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3년 … “내 학교 돌리도~”
잃어버린 13년 … “내 학교 돌리도~”
  • 이훈
  • 승인 2006.08.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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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판결 이후 새 국면 맞은 상지대 사태 전모
김문기 전 이사장 - "고법 승소판결 존중 자진 사퇴해야 …" 지난 7월 20일. 강원도 원주시청 브리핑 룸. ‘상지학원?상지대학교 진실규명 및 설립자 찾아주기 운동본부’를 비롯한 400여개 시민단체, 그리고 상지학원?상지대학교 민주총동문회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의 주요 골자는 ‘상지대 불법이사장 및 총장의 자진사퇴 요구’였다. 이들 단체들이 이날 이같은 기자회견을 가진 배경에는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의 ‘임시이사의 정(正)이사 전환은 무효’라는 판결에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지대학교 이사장과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하지만 상지대학교측의 상고로 인해 이 사건은 다시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리게 됐고, 상지대 측도 역시 “김문기 전 이사장이 설립자가 아니다”라며 “(학교법인상지학원)정관변경인가처분취소 소송에서 김 전 이사장측이 패소한 전력이 있다”고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사학법개정안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학계는 물론 세간의 논란이 활발히 일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불거진 상지학원 관련 논쟁의 귀결은 이제 법원의 판결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상지학원?상지대학교 탈취자들은 즉각 사퇴하라.’ 지난달 20일 강원도 원주에서 한차례 커다란 소동이 빚어졌다. ‘상지학원?상지대학교 진실규명 및 설립자 찾아주기 운동본부’를 비롯한 400여개 시민단체, 그리고 상지학원?상지대학교 민주총동문회의 ‘상지대 불법이사장 및 총장의 자진사퇴 요구’ 기자회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1심 뒤엎은 2심 판결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전국 NGO연대 외 400여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장단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2월 14일 서울고등법원의 ‘설립자 김문기 전 이사장을 배제하고 학원설립과 무관한 인사들을 정이사로 선임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을 즉각 수용하라”며 일제히 성토에 나섰다. 이들은 또 “명백한 재판부의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5개월 동안 불법탈취자가 학원의 운영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은 교육부의 직무유기이자 사학탈취 방조행위”라고 비난하며“(현직 이사장들과 총장은)학교를 즉각 설립자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시민단체는 상지대학교 부정비리와 관련해 “지난 4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지대 불법탈취자들의 부정비리가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으로부터 폭로된 바 있다”라며 “진실을 밝히려는 국회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에 대해 학생 150여명에게 ‘점수를 올려주겠다’고 호도해 한나라당사 앞의 원정시위를 부추기며 불법 농성집회 현장에 학생을 동원하는 파렴치한 교수는 즉각 교단을 떠나라”며 규탄하기도 했다. 그는 또 “시민대학이란 명분으로 교직원들의 봉급으로부터 공제한 금액 중 약 12억원의 학교발전기금을 관할청의 승인도 받지 않고 주식에 투자, 많은 손실을 입히는 등 불법을 저지른 관련자는 처벌하고 손실된 금액을 전액 보존 조치하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합동연대 전대열 공동대표는 “김 전 이사장이 설립자라는 것은 고등법원 판결로 확인됐다”라며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육기관에 불법 이사장과 총장이 흑심을 품고 자진사퇴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정의사회구현을 역행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가 법과 정의를 바로 세워주는 차원에서도 범법자를 처벌하고 상지대학교를 설립자에게 즉각 되돌려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총동문회 김희수 회장은 “‘진실을 밝히라’는 정당한 운동본부대표들을 있지도 않은 폭력혐의자로 고발하고 정작 고발자인 강만길 전 총장은 원주지원과 춘천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고발인과 증인의 신분으로 소환되었음에도 온갖 핑계를 대고 3년 동안 단 한번도 법정에 출두하지 않는 간악하고 비열한 행위자가 대학교육현장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학교동문으로서 개탄스러울 뿐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논란의 불씨를 당긴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문의 주요 골자는 2003년 12월 18일 임시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총 10명의 이사를 정이사로 선임한 결의에 대한 무효소송이다. 당초 김문기 전 이사장측은 이미 이사회결의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재판부에 냈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에 의해 각하되었다가 2심 재판부에서는 판결이 뒤바뀐 것이다. 김 전 이사장측은 “(서울고법의 판결은)사학의 설립이념을 구현하고 자율권을 보장한 판결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임을 명확히 하는 정의로운 판결로 사학역사에 길이 남고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경인여대 판결조문도 관심사로 2심 재판부는 2003년 이사회 결의의 유효 여부에 대해 판결문에서 “학교법인의 형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정(正)이사로 임의로 선임하여 학교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은 학교법인의 지배구조의 변경을 초래하는 것으로 임시이사의 권한 밖이어서 위법하다”라며 “학원 인수자인 원고(김문기 전 이사장)가 사전에 피고(학교법인상지학원)의 재산을 국가 또는 사회에 헌납, 포기하는 등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거나 시정이 없는 한 이 사건에서 10인의 임시이사들이 종전 이사인 원고들의 의사를 완전히 배제한 채 임의로 피고학원의 형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인 변모씨 등 9명을 정이사로 선임하여 원고들의 피고학원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은 피고학원의 지배구조의 변경을 초래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이 그동안 다각도로 (학교법인상지학원의)경영권을 되찾기 위하여 노력해왔음에도 감독청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10여년에 걸친 오랜 기간동안 임시이사 체제를 유지하여 왔다”라며 “임시이사들이 정이사를 선임하고 교육부장관이 정이사 취임을 승인하였다는 것은 결국 임시이사의 선임사유가 해소되었음을 의미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교육부는 관행대로 원고들과 협의하거나 적어도 원고들의 임시이사 해임신청을 기다려 임시이사제도를 종료시켰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김문기 전 이사장 측이 제기한 2003년도 학교법인상지학원의 이사회 결의는 위법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 여기에 재판부는 “이 사건의 이사회 결의는 무효”라며 1심 판결을 뒤엎은 것이다. 상지학원 관련 판결이 있은 몇 개월 뒤인 지난 6월 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본관 2호 법정에서는 6년간 끌어온 ‘경인여대 사태’에 대한 선고공판이 있었다.
경인여대 사태는 2000년 5월 경인여대 일부 교수들과 교직원들이 설립자인 백창기 전 이사장측의 횡령 의혹을 제기했고, 그해 6월 인천지방검찰청에 “백 전 이사장 등 설립자측이 학생들의 등록금 105억원을 횡령했다‘며 고소, 본격화 됐다. 결국 이 과정에서 경인여대의 학내 분규가 격화됐고 교육부는 임시이사를 파견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백 전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퇴진했고 지난 6년간 학교운영에 참여하지 못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백 전 이사장의 횡령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백 전 이사장을 고소했던 교수들은 횡령액수를 줄여가며 고검과 대검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추가 고발하기도 했다. 결국 설립자측은 지난 2004년 1심 판결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 사립학교법 위반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 대법원이 1심과 2심 판결을 모두 뒤엎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다시 내려 보낸 것이다. 반면 경인여대 분규를 조정했던 교수와 교직원 7명은 학내분규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행위등에관한처벌법위반, 업무방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 돼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의 재판과정인 1심의 판결문 중에 “그동안 대학 경영진의 학교 운영에 불만을 품고 있던 교수들과 연봉계약제 등으로 신분불안을 느끼고 있던 교직원등을 규합하여 과거 학내분규로 재단 경영진을 퇴진시킨 바 있는 원주 상지대 등을 모델로 하여 …”라는 내용이 있다. 이에 김문기 전 이사장측은 경인여대 사태 관련자들의 이 판결문을 예사롭지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이사장측은 “이미 사법부도 상지대 사태를 위법적인 학교찬탈 행위로 보고 있는 것이다”라며 “이제는 13년 동안 남의 학교를 빼앗아 경영해온 불법 이사장, 총장들이 알아서 스스로 물러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지학원측의 입장 역시 사뭇 강경하다. 상지대 관계자는 “김문기 전 이사장이 자신이 학원 설립자라고 주장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라며 “당초 청암학원이던 것을 관선이사로 파견 나온 김 전 이사장이 인수하면서 명칭변경이 된 것이지 김 전 이사장이 설립자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 전 이사장은 이미 지난 2004년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정관변경인가처분소송을 냈다 패소한 적이 있다”라며 “2심 재판부의 판결에 승복할 수 없고 현재 상고, 3심에 계류중인 사건이니 좀 더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진실의 열쇠는 누가? 과거 학원비리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거론되곤 했던 상지학원?상지대학교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이제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과연 진실의 열쇠는 어느 쪽이 쥐고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훈기자/eco@sisafocus.co.kr <미니인터뷰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 “빼앗긴 학교재단 이제는 돌려 줘야~” “두 손으로 맨 하늘을 다 가릴 수는 없습니다.”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은 지난 13년간 자신의 학원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 1954년 가구업에 투신, 종로구 인사동에 ‘빠고다가구공예점’을 창립해 1973년에는 4개의 공장과 40여개의 하청공장을 운영한 재력가이기도 하다. 그는 “1974년 당시 강원도 도민회 부회장으로 고향 강원도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던 저에게 도민의 숙원사업이나 마찬가지인 ‘고등교육기관의 설립’ 요청이 의해 세운 것이 바로 학교법인 상지학원?상지대학교”라며 “애향심이 강하고 육영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었던 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었다”도 말했다.
▲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
상지대학교는 이후 1978년 제1회 학위수여식을 치르고 1983년 대학본관 건축, 2개학과 증설, 경여대학원 설치인가 등 점차 확장일로에 접어들었다. 김문기 전 이사장은 “1998년 종합대학교 승격을 위해 인근 토지 수용 기증은 물론 소유재산이던 임야 2만5천여평도 학교재단에 기증했었다”라며 “1989년 한의대학관 및 농학대학관 건축, 1개학과 증설 등으로 지역주민들의 숙원이었던 종합대학 승격을 이뤄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김 전 이사장은 계속 사재를 출연해 학교 발전에 앞장서왔다. ‘상지학원?상지대학교 투자 설립에 관한 진실규명백서’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의 상지학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임야, 토지 기부는 물론 90년대 당시 수억원의 사재출연, 발전게획안 수립 등 대학발전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김 전 이사장은 YS 정부 출범과 함께 암울하고 어두운 긴 터널을 걷게 된다. 김 전 이사장은 “당시 민정계 국회의원이던 제가 3당 합당으로 인해 정권을 잡게 된 민자당 소속 민주계의 국가사정 시범케이스로 꼽힌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현재의 상지대학교 사태가 YS정부의 정치적인 보복과 교수재임용에서 탈락한 일부 교수들과 운동권 학생들이 연계 된 ‘예정된 각본’에 의해 진행된 ‘사학찬탈음모’라는 주장인 것이다. 실제 김 전 이사장은 ‘사학을 이용한 부정축재자’로 몰려 검찰에 구속, 수 차례 재판을 거쳤지만 결국 ‘업무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받았을 뿐 나머지 ‘부정축재’ 부분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김 전 이사장이 여러차례 재판에 시달리 때 이미 상지학원은 교육부에서 파견한 임시이사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13년에 걸친 지리한 싸움이 계속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김 전 이사장은 “구속 직전 부채가 전혀 없는 대학 재정상태에서 만여명의 재학생을 둔 견실한 대학의 발전을 위해 장기종합발전계획을 세우기도 했다”라며 “당시 이를 위해 정기예금 141억원과 현금(보통예금) 100억원을 예치해 놓았으나 임시이사체제에서 시설공사 단 한건도 없이 전액 소진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학교발전을 위해 차곡차곡 모아놓은 자금을 임시이사들이 1년만에 탕진해 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서울고법의 판결로 일단 숨을 고른 김 전 이사장은 ‘자신의 피와 땀이 베어있는’ 학교를 찾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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