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확고히 할까…적극적 참여 없을 수도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NK금융지주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미국 금리 인상이 임박했던 지난 7일 자사주 581만3186주를 장내 매도, 지분율이 12.85%에서 10.57%로 낮아졌다.
기존에 12.01%를 보유하고 있던 롯데그룹은 6개월여 만에 다시 최대주주 자리에 손쉽게 복귀했다. 지난 18일 BNK금융지주는 롯데장학재단을 비롯, 롯데제과와 일본 롯데 등 8개의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상징성 측면에서 최대주주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되는 롯데가 향후 BNK금융지주의 5300억원대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힘을 실어주고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 자리를 굳건히 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BNK금융지주는 지난달 17일 이사회를 열고 74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바젤 III 규제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한다는 목적이다. 주당 발행가액은 1만600원이고 발행 주식수는 7000만주였다. 하지만 이후 최근 주가 하락 때문에 신주 발행가액이 7570원으로 수정됐고 유상증자 규모도 2000억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최종 발행가액은 내년 1월 6~8일 거래 가격의 가중 평균 주가에 17% 할인율을 적용해 결정되기 때문에 주가 향방에 따라 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가 구주주 청약 후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롯데가 어느 정도의 지분을 사들이느냐에 따라 어부지리로 되찾은 최대주주 지위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을지의 여부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1980년부터 BNK금융의 전신인 부산은행(BS금융지주) 지분을 보유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수 십여년 동안 유지해 왔다.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롯데는 롯데자이언츠 등 프로야구팀까지 운영하면서 부산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BNK금융지주가 경남은행 지분을 인수하면서 주식교환방식으로 경남은행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자 합병비율로 인한 희비가 엇갈리면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롯데는 경남은행 지분이 없었지만 국민연금은 경남은행 지분을 5% 가량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가 35년 만에 2대 주주로 내려간 어색한 상황 속에서 BNK금융은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롯데 측에 참여를 요청했다. 롯데 역시 2대 주주이던 당시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이 사들일 수 있는 규모는 배정가능 주식의 20%까지 가능한 초과 청약의 경우 최대 807만주(약 610억원)다.
다만 최근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고 삼성그룹으로부터 화학 계열사들을 3조원에 사들이기로 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도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된다. 따라서 어쨌거나 롯데가 최대주주 지위를 되찾은 시점에 적극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보다는 일부 계열사가 소규모로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가뜩이나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BNK금융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발표 전 1만2600원이던 주가는 지난 21일 8660원까지 폭락했다. 시총도 1조원 가량이 날아간 상황에서 유상증자로 조달할 자금도 2천억원 가량 줄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대량 매도한 상황에서 롯데마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이번 유상증자가 흥행에 참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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