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잔치 벌이는 지방공기업 퇴출시켜야
빚잔치 벌이는 지방공기업 퇴출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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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방만경영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지방공기업 개혁에 강공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부채가 많거나 자본이 잠식된 부실 지방공기업에 대해 행자부 장관이 해산 요구권을 주는 지방공기업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재정 건실화와 지방공기업의 책임경영 강화 측면에서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지방공기업은 모두 334개나 된다고 한다. ‘xx도시공사’, ‘xx개발공사’, ‘xx시설관리공단’ 등의 지방공기업들은 세금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정책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에 투명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공기업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경영에 대한 책임을 등한시하는 바이러스라도 있는지 지방공기업들의 방만경영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가 출자·출연한 기관 등의 부채는 수 십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방공기업들은 부도날 위험이 거의 없다보니 예산 절감 의지는 물론이고 업무에 책임을 다하는 자세마저도 찾아보기 어렵다. 개정안 통과로 퇴출 1순위로 거론되는 태백관광개발공사의 경우 부채비율이 무려 1만6625%에 달한다. 상식적으로 부채비율이 1만%를 넘어가는 기업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부채비율 부동의 1위인 태백관광개발공사의 뒤를 1500%를 넘나드는 부채비율로 바짝 쫓던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은 최근 부채비율을 크게 낮췄지만 이는 공단이 지속적인 노력으로 부채를 크게 줄였다기보다는 2013년 자본금을 2배 이상 늘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부채금액 자체는 2012년 30% 가량 감축되기도 했지만 2013년에는 오히려 12% 가량 늘었다. 지난해 전국 지방공기업 부채 비율 평균은 140% 가량이었는데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의 부채비율은 366.62%였다. 정부가 이번 개정안에 담은 강제 해산 요구 행사의 기준인 부채 비율 400%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방공기업들의 수장 자리는 또 어떤가. 지자체장들이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에게 지방공기업 및 산하기관의 수장 자리를 나눠주는 행태는 이미 관행이 된 지 오래다. 공개모집을 한다고는 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한 지자체에서는 단체장 선거 캠프에서 사무국장을 맡았던 인물이 지방공기업 및 산하기관의 수장에 취임해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임원은 물론이고 계약직까지 낙하산이 판을 친다. 우리들의 세금으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통탄할 따름이다.
 
물론 이전에도 부실화된 지방공기업에 청산을 명령할 수 있는 청산 명령 제도가 있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0년 태백관광개발공사를 비롯한 3개 지방공기업에 청산명령이 떨어졌지만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청산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름 실효성 있는 강제 해산 요구 제도를 내년 3월부터 시행키로 한 것은 단비와도 같다.
 
내년 3월부터는 부채 비율 400%를 넘거나 자본완전잠식 또는 2년 연속 자본 50% 이상 잠식을 겪고 있는 지방공기업들에게는 행자부 장관이 지자체나 해당 기업에 해산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해산요구를 받은 지자체장은 60일 이내에 주민 공청회를 거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해산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한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해산을 요구한다고 해도 지자체장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 자칫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가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2016년에는 총선이 있고 2017년에는 대선이 있다. 2018년에는 지방선거도 있다. 어떠한 선거든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지자체와 갈등을 빚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경우 개혁 의지가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해산 요구를 내린다 해도 지자체장이 주민들의 여론을 핑계로 거세게 반발할 경우 정부가 지자체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공기업들의 방만 경영의 고리는 이미 사회에서 암적인 존재로 작용한 지 오래다. 모처럼 마음먹고 마련한 새 제도이니만큼 정부가 초심을 잃지 않고 엄정한 개혁 의지를 이어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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