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찬성 및 반대 촛불집회 장기화 전망, 지역 민심도 요동쳐
탄핵가결 이후 전국 곳곳에서는 시민 사회단체와 노사모 회원 등을 중심으로 수만명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 촛불시위와 거리행진을 벌이며 탄핵 무효화를 외쳤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사흘째인 지난 14일에는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한편 이에 맞서 탄핵을 지지하는 보수단체들도 대규모 집회를 개최해 세(勢) 대결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자칫 탄핵을 둘러싼 세력간의 갈등이 표면화될 전망이다.
탄핵 반대 촛불집회 장기화 전망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5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탄핵무효부패정치척결을 위한 범국민행동' 준비모임은 휴일도 잊은 채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탄핵규탄 촛불집회를 열었다. 범국민행동은 집회에서 "이번 사태를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의 구도로 보지 말라"며 "수구.부패 정치를 일삼는 국회의 정면 도전에 대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범국민행동은 13일부터 '탄핵무효·부패정치 척결'을 주제로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15일 준비회의를 거쳐 17일쯤 범국민행동을 정식 발족하고 토요일인 20일 범국민집회를 개최한다.
이와 관련, 환경운동연합이 1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교보빌딩 남측 소공원에서 '탄핵무효와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갖겠다는 내용의 집회신고서를 14일 종로경찰서에 제출하는 등 탄핵반대 촛불집회 열기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화로 가는 인천시민연대'와 인천 경실련도 인천 롯데백화점 앞에서 1000여명이 모여 규탄집회를 한 뒤 부평역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이 밖에 대구.광주.마산.여수 등에서도 집회가 열려 시민들을 상대로 탄핵 무효화 서명을 받았다.
한편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촛불집회와 집회비용 마련을 위한 거리모금도 시작됐으며 경기 오산에서는 한나라당 의원 사무실 유리가 시위대에 의해 깨지기도 했다.
보수단체는 탄핵 찬성 집회
북핵저지시민연대, 베트남참전전우회, 예비역대령연합회 등 30여개 보수단체는 지난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 결의안 가결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15일 오전 전국의 140여개 보수단체가 참가하는 대책회의를 열고 대통령 탄핵문제에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북핵저지시민연대 박찬성 대표는 "언론이 탄핵 반대 시민단체만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며 "우리도 5만, 10만명의 집회를 열어 세 대결에 나서겠다"고 밝혀 자칫 충돌이 예상된다.
탄핵가결 이후, 영호남·충청권 민심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지역 민심도 요동치고 있다.
탄핵 규탄 집회 참가자가 12일 이후 꾸준히 늘고 있는 데서 부산에서는 예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12일부터 시작된 집회 참가자들은 첫날 3천여명, 13일 1만여명, 14일 1만5천여명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고, 30~40대 '넥타이부대'에 주부들까지 거리에 나서고 있다.
정당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당연한 귀결"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다. 물론 일부에선 "당장은 한나라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총선까지는 아직 한 달이나 남아 있기 때문에 좀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또한 실제 탄핵 규탄 집회 현장에서는 제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응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의 정치구도 변화 여부까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충청권에서는 지난 12일 오후 6시, 대전 중앙로에서 처음 열린 탄핵규탄 촛불집회에 참석한 3500여명이 거리행진에 나서자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며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의사표현에 신중한 지역 정서에도 불구하고 탄핵반대 촛불집회에 12일 3500여명, 13일 4천여명에 이어 14일에도 시민 4천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충청권 주민들의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감은 어느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이처럼 충청권 주민들이 크게 분노하는 것은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내세웠던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전략에 따른 신행정수도 이전 등이 무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이 사상 최대의 폭설피해를 입은 사실도 분노를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탄핵안이 가결된 12일에만 해도 탄핵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탄핵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어쨌거나 정치 제대로 못해서 이런 혼란을 불러온 데는 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 이후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엔 '태풍'이 불고 있다. 민주당 분당 이후 고민하던 호남지역 유권자들이 탄핵안을 내놓은 민주당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 <광주일보> <광주방송>이 지난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43.6%) 지지율이 민주당(18.9%)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에서도 네티즌 논란 가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탄핵 관련 찬반 논쟁으로 들끓고 있다. 국내 최대의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다음카페에는 14일 현재 100개가 넘는 탄핵관련 카페가 생겨났으며 수초에 몇 개씩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와 엠파스 등 주요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뉴스 게시판에도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에 찬성한 193명 국회의원의 명단이 유포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카페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모두다 탄핵반대분위기라도 나는 탄핵찬성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불법정치자금 10분의 1 이상이 되면 대통령직 떠나겠다는 발언 등으로 탄핵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노 대통령 자신"이라며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게시판에는 영화와 TV드라마를 패러디한 '탄핵의 추억', '망국기 휘날리며', '탄핵 대장금' 등 주로 탄핵에 반대하는 합성사진과 탄핵반대 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패러디 사이트 딴지일보(www.ddanzi.com)는 '4.15일은 쓰레기 분리 수거의 날'이라는 배너 화면을 통해 해당 정보를 싣고 '당장 저장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이에게 퍼뜨려 주시기 바란다'고 권유하고 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노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올리고 있는 일부 게시물이 사전선거운동 등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불법 집회 강경 대처
경찰은 14일 "최근 탄핵과 관련한 촛불 집회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집회"라며 "평화적인 집회로 유도하되 폭력 행위 등이 발생할 경우 철저히 대응 해 사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일몰 후의 집회는 모두 불법"이라며 "탄핵반대 집회에 대한 법률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영등포 경찰서는 탄핵안 가결에 앞서 여의도에서 사전 신고 없이 집회를 개최한 국민의 힘 공동대표 김명렬, 심화섭씨 등 관계자 4명에게 19일 오후 2시까지 출두하라는 요구서를 보냈다.
/취재 이성심 기자 lss@sisafocus.co.kr
사진 임한희 기자 lhh@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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