.4%로 다소 둔화됐으나 현대차 파업에 따른 자동차 수출차질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괜찮은 성적이라는게 한은의 생각이다.
또 민간소비만 놓고 보더라도 신용카드 사용액과 내구재 소비, 가계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증가세 등은 여전히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그러나 한은 이러한 자체 분석을 공개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5개월째 하강하는 선행지수에 대해서는 통계청의 공식지표를 정면으로 반박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제조업업황BSI가 조사당시의 불리한 여건이 있기는 했지만 결과치를 전면 부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은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지표들이 언론에 부정적인 내용 일색으로 보도되면서 기업과 가계의 심리지표가 더욱 나빠지면서 실제 경기하강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는 곧 심리'라는 공식을 생각하자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약화되면 투자와 소비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경기를 그렇게까지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