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연 비주류 속속 ‘탈당’ 천명…安발 후폭풍 어디까지

당장 안철수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병호 의원의 탈당은 물론이고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유성엽, 황주호 의원도 이르면 이번 주 내로 탈당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안 의원 탈당을 계기로 새정치연합 내 탈당 바람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새정치연합은 물론 신당세력들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천정배, 박준영 등 일찌감치 신당 창당을 위해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던 인사들은 안철수 의원 측에 손짓을 보내며 기대를 한껏 드러낸 것은 물론 개별적으로 창당 준비 중인 신당세력들이 향후 통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어느 정도의 파급력이 있을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사태의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탈당 사태’의 여파로 새정치연합이 여당과 정상적인 법안 처리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게 되자 협상 파트너인 새누리당은 이 같은 상황에 당혹스러워 하는 한편 ‘안철수 파동’이 얼마나 확대될지 경계하며 애써 ‘공천권 지분 싸움’으로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 탈당 러시 본격화?…문병호 등 탈당 피력
문 대표와 안 의원 간 입장차로 끊임없는 갈등 국면을 이어오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결국 안 의원의 탈당으로 인해 규모가 어떻든 분당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내년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가장 예상하고 싶지 않은 파국적 결말을 맞게 됐다.
비록 대선후보로서의 안 의원 지지율이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른 3위에 불과하고 당내 기반이 취약해 탈당 여파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그간 문 대표를 위시한 당내 친노 주류에 반발해 온 호남 비주류를 중심으로 대규모 이탈 현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일단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나 문 대표와 대립이 극에 달한 의원들부터 속속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어 새정치연합으로선 사태 파장을 최소화하는 것 외에 현재로선 분위기를 반전시킬 방법이 딱히 없다는 모양새다.
이 같은 흐름을 보여주듯 안 의원이 탈당 의사를 밝힌 지 하루만인 14일 과거 안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냈을 정도로 가까운 문병호 의원은 “15일 저를 포함한 3명의 의원이 탈당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폭탄 발언으로 ‘탈당’ 신호탄을 날렸다.
문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함께 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시기상으로만 문제지 같이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김한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 김부겸 전 의원 등 비주류 유력 인사들과도 연계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다만 이날 문 의원이 자신과 함께 탈당할 의원으로 거론한 유성엽 의원은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점엔 동의하면서도 천정배 신당인 ‘국민회의’에 합류하는 것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일축해 탈당을 결정한 비주류 인사들 사이에서도 향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라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유 의원은 이날 오전 탈당계를 제출한 안 의원을 향해 “이미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2, 3개 그룹이 있다. 창당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충고하면서 “야권 전체와 생각을 공유하며 묶어낼 필요가 있다”고 자신만의 복안을 내놨다.
이들과 함께 이날 탈당을 예고한 황주홍 의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김한길 전 대표, 박지원 전 대표도 여러 가지로 진지한 고심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문 대표와 대치 중이면서도 탈당 의사는 아직 밝히지 않은 비주류 중진들까지 끌어들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황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탈당 규모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20~30명 정도가 규합될 것”이라며 “(탈당은) 3차까지 가지 않겠느냐”란 입장을 내놨다.
또 그는 신당들 간 연대에 대해선 “하나의 신당으로 통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도 한편으론 “새정치연합과는 선의의 경쟁을 할 수도 있지만 제한적인 선거 연대도 가능하다”고 밝혀 새정치연합과 완전히 관계를 끊진 않겠단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이날 김한길 의원은 황 의원의 예상대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다. 조금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며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제 거취 뿐 아니라 선거를 앞둔 야권의 상황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렇듯 탈당 의사를 드러내는 의원과 유보적인 의원들도 있는 반면 비주류 가운데서도 탈당할 의사는 전혀 없다는 의원들도 적지 않아 비주류 내에서도 각자 의견이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당무거부까지 하며 문 대표를 압박해온 비주류 핵심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내 역할은 할 수 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라며 ‘탈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심지어 탈당 의사를 밝힌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이 소속된 구당모임에서조차 이들 3명을 제외한 다른 의원을 탈당에 대해 적극 부인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구당모임은 이날도 “문 대표는 당 분열의 위기에서 무한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설득과 하소연을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문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놨는데, 이것과 별개로 탈당에 대해선 전혀 다른 반응을 내놨다.
구당모임 간사인 노웅래 의원이 이날 모임 후 “탈당은 잘못한 사람이 하는 거지, 우리가 왜 하냐. 저는 60년 대대로 민주당을 지켜온 사람”이라며 ‘탈당설’을 부인한 데 이어 정성호 의원 역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탈당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나가서 죽으나 안에서 죽으나 똑같은데 나가서 뭐하느냐. 국민 보기에 모양이 안 좋다”고 일축했다.
같은 구당모임 소속인 강창일 의원도 “탈당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 당은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의 것이 아니라 당원의 것으로 끝까지 남아 당을 지키고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 주승용, 박지원 의원 등 호남 비주류 중진들 역시 탈당까진 아직 고려치 않고 있어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기 위해 갈 길 바쁜 안 의원에겐 좋지 않은 신호로 비쳐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읽은 듯 탈당이 기정사실화되어온 호남 비주류인 김동철 의원도 “개인적으로 결단을 내린다기보다 당원들의 총의를 광범위하게 수렴해 조만간 선택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서는 등 ‘안철수발 탈당 러시’가 뜻대로 이어질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 ‘자기 지역구’ 향한 文·安, ‘폭풍전야’?
이 같은 상황에서 새정치연합 갈등의 진원인 문 대표와 안 의원은 각자 자신의 지역구를 찾아 ‘정국 구상’에 들어갔는데, 안 의원은 서울 노원구의 경로당을 방문해 ‘민생 행보’로 탈당 첫 일정을 시작했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을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에 비유하며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창업주였는데, 존 스컬리 대표한테 쫓겨났다. 그 다음 결과들은 잡스 노력의 몫”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마치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던 스티브잡스가 돌아와 경영난에 빠진 애플을 최고의 기업으로 부활시켰듯 자신이 현재 새정치연합을 탈당했지만 언젠가 돌아오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이날 첫 일정이 보여주듯 내년 총선에서도 별다른 변동 없이 현재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서 출마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그리고 현재 새정치연합에서 탈당 의사를 밝힌 의원들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서도 부인하며 세간에서 지지층 확대를 위한 행보로 보고 있는 15일 부산, 17일 광주를 방문하는 일정에 대해서도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등 상당히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한편 문재인 대표도 ‘모친 방문’을 내세워 15일까지 이틀 간 부산에 머무르며 정국 구상에 들어갔는데 이로써 이틀간 새정치연합은 대표 없이 ‘올스톱’ 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여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까지도 선거구 획정이 어렵게 되면서 정치권에 또 다른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문 대표와 안 의원 양측이 결별에 들어갔음에도 당내에선 여전히 ‘단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허한 울림처럼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날 새정치연합은 중앙위를 열고 “강력한 대안야당이 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질서 있는 당의 단합이 절실하다”며 집안단속에 나섰다.
이날 중앙위에는 당 대표마저 불참해 더없이 썰렁한 분위기임에도 안 의원 탈당의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몸부림인지 “혁신과 단합은 새정치연합의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지금부터 중앙위에서 확정한 전방위적 당 개혁과 당의 단합을 위해 전력질주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 이날 중앙위에선 안 의원의 10대 혁신안 중 부정부패 연루당원에 대한 당원자격정지 도입, 윤리심판원의 반부패기구 권한 확대, 유죄확정 당원 제명조치, 당 강령·정강정책에 반하는 선거연대 금지 등 4가지 사안을 당헌에 반영키로 의결해 이미 안 의원이 탈당했음에도 그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모습을 보여 일각에선 이 또한 ‘안철수발 탈당 바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 安 주도로 ‘신당세력 통합’ 가능할까
안 의원의 탈당이 새정치연합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가운데 일찍이 탈당해 독자적으로 창당 준비를 해오던 각 신당세력들도 정국 변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신경을 곤두세웠는데 ‘국민회의’를 창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안 의원을 향해 “정치적 비전을 공유한다면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천 의원은 탈당 인사들에 대해 “이 분들이 ‘새로운 정당 창당을 통해 야권의 주도세력을 교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우리와 같은 인식에 도달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하면서도 “이 분들과 함께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적·정책적 비전 공유 여부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작은 차이를 넘어 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널리 협력하고 포용적 자세로 함께 하겠다”며 새정치연합에서의 탈당을 종용하고 나섰다.
이와 별개로 ‘신민당’을 추진 중인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안 의원의 탈당을 전기로 “하나의 신당을 만들자”며 안 의원, 천 의원, 박주선 의원 측에 회동을 제안해 과연 ‘신당세력 통합’ 움직임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됐다.
박 전 지사는 이날 “신당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든 세력들이 모여 하나의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모든 세력이 마음을 비우고 한 자리에 모여 하나의 신당을 만드는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아직 당사자들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진 않고 있지만 향후 정국의 변화에 따라 새정치연합을 압도하기 위한 ‘신당세력 통합’이 안 의원 주도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어 많은 이들이 그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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