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연, 본격 총선체제 개편 돌입
새정연, 본격 총선체제 개편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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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 공석 충원 등 ‘安風’ 뚫고 당 정상화 나서
▲ 새정치민주연합이 18일 고무적인 온라인 입당 결과를 내세우며 문재인 체제에 급속히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내분은 안철수 의원 탈당을 전환점으로 급격히 수습되는 분위기다. 비주류의 당무 거부, 당직 사퇴 심지어 탈당 감행조차 친노 주류의 앞길을 막진 못했다.
 
안 의원과의 격돌로 한바탕 파란이 일어난 이후 문재인 대표는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총선준비에 몰두하기 위해 우선 공석 충원 및 당 조직 정비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 인선을 통해 안 의원 탈당 사태 이후 문 대표의 정국 구상을 살펴볼 수 있는 만큼 어떤 인사가 임명될지에 대해 계파를 막론하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인사 조치엔 주류와 비주류 간 충돌 결과가 뚜렷이 반영돼 주도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아직 당내 잔류하고 있는 비주류들의 입지는 향후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탈당 인사들은 벌써부터 세력 규합을 위해 ‘통합’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어 신당 세력과 얼마나 빨리 연대할 수 있는지가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 새정연, ‘탕평’ 기조 접고 ‘친문(親文)’ 체제 대두
 
새정치연합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비주류인 최재천 의원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정책위의장직에 이목희 의원을 임명했다.
 
신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된 이 의원은 민주평화국민연대 출신의 개혁적 성향을 가진 재선 의원으로 고 김근태 상임고문 계열 인사이면서 지난 2012년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대선캠프 기획본부장을 지내는 등 문 대표 측과도 가까운 주류 측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임명은 친문 주류 인사를 내세웠다는 점이 돋보이지만 한편으론 정부여당이 강조하고 있는 ‘노동법’ 처리 여부를 두고 양당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노동전문가인 이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함으로써 정부의 ‘노동개혁’에 본격 맞대응해 나가겠다는 의도까지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 18일 전략공천관리위원장엔 지난달 30일 호남지역 불출마를 선언하며 ‘중진 험지출마론’에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던 호남 출신 4선 중진인 김성곤 의원이 임명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장 주목받게 될 ‘전략공천관리위원장’직엔 지난달 30일 호남지역 불출마를 선언하며 ‘중진 험지출마론’에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던 호남 출신 4선 중진인 김성곤 의원이 임명됐다.
 
호남 출신임에도 주류 측에 속하는 몇 안 되는 인사로 꼽히는 김 의원이 전략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되면서 내년 총선 때 전략공천 대상이 될 지역구 출마 후보의 약 20%는 주류 측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공천위는 당이 우세한 지역과 열세한 지역을 분석하고 전략 공천할 지역을 가려내는 역할을 하기에 총선을 앞두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어느 곳보다도 중립성과 공정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이번 위원장직에 주류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향후 당내 ‘공천 잡음’을 일으킬 또 다른 불씨가 되진 않을지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략공천관리위원장 외에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들의 도덕성 등을 검증하는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 위원장직 역시 정세균계로서 주류에 속하는 백재현 의원(재선)이 임명됐으며 예비후보자 이의신청처리위원장에 임명된 인재근 의원(초선)을 비롯해 비례대표 선출 시행세칙 제정 TF팀장에 임명된 홍익표 의원(초선) 역시 범주류로 분류되는 인사다.
 
또 아직 임명되지 않은 총선기획단장엔 전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던 최재성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주류 일색’인 이번 인사에서 보듯 벌써 비주류 공천 배제를 위한 사전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직능대표자회의 출범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노에 치우쳤다고)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이제 당에 주류, 비주류 또는 친노 비노 이렇게 따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변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펴는 이유는 이목희 의원은 주류로 분류되긴 하나 그다지 계파색이 강하진 않은 편이고 김성곤 의원은 호남 출신이 상당수인 당내 비주류와 같은 호남계로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표는 일방적인 ‘문재인 체제 구성’에 대한 반발로 자칫 비주류의 연쇄탈당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둔 듯 전국직능대표자회의 출범식에서 “새정치연합은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책임질 유일한 대안정당”이라며 어차피 비주류 측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친문 체제’가 이미 확립된 듯 그간 비주류를 겨냥해 주류 측이 펼쳐 온 주장으로만 가득 찼는데 주류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새정치연합에 온라인 당원가입 조치가 도입된 이후 벌써 44000명이 새로이 입당했다며 “탈당의 힘보다 입당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국민들께서 보여줬다”고 탈당한 안 의원 측을 겨냥해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정 최고위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분열되고 갈라져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에게 다시 일어나라고 단합하라고 단결하라고 명령하고 있다”며 “이제 분열적 언어를 중지하고 통합과 대동단결의 언어를 사용하며 네거티브의 단어를 중지하고 포지티브의 단어로 우리가 중무장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주류인 전병헌 최고위원 역시 이날 “우리는 날이 새도록 분열적 갈등이 있었다”며 “날이 마침내 새었다. 이제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으로 날이 샌 것이다”라고 내분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전 최고위원은 비주류를 꼬집어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날이 샌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여전히 분열의 노력을 분열의 언어를 이야기 하는 것은 너무나 우리에게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야권이 분열돼 새정치연합의 총선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제는 논란과 분열을 멈추고 누차 반복하지만 대표에게 일정한 수습의 시간을 주고 지켜보는 여유와 관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전 최고위원은 이어 “더 이상 분열한다면 야당 분열을 걱정하고 노심초사하는 우리 지지자에 대한 모욕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서로 자각해야 할 때”라며 “또한 중재가 양비론으로 흐르게 되면 논란을 잠재우기 보다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여기서 ‘양비론’ 발언은 앞서 이 자리에서 “비주류는 뜻대로 안 되면 탈당하겠다는 생각, 주류는 나갈테면 나가라는 식의 생각들이 있다면 모두 버려야 한다. 타협이 미덕”이라며 주류와 비주류 모두를 아울러 질타한 이석현 국회 부의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부의장은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탈당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정도를 벗어난 것이고 정말 유감”이라면서도 “듣기 싫어도 듣고, 보기 싫어도 참아내는 인내와 아량을 주류와 비주류가 함께 가져주길 바란다”며 주류에게까지 책임을 돌린 바 있다.
 
또 그는 “탈당을 막기 위해 중재노력을 해온 중진의 한사람으로서 안 의원 등의 탈당을 막지 못한 것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국민 앞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계파적 귀속력이나 치우침이 없이 당을 걱정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많은 정당이 진정 건강한 정당”이라며 “탈당사태를 막기 위해 중재노력을 해온 중진의원을 어느 쪽도 비난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이 부의장은 “부부가 이혼할 때까지는 부부싸움을 말리지만, 일단 이혼하고 나가면 이제는 집에 남은 식구들을 다독거리고 화합해서 보란 듯이 잘살아야 한다”며 “화합에 실패해서 안 의원을 잃었지만, 혁신마저 잃는다면 개도 구럭도 잃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당원이면 누구라도 고통을 이기며 혁신의 성공을 기원해야 한다”고 혁신을 위해 ‘단합’된 목소리를 낼 것을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하에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는 유승희 최고위원과 같은 비주류 인사들은 당 내홍 사태와 관련해선 이날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아 주류 측이 집중적으로 언급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 안철수 측 ‘통합’ 움직임 나서나
 
이처럼 점차 문 대표 중심으로 체제 개편이 가속화되는데 반해 이제 막 탈당한 안 의원 측은 단일 체제를 구성하는데 겨우 첫 발을 뗀 수준이다.
 
전날 탈당한 문병호 의원은 안 의원 측 인사로 분류되는데 18일 야권 신당 재편과 관련, “친노 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통합세력이 하나의 세력으로 뭉쳐야 한다”며 개략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문 의원은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려면 박근혜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이 다 모여 야권을 재편해야 한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야권의 패권주의, 친노세력”이라며 친노 측과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는 총선준비 기구 인선과 새정치연합 온라인 당원 모집 결과 등에 대해서도 “친노패권주의가 더 강화될 것이고, 온라인 당원 입당도 결국 친노세력의 결집”이라고 혹평하며 “날이 갈수록 친노 색깔이 강해진다. 문 대표가 신당을 도와주고 있다”고 비아냥했다.
 
또 문 의원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나 정동영 전 의원과 연대할 가능성에 대해선 “당연히 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신당 구상은 탈당한 분들과 충분한 상의를 거쳐 전체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친노 측에 대해서도 “친노 패권주의 세력이 반성하고 패권을 내려놓는다면 같이 할 용의가 있다”며 “철저한 반성을 통해 다시 태어날 때만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연대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 의원 측이 이런 반응을 내놓은 이날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안철수 의원과 제가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만든다는 목표를 공유해서 간다면 큰 틀에서 개혁의 방향이나 노선에 차이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함께 할 뜻을 거듭 내비쳤다.
 
천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 전에 혁신전당대회를 주장하며 박근혜 정권의 폭정에 맞서서 저 천정배 등과 함께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는데, 이 제안에 크게 공감한다”며 안철수·박주선·문병호·유성엽·황주홍 등 탈당 인사 6인이 회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일화 의지를 확실히 했다.
 
그는 안 의원과 함께 할 때 주도권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 등에 대해선 “한국정치에 새로운 싹을 키우는 데, 진짜 야당을 한 번 제대로 만들어보는 데 헌신하면 족하다”고 양보할 의사를 전하며 신당의 방향에 대해 “개혁적 원칙을 잘 세워가야 한다. 새정치연합의 공천에 탈락해서 오거나 오로지 자기 생존을 위해 오는 사람들과는 같이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안 의원의 탈당이 일어나고 불과 일주일동안 이처럼 새정치연합의 안팎에서 확실하게 주류와 비주류 측이 각자 세력규합에 나서면서 향후 총선에서 지지층 역시 극명하게 색깔이 갈릴 것으로 보여 우리 사회에 미칠 선거 후유증 역시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입당으로 분위기를 고무시키며 내부 결속에 나서는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정치연합과 예상보다 높은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힘을 얻은 안 의원 측의 단일화 시도가 내년 총선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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