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에는 두렵거나 꺼리는 존재였지만 현재는 일부 국민들의 시각이 변화되어 좋게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저 불쌍하다, 도와주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국민이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또한 이들이 사회성을 기르고 비장애인들과 같이 생활을 하고 직장을 갖기 위해 몸부림칠 때 그들은 왜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할려고 하는가라고 의문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이 불쌍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에덴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이순덕 관장과 장애인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다. 지난 1999년, 남편인 에덴복지재단의 정덕환 이사장의 뜻을 받아 사회복지이념을 바탕으로 장애인에 대한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의 인식개선을 위한 장애인 종합복지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장애인에 대한 각종 상담 및 사회ㆍ심리ㆍ교육ㆍ직업ㆍ의료재활 등 장애인의 생활에 필요한 종합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의 사회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에덴장애인종합복지관을 설립한 이순덕 관장을 찾아 진정한 봉사, 장애인복지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배고픈 사람만이 배고픈 자의 고통을 안다
이순덕 관장은 “몸이 멀쩡할 때는 장애인들의 힘든 삶을 몰랐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남편인 정덕환 에덴복지재단 이사장이 72년, 사고로 장애를 입고 좌절을 하고 있을 때 일본의 한 장애인 복지관련 비디오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는 이 관장은 “일본에서 장애 관련 비디오를 보고 남편과 내가 이제부터 이 일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 후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10년간 장애인들을 위한 사업을 하기 위해 무단히 노력을 했다는 이 관장은 “정말 이 사업을 하기 위해 눈물도 많이 흘렸고, 시련도 많이 겪었지만 이렇게 큰 사업으로 이루어진 것을 보면 정말 그때 흘린 눈물이 헛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남편인 정덕환 이사장의 뒤를 이어 에덴장애인종합복지관의 관장으로 취임하면서 구로구의 재가 장애인들의 집들을 둘러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는 이 관장은 “정말 놀랐다. 세상에 이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면서 “이 복지관을 잘 운영해야겠다”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에덴복지관은 여러가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먼저 재가 장애인들을 위한 홈헬퍼 및 서포터 지원, 보건의료지원, 문화여가지원, 또 장애아들을 위한 언어치료, 심리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방과후교실, 조기특수교육 등의 어린이들을 위한 사업. 여기에 취업을 원하는 장애성인들을 위한 취업 알선 프로그램 운영, 여성장애인공동작업장 운영,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적응훈련 등의 장애인들을 위한 성인프로그램과 더불어 에덴복지관의 설립목적인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사회통합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비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관장은 “관장인 저는 별로 한 일이 없다”며 “모두 이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하는 28분의 선생님들이 가장 고맙다”며 선생님들에게 공을 돌렸다. 비록 급여가 높지는 않지만 장애인들을 위해 힘쓰는 선생님들을 보면 마냥 고맙다고 말하는 이 관장은 “선생님들 개개인이 너무 고맙지만, 남자 선생님이 좀더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성 선생님이 필요한 이유를 묻자 이 관장은 “힘쓰는 일이 많아서...”라며 미소를 지었다.
◆힘들지만 보람있는 일
구로구에 있는 에덴장애인종합복지관처럼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관은 서울에만 33개의 기관이 각 구마다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복지관들의 운영은 서울시의 예산에 의존 하고 있다. 이 예산부분이 가장 힘이 든 점이라고 이 관장은 밝혔다. “복지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으로 해야 하는데 그 예산이 부족하니 이 점이 가장 큰 애로점”이라고 했다.
에덴장애인복지관은 각종 공모사업비를 제외하고 약 80%의 시비와 약 20%의 자부담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부족한 운영비를 위해 에덴복지관은 후원자를 개발하고, 년 중 2회, 후원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후원받은 물품을 파는 바자회나 일일찻집 등의 행사를 통해 부족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고, 여성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판매하여 그 장애인 각자의 수당으로 전액 지급하기도 한다. 이 관장은 “오래 운영되는 복지관일수록 힘들다”고 말한 뒤 “하지만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이런 금전적인 부분은 참을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장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외부의 눈초리다. 이런 힘든 일을 하는데 남들이 ‘시비 예산을 받으며 편하게 있구나’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 볼 때는 금전적인 부분보다 오히려 더 힘들다고 말한다. 이 관장은 복지관 운영에 대해 한마디를 더했다. “부족한 운영비도 문제지만 접근성의 문제, 곧 시설의 공간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발달이 늦는 아이들이나 언어적 소통의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제 때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시설이 협소해 이들이 예약을 하고 대기를 하면서 제 때 치료를 못 받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제 때 받아야 하지만 복지관의 시설 협소로 어려운 점을 보면서 좀더 큰 곳으로 시설을 잘 구비하여 옮기고 싶다”며 작은 소망을 밝혔다. 자신의 아픔보다 남들을, 특히 장애아들을 위하는 이 관장의 마음이 정말 이 일을 해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아를 둔 부모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이 관장은 주장 한다. 이 관장은 “남들과 다르니까 내 품에 끼고만 살겠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아들의 미래를 위해 그렇게 자기 옆에만 두면 정말 부모도 죽고 장애아들도 같이 죽는다고 강조를 한다. 이 관장은 “어느 병이든 일찍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확률이 배로 넘게 나온다”며 장애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장애를 둔 아이를 품안의 자식 이라고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일찍 사회성을 기르게 하고 치료나 훈련을 받으면 그들도 사회에서 인정받는 한 지체로 성장하게 된다”며 부모들의 의식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이 곳에서 정말 누워서만 지냈던 아이가 일찍 치료를 받고 두 발로 씩씩하게 걸어 다니는 것을 볼 때, 또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던 아이가 작업 활동을 할 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들을 보면 안쓰럽다”고 밝혔다. 복지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기쁨이 뭔지에 대해 물어봤을 때 이 관장은 주저 없이 많이 발전해가는 장애아들을 봤을 때라고 말했다.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하던 아이들이 복지관을 찾아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 기뻐 운영하면서 힘든 일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며 환하게 웃는 이순덕 관장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헌신이 무엇인가에 대해 새로 깨닫게 됐다. 이 관장은 마지막으로 “힘들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라며 “다시 태어나도 이 복지관을 운영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는 이순덕 관장. 이 관장의 꿈과 노력이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들의 차별을 허무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