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선거구, 쟁점법안과 연계해야” - 野 “선거구, 선거연령 인하와 연계”

하지만 12월 임시국회조차 오는 8일로 폐회를 앞두고 있는데 반해 현재까지도 평행선을 달리는 정국 상황에 비춰 볼 때 여야 모두 처리시한을 이미 1월 임시국회로 떠넘긴 듯한 모양새다.
선거구 획정도 마무리 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처럼 쟁점 법안이 미뤄지다가 2월까지 넘어갈 경우 사실상 현 정부 임기 내 법안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는 판단에 누구보다 다급해진 청와대는 선거구 획정보다도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이 필요하다며 정의화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국회선진화법을 들어 쟁점법안에 대해선 ‘직권상정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이조차도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 野 “선거 연령 인하안과 연계하면 쟁점 법안 처리”
12월 임시국회 폐회를 사흘 앞둔 5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어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난데없이 선거구 획정 전체와 쟁점법안 연계처리 방안을 들고 나오는 듯 했다”며 “국회의장을 협박해 자기들 방식의 직권상정을 통해 선거구를 획정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당의 선거구 획정-쟁점법안 연계 처리안에 대해 “새누리당의 기득권 지키기 꼼수의 이면으로 보인다”며 “선거구 획정은 늦어질수록 현역 의원이 많은 새누리당에 유리해진다”고 해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는 것이 사실상 새누리당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협상 과정에서 10가지의 협상안을 제안하면서 정도를 낮춰왔다”고 협상 타결을 위해 그간 노력해왔음을 강조하면서 “저희는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추는 선거개혁안과 쟁점법률안을 함께 처리하길 원한다.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추는 것은 총선 이후 치러지는 전국 선거부터 적용한다는 것도 양해한다는 마지막 협상안”이라고 여당 측에 역제안했다.
이날 이 원내대표는 이 같은 제안과 관련해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법 쟁점법안과 선거연령 인하를 김무성 대표가 연계하자고 제안했다. 거기에 대해 우리는 대체적으로 동의했는데 이후 새누리당에선 김 대표 개인 안이라 해서 일축하고 있다”며 선거연령 인하안 연계처리 제안이 원래 새누리당에서 먼저 내놓았던 제안이었음을 힘주어 말했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전날 정의화 의장 주재 여야 지도부 회동 중 쟁점법안을 통과시켜 줄 경우) 선거연령 인하를 21대 총선부터 한다면 연계할 수 있다는 이런 원유철 원내대표의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는데,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표는 “만약(선거연령 인하안을)다른 법안과 연계한다면 20대 총선에서 바로 시행돼야 하고 만일 다음(21대) 선거 때부터 시행된다면 일체 법안과의 연계가 없어야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야당 측 주장을 설명했다.
◆ 與 “野, 자꾸 선결 조건 내세워 협상 안 돼”
이 같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극구 부인하며 “안 되는 걸 자꾸 말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 논의 어디에도 권역별 연동형 비례, 선거연령 인하는 없다”며 “자꾸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선거 제도를 선결 문제로 해서 받으라는 건 선거구 획정을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야당을 질타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어 “국회에서는 (선거구 획정)기준안만 주면 된다”며 “(연령 인하 등)선거제도 개선은 중장기 과제로 갖고 가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협상 진척이 안 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야당에서 자꾸 (선거 연령 인하안 같은)선결 조건을 들고 나오니까 협상이 안 되는 것”이라며 야당 탓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원 원내대표는 “농어촌 지역구가 어려워서 선거구 획정 시 비례가 줄어드는 것을 농어촌 지역구에 배분하기로 이미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됐던 것”이라고 야당을 오히려 압박하고 나섰다.
원 원내대표 뿐 아니라 과거 ‘선거 연령 인하 연계 처리’ 제안을 내놨던 김무성 대표 역시 이날 오후 2016 시민사회 신년 인사회 참석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야당의 주장에 대해 “전혀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전날 정 의장 주재로 열렸던 문 대표와의 오찬 회동 중 있었던 대화 내용에 대해 “국회의장은 다음 대선에서 (선거 연령을) 18세로 인하하는 선에서 지역구 253석안을 성사시키자고 주장했고, 나는 선거도 중요하지만 경제 관련 법, 노동 5법이 정말 시급해 이것을 같이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그걸 합의하지 못하고 끝났다”며 “다른 이야기는 정확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은 이처럼 야당의 요구를 일축하고 직권상정으로 방향을 잡는 한편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데 대한 책임을 야당에 물으며 본격 역공을 펴고 나섰다.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 선거구는 아직 깜깜이”라며 “야당이 선거구가 없는 초유의 사태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를 자청하고 나섰던 4년 전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야당에 경고했다.
신 대변인은 “지금 더민주가 해야 할 일은 선거조직 구성이 아니고 선거구 획정”이라며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유권자 표몰이에만 관심 갖는 건 책임 있는 제1야당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여전히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법안 등 쟁점법안에 대해서도 “시급히 통과시켜야 한다”며 “내분에 휩싸여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나라 안팎으로 들려오는 경고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듣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면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비판 공세를 이어갔다.
◆ 靑 “정의화, 이미지 정치하나…쟁점법안 우선 처리해야”

여당이 야당을 ‘무법 사태를 만든 피고’로 규정하며 현 정국의 책임이 모두 야당에 있다고 역설하는 가운데 여당보다 더 애태우고 있는 청와대 측은 쟁점 법안 직권상정에 여전히 부정적인 정 의장과 신경전을 이어갔다.
지난 4일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년 인사회 뒷얘기를 기자들에 전하며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경제법안과 지금 선거구 획정 문제는 완전한 별개 문제이기 때문에 그걸 연계해서 (직권상정)추진하는 것은 안 된다. 그걸 잘 검토해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경제활성화, 테러방지법, 노동개혁 5법 등이 시급하고 절박하니 우선 처리해달란 것이지 연계해달란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의장직을 활용해 이미지 정치를 하는 느낌”이라고 정 의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자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쪽에선 그쪽대로 알아서 얘기할 것”이라며 “화합이 정치의 으뜸이라고 했다”고 해 쟁점 법안에 대해선 여전히 여야 합의에 맡길 뿐 직권상정할 뜻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쟁점법안 직권상정은) 법이 안 되니까 못 하는 것”이라며 “하고 싶어도 못하게 돼 있는 걸 억지로 하면 안 되잖나”라고 맞받아쳤다.
다만 정 의장은 임시국회 내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직권상정할 뜻을 밝힌 선거구 획정에 대해선 선거 연령 인하 관련 여야 간 ‘빅딜’에 “내가 희망을 걸고 있다. 이번 총선 아니면 다음 대선 둘 중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오전 회의에서부터 내내 보여 온 여야 양측의 대치 상태로 보아 정 의장의 바람과 달리 이미 선거연령 인하안과의 연계 처리안 역시 백지화됐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선거구 미획정으로 인한 공백 사태가 이번이 처음도 아닌지라 지난 17대 총선 때는 선거구 획정이 불과 선거 한 달 전인 3월 12일에야 처리됐고, 18대 총선 역시 2월 15일, 19대도 2월 27일에 이뤄진 바 있어 1월 초인 지금도 양측이 치킨 게임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 의장 역시 선거구 획정이 (쟁점법안보다) 급하다면서도 임시국회 내에 획정될 가능성에 대해선 “신만이 안다”고 답했을 만큼 확신을 갖지 못한 가운데 5일 오후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가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제출이 어렵게 됐다고 정 의장에게 통보하면서 사실상 선거구 획정 직권상정 계획마저 무산돼버렸다.
이제 남은 해법은 여야 간 합의에 달린 셈이지만 이날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연이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거의 모든 현안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끝내 1월 임시국회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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