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탈당세력, ‘중도’ 겨냥 정치실험 성공할까
野 탈당세력, ‘중도’ 겨냥 정치실험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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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호 등 “중도개혁 묶어 단일 신당으로”…새정연, 文체제 가속
▲ 문병호·황주홍·유성엽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연합을 동반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 / 원명국 기자
문병호 황주홍 유성엽 3인방이 17일 기존 예고한 바대로 동반탈당을 선언했다.
 
일찌감치 당내에서 문 대표 측과 극한 대립각을 세워왔던 만큼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이들의 탈당은 예정된 수순이라 여겨지고 있었다.
 
그래선지 다음 주중 추가 탈당이 있을 것이란 이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 내에서 더 이상 탈당 기류는 감지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먼저 탈당한 안 의원을 비롯해 모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중도개혁’을 지향한다는 이들의 정치실험이 관연 성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무당층을 중심으로 그 행보를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다.
 
◆ 문병호·황주홍·유성엽 “중간층까지 지지 확대”
 
당내 비주류 진영에서 점차 탈당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병호·황주홍·유성엽 3인은 17일 ‘야권 재편’을 표방하며 탈당을 감행했다.
 
이들의 탈당은 일찍이 예견됐던 만큼 당장 추가적인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은 낮아 보이나 안 의원이 탈당한 이후 이뤄진 첫 동반탈당인데다 그간 새정치연합 내 탈당이 천정배, 박주선, 안철수 등 개인별로 조금씩 탈당했던 형태라면 비록 소규모지만 이번엔 현역의원 3인이 공동으로 탈당을 선언하고 한꺼번에 나간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들 3인은 호남 비주류로서 문 대표와 대립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문병호 의원이 앞서 탈당한 안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적이 있었을 만큼 안 의원의 측근이라면 황주홍·유성엽 의원은 안 의원과의 관계보단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공평위)의 현역의원 20% 컷오프 방침에 반발해 문 의원과 한 배를 탔다는 점에서 탈당 계기가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즉 황주홍·유성엽 의원은 문 대표 측이 비주류를 공천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며 공평위의 평가기준은 물론 컷오프 행위 자체에 반감을 드러낸 반면 안 의원 측은 호남 비주류를 표적삼기 위한 조치여선 안 된다는 점은 같이 하면서도 컷오프 범위를 보다 확대해 주류까지도 과감히 배제할 수 있는 혁신을 해야 한다는 방향에서 논점이 다르다.
 
이렇게 방향성은 다를지라도 문 대표를 위시한 당내 주류를 공공의 적으로 삼아 이들은 동반탈당과 함께 ‘삼각동맹’을 구축할 것을 천명했는데 “문재인 대표는 거듭되는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반성도, 책임도, 대책도 없으며, 자기만 옳다는 아집과 계파패권에 눈이 어두워, 승리의 길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날도 문 대표에 대해 날을 세웠다.
 
특히 이들은 문 대표에 대해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의 정권교체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평가하며 자신들이 새누리당에 이길 방안으로 “지지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 문 의원 등은 “앞으로 계파패권이 만들어 놓은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새정치연합 지지층은 물론 중간층까지 지지를 확대할 것이며 동시에 모든 야권의 대단결과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며 “중도개혁을 지향하는 모든 세력을 묶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호남이나 수도권 등 기존 야권 우세지역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 지지층 중 중도보수 성향이 있는 지지자들까지 대상으로 삼아 지지 기반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전략인데 자칫 여권의 표를 잠식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새누리당에서도 이 같은 야권 분열 양상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또 이들은 ‘좌우 진영 논리’에 얽매인 기존 정치권과 달리 민생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 “한국정치는 여전히 낡은 진영싸움에 몰두하고 있다”며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정치의 중심의제로 만들 것이며, 새누리당의 재벌비호 보수정치에 맞서는 한편 기존 야권의 낡은 운동권 정치와도 단호히 결별하겠다”고 말해 특정 정치색을 띠지 않음으로써 좌우 중도층을 흡수하겠단 속내를 확실히 내비쳤다.
 
그런 일환에서인지 문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여야 중도층을 끌어오기 위해 필요한 인물로 새정치연합 손학규 전 고문과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꼽았는데, 손 전 고문에 대해선 “삼고초려해서라도 데려오려고 한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문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쉽게 할 수 있겠냐마는 공감대나 이심전심은 있을 수 있다”며 “여당 내에서도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분들은 당연히 같이 할 수 있다”고 손을 내밀었다.
 
◆ 與마저 안철수發 신흥 세력 ‘잠재우기’ 나서
 
이 같은 ‘지지기반 흔들기’를 경계할 의도에선지 새누리당은 줄곧 안 의원의 탈당은 물론 신흥 정치세력의 등장에 비난을 퍼부었는데, 특히 최근 정부여당에 날선 비판을 하고 있는 안 의원에 대해선 “안철수식 정치야말로 새 정치가 아니라 우리 정치에서 철수돼야 할 구태의 전형”이라며 극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의원이 탈당하면서 의사결정 구조가 무너지고 현재의 입법 비상사태를 만들었다”며 “입법부 일원으로서, 제1야당 대표까지 역임한 분인 안 의원은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느냐. 말만 앞세우고 아무런 개혁도 못하고 무책임한 비판만 쏟아낸 게 안 의원이 한 일”이라고 야권 분열의 모든 책임을 안 의원에 전가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어 “총선이 120일 남았는데 이 짧은 기간에 언제 창당하고 전국 현안을 어떻게 파악해 정책 공약을 마련할 건가. 또 뜬구름 없는 정치 구호의 전략에 국민은 속지 않는다”며 안 의원이 표방하는 ‘새 정치’는 총선까지 남은 정치일정상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혹평했다.
 
과반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정당 지지도에서도 항상 앞서온 새누리당이 이제 무소속이 돼버린 안 의원 측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파악할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실시해 17일 발표한 ‘4·13총선 지지정당후보 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안철수 신당이 포함되지 않았을 때 정당 지지율이 40.5%에 이르지만 안철수 신당이 조사에 포함될 경우 새정치연합이 2.7%p의 지지층이 빠져나가는데 비해 새누리당은 5.3%p나 빠져나가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14~16일까지 실시된 대권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야당의 내분 사태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와 안 의원은 각자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동반 상승한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지층이 오히려 떨어진 결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안철수 의원의 지지도인데 탈당 이후 진보, 중도는 물론 보수층에서까지 모두 고르게 약진하는 결과를 내며 박원순 시장을 밀어내고 김 대표와 문 대표에 이은 3위로 도약해 심상찮은 잠재력을 드러냈다.
 
◆ 새정치연합 내 비주류, 이대로 밀려나나
 
▲ 새정치연합 주류인 최재성 의원은 17일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당내 정치혁신 기조를 부각시키는 한편 비주류가 반발할 명분을 차단하는 데에 힘을 보탰다. 사진 / 원명국 기자

한편 새정치연합은 안철수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을 빠져나가면서 당 주류에서 오히려 당 내분을 정리하기 한층 용이해졌는데 여론의 향배를 살피며 부득불 당내에 아직 잔류하기로 결정한 비주류 인사들은 완전히 코너에 몰린 분위기인데 반해 주류 측은 야심차게 준비해온 ‘온라인 입당’부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우선 동원력이 월등한 친노 세력이 당을 장악하는데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서 비주류측이 우려해온 ‘새정치연합 온라인 입당 조치’는 전날 오전 9시를 기점으로 받기 시작한 결과 16일 밤 12시까지 1만 6602명이 신청을 마쳤고, 오전 한 때는 동시 접속자가 폭주해 사이트가 일시 지연될 정도로 엄청난 성과를 냈다.
 
최근까지 지속된 야권 내분 상황으로 인해 여론에 부정적 인상으로 자주 비쳐졌던 새정치연합 측에선 이 같은 ‘입당 폭주 사태’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이탈이 예상보다 심하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나오는 한편 이를 계기로 그간 비주류의 주장을 일축하며 갈라설 각오까지 했던 문 대표 측은 가일층 힘을 받게 된 셈이다.
 
이와 더불어 17일 새정치연합 탈당 3인방의 기자회견에 이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주류인 최재성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 일정을 잡아둠으로써 ‘당 쇄신’ 모양새를 내 연쇄탈당 명분을 원천봉쇄하려는 속내를 내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날 새정치연합 당원을 중심으로 한 ‘새정연 전국대의원, 권리당원 연대회의’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주류를 겨냥해 “특별한 사유도 없이 전당대회에서 뽑힌 당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고 중앙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된 혁신안을 무력화하려는 행태가 계속된다”며 “공천권과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소수 국회의원들의 당이 아니다”라고 ‘비주류 압박’에 보조를 맞췄다.
 
이렇듯 노련한 대응으로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체제가 점차 공고해지면서 비주류 인사들조차 엇갈린 반응을 내비쳤는데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고위원회 복귀를 여전히 거부하겠단 방침을 밝히면서 문 대표의 2선 후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맞불을 놨고, 김한길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표의 표정과 말씀이 무섭다”는 입장을 내놔 문 대표 측과 여전히 대척점에 섰다.
 
김 전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가 “당을 흔들며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선 책임을 묻겠다”고 한 발언을 꼬집어 “이 단호함과 엄격함은 먼저 거울을 보면서부터 적용돼야 마땅하지 않겠느냐. 야권 분열상에 대한 모든 책임을 남들에게만 묻는다면 세상에 참으로 민망한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반해 비주류 인사 중에서도 그간 안철수 의원 측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세간에 회자됐던 김부겸 전 의원은 전날 새정치연합을 탈당할 가능성부터 확실히 일축한 데 이어 이날은 안 의원을 향해 “자기가 마시던 우물에 침을 안 뱉는 게 정도”라며 최근 새정치연합에 독설을 쏟고 있는 안 의원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안 의원과 대립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처럼 당내 잔류한 비주류 인사들은 자신들끼리도 각자 입장에 따라 갈 길을 달리하는 분열 양상을 띠면서 향후 문 대표 체제에 일치단결해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각 세력 간 지지층 색깔이 점차 뚜렷해지면서 내년 총선은 기존 여야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이어 무당층과 중도층을 중심으로 한 안철수 세력의 3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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