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내분, 수습 국면 접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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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연 지도부 “해당 세력, 책임 물을 것” 한 목소리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이 난국을 돌파하겠다”며 당 내분을 끝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그간 야권을 뒤흔들 것으로 점쳐졌던 ‘안철수 탈당 사태’의 여파가 예상 외로 급격히 잦아들면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7일 탈당키로 일찌감치 예고한 일부 의원들도 아직 당내에 있지만, 그럼에도 더 이상 탈당하겠단 입장을 내놓는 의원들이 전무한 것은 물론 안 의원과 연계할 가능성이 제기돼왔던 당내 비주류 유력인사들조차 탈당에는 거리를 두고 있어 일각에선 안 의원의 판단이 성급하지 않았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또 신당 세력 역시 아직은 구체적인 통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데다 안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조차 그를 따라 탈당하기는커녕 아직 안 의원의 당적이 살아있다면서 문재인 대표에 안 의원의 복당을 설득해달라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이런 결과를 예견했는지 문 대표를 비롯한 주류 세력은 탈당 인사들과 확실히 선을 긋고 당 기강잡기에 나서면서 총선 체제로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로써 향후 정권교체를 위한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성하겠다는 안 의원의 구상이 뜻대로 이뤄지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안 의원이 보수 중도층을 아우르는 행보를 보일 경우 새누리당에서 일부 의원이 합류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우리에겐 아직 12척 배 남아있어”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그간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저 문재인이 사즉생의 각오로 이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문 대표의 발언을 기점으로 내부 정리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우리에게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국민과 함께 끝내 승리하겠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혀 자못 비장감이 감돌았는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명량해전을 앞둔 막막한 상황에도 필승의 신념을 가졌던 이순신 장군의 이 같은 명언을 인용해 새정치연합 역시 최악의 상황에서도 총선 승리를 이뤄내겠다는 그의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촉박한 총선 일정을 의식한 듯 “더 이상 당 내부의 균열과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며 “일사분란한 공천체제로 전환시키겠다”고 천명해 사실상 자신을 중심으로 한 기존 체제로 총선까지 이어갈 뜻을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표는 “환골탈태를 하려면 기필코 혁신을 완성해야 한다. 당 대표의 공천 기득권이나 계파 공천 역시 발붙일 수 없을 것”이라며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통해 공천권을 국민들께 되돌려드리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비롯한 모든 공천에서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공천혁명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어떤 기득권적 요구에도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겠다”며 “저 자신부터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고 반드시 혁신을 이뤄내고 말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문 대표는 그간 이어왔던 비주류와의 기 싸움을 확실히 끝맺으려는 듯 “공천권 다툼과 당내 권력투쟁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당내 부정을 야기하면서 혁신을 무력화하고 당을 흔들어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원과 국민들께 이 시련을 이겨내고 승리의 길로 함께 가자고 호소한다”며 “국민의 삶을 지키는 강한 야당의 길을 가겠다”고 해 탈당 여파를 털어내고 결의를 새로이 하려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같은 당 대표의 의중이 이미 스며들었는지 이날 최고위원들 역시 “강력하게 당의 기강을 세워야 한다”며 한 목소리로 부응했는데, 범주류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더 이상 당내에서 탈당을 부추기는 자해적 언행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확실히 못 박았다.
 
전 최고위원은 “똘똘 뭉쳐도 시원찮은 판에 여전히 네 탓 남 탓만 하는 ‘탓 정신’은 잠시라도 중단해야 한다”며 “이것이 계속된다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다는 국민적 비판과 비난에 직면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또다시 탈당을 부추기는 사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최고위원 역시 “계파청산을 외치는 쪽이 계파를 규합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쪽이 오히려 내려놓지 못하도록 하는 기제를 작동시키고 있다”며 “전부 기득권을 내려놓는 살신성인의 자세가 아니면 전부 공멸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추 최고위원은 “이제 지칠 때도 되지 않았느냐”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 상처가 아직 지지자에게는 남아있는데, 그 때를 다시 경험하는 기분”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비주류 핵심인사로서 지난 11일 문 대표의 사퇴와 더불어 전대 개최를 요구했던 유승희 최고위원도 이날은 “더 이상 떠나는 당, 사람들이 떠나도 아파하지 않는 당이 돼선 안 된다”며 “통합을 위해서라도 당내에서 탈당 인사들을 비난하거나 나갈 사람들은 빨리 나가라는 언사는 자제해야 할 것”이란 입장을 내놔 ‘통합’ 분위기에 가세했다.
 
◆ 비주류, 당내 잔류 가닥…탈당 기세 주춤
 
▲ 안철수 의원과 가까운 송호창 의원은 사실상 당에 잔류할 뜻을 안 의원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당장 탈당 행렬이 이어질 것처럼 보였던 비주류 진영은 정작 ‘눈치작전’ 끝에 상당수가 당내 잔류키로 의견을 모은 모양새다.
 
정작 안 의원의 탈당에도 여전히 문 대표 체제가 붕괴되지 않고 굳건한 것은 물론 막상 탈당을 택해도 뚜렷한 비전도 보이지 않아 잔류는 불가피한 선택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당장 안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송호창 의원조차 당 잔류를 택했는데 송 의원의 잔류 의사를 전해들은 안 의원은 “차마 그것(탈당)은 제가 요청드리기 어렵다”며 “본인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안 의원 측으로 분류된 인사들 중 송 의원은 이번에 탈당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는데 지난 대선 당시 안 의원과 함께 하기 위해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을 한 차례 탈당했다가 안 의원을 따라 복당한 바 있어 또다시 탈당하기엔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대신 송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와의 인터뷰에서 “당헌·당규상 이틀 내에 당원명부를 말소하는 절차가 있는데 아직까지 이틀이 지나지 않았다”며 안 의원의 당적이 아직 살아있다는 궁색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어 “지금 상태로 갈라지게 되면 내년 1월이나 2월에 가선 다시 통합과 연대 문제를 놓고 소모적 논쟁을 하게 된다”며 “문 대표가 안 의원의 탈당을 막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안 의원의) 탈당계를 들고 가서 당내 개혁을 이루고 야권 통합을 이루자고 절박하게 매달려야 한다”고 이미 현실성 없어진 주장만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그가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에 대해 ‘쫓겨났다가 후일 돌아온’ 스티브 잡스에 자신을 빗댄 안 의원의 발언에 비쳐보듯 나중에 안 의원이 복당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미리 가능성은 열어두기 위해 측근인 송 의원이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또 탈당 대열에 합류해 안 의원과 연대할 것으로 물망에 올랐던 비주류 인사들 중 하나인 김부겸 전 의원 역시 이날 탈당 가능성을 극구부인하고 나섰는데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당이 어려우니 어떻게든 수습해야 한다는 당위감이 더 옳게 다가온다”고 입장을 내놨다.
 
김 전 의원은 “지금까지 어떤 야당도 분열해서 국민들에게 좋은 성과를 거둔 예는 없다”며 “그것(탈당)을 아주 선명하게 부인한 말”이라고 거듭 탈당과 거리를 뒀다는 자신의 뜻을 피력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구조는 철저한 양당 구도. 그게 정치 현실”이라며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 문 대표를 비롯한 당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소속 의원들이나 당원들에게 최소한의 믿음을 주고, 불편부당한 공천을 해야 한다”고 현 체제에 순응할 방침을 내비쳤다.

한편 이미 탈당 의사를 밝혔던 유성엽 의원도 지난 14일 호남의원 모임에서 “문 대표의 결단에 따라 내 거취여부도 가변적이 될 것”이라면서도 지역구에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론을 내놓겠다고 밝혔는데 일각에선 ‘탈당’ 정도의 사안이면 이미 의견수렴이 끝났어야 정상인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직 분위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 안철수 “허허벌판에 혈혈단신…국민만 믿는다”
 
안 의원 탈당의 파장이 이처럼 잦아들며 추가탈당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 대해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구 상계동에서 희망나눔 연탄배달 행사 도중 기자들과 만나 “허허벌판에 혈혈단신으로 서 있고 나한테는 가장 어려운 선택을 했다”며 탈당 결정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만 믿고, 국민들만 보고, 정치가 국민들을 두려워 할 수 있게 하는 일을 꿋꿋이 해나가겠다”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전날 안 의원은 부산을 찾아 새정치연합을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하는 등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이날은 야권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정부여당을 질타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이런 가운데 일찌감치 문병호 의원 등과 동반 탈당하겠단 의사를 밝혔던 황주홍 의원은 이날 오후 전남도당 당사에서 가진 당직자 간담회에서 “현재의 야당으론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승리 가능성이 없다”며 “앞으로 안철수, 천정배 의원 등과 함께 하는 단일대오의 새 야당을 만들기 위해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17일로 예정된 ‘탈당 선언’ 일정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황 의원은 다음 주 중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온 주승용 최고위원은 물론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호남 비주류 중진들조차 탈당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어 그의 발언대로 다음 주에 연쇄탈당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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