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 상태, 대북 특사 필요 없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지금 엄청나게 수해를 입었는데 그냥 놔두면 올해 농사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민간차원에서 수해 복구에 필요한 자재나 장비·물자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전장관은 "북한은 남한과 같은 양의 비가 와도 우리보다 3~4배의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그는 "수해지원 물자에 당장 먹을 수 있는 라면이나 옷감 등은 들어갈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쌀과 비료를 주자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984년 북한이 우리한테 먼저 쌀 7000t·시멘트·옷감·의약품 등을 보내온 적이 있는데 이제는 우리가 먼저 민간차원에서 지원을 해야한다"며 "수해 복구에 초점을 맞춘 인도적 지원으로 남북관계 복원 동력이 생기면 적십자→경추위→장관급 회담 등으로 연결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북한으로부터 무엇인가 사인이 나와야 한다"며 "사인을 받아내기 위해서도 남북 관계를 빨리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미국 비판 발언에 대해 그는 "내용상으로 할 수 있는 얘기지만 방식을 바꿔 좀 완곡하게 할 수 있었는데 좀 셌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 미사일 발사와 쌀·비료 지원을 연계시킨 것은 조금 성급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화도 아니고 완전히 충돌로 가는 것도 아닌 이런 엉거주춤한 상태에서는 특사가 필요할 지 의문"이라며 "좀 더 상황이 악화되어서 누군가 조정자가 나서주기를 바라는 상황까지 가야 특사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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