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코시안 가정, 언제까지 먼 나라 사람들이어야 하는가
지난 3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혼인 중 약 13.6%가 국제결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남성과 동남아, 조선족 등 여성의 결혼이 급증, `코시안'이라 불리는 한국계아시아인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1997년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단체에서는 한국인(Korean)과 아시아인(Asian)의 합성어인 코시안(Kosian)을 만들어 한국계아시아인, 이른바 한국인과 아시아인 자녀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국제결혼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으로 이주해오는 아시아 노동자 가족이 늘어남에 따라 국제결혼가족, 아시아 노동자 가족을 포함한 다문화 가족, 다문화 가족이 모여 사는 동네 등의 넓은 의미를 가진 단어로 변해간 것이다.
안산 원곡동에 위치한 `코시안의 집'의 김영임 원장은 "코시안에 대한 우리나라 법체계 자체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라며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이들, 코시안을 받아들일 준비에 대한 미흡한 실정을 꼬집었다.
이미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혼혈아는 약 6천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특별교육프로그램은 사실상 갖춰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외모에서 오는 이질감은 특히 사춘기에 막 접어들기 시작한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로 다가온다. 김영임 원장은 "코시안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사회에서 차별 받을 것을 걱정한다"며 부모들이 찍힌 `이방인'이라는 낙인이 아이들에게 케케묵은 유물로 돌아가는 것을 우려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내에서 태어난 아이도 부모가 외국인이거나 비자는 없는 경우에는 태어남과 동시에 불법체류자가 된다. 그와 동시에 의료·교육 및 기타 생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되고 이에 김 원장은 "코시안이 많은 지역에는 전폭적인 코시안 지지 시설, 교사, 새로운 교재, 통합교육 등을 제대로 갖추는 등의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몽골에서 온 코시안, 히스게(14, 여)는 4년 전 엄마와 한국에 왔다. 학교 몽골반에서 한국어·수학 수업을 듣는 아이는 "SS501의 허영생이 제일 좋아요"라며 한국의 여느 학생들과 별다른 바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엉성한 한국어 발음으로 "몽골반 6명 친구들하고(만) 친해요"라고 말하는 히스게에게 어느 한국인 학생들도 손을 내밀어주진 않은 듯 보였다.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는 소극적인 히스게의 모습이 그 또래 활발한 아이들과 상당히 대조된 모습이 2년 동안 한국사회가 아이에게 보여준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요즘, 한국계미국인 `하인즈 워드'의 국내 방문과 장학재단 설립 등으로 인해 혼혈아와 더불어 코시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올 9월이면 부산에 코시안 대안학교가 설립될 예정이며 여성가족부(장관 장하진)는 코시안 가정의 안정적인 가족생활 및 한국사회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51개의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지정했다. 이중 21개 센터는 16개 시·도에서 국비를 지원, 운영되고 나머지는 지자체 내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이들을 `외국인'으로만 단정하고 있고 정책적인 대안보다는 그들을 같은 `한국인'으로 볼 수 있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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