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잦은 사고에 미숙한 대응…비난 ‘봇물’
서울메트로, 잦은 사고에 미숙한 대응…비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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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설명 및 대피요령 안내 등 아무런 조치 없어 승객 ‘공포’
서울 지하철 4호선이 또 말썽을 부렸다. 이번 고장으로 승객 약 700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퇴근길 시민들은 또 한번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문제는 불편에서 끝나지 않았다. 객실 내에서는 폭발음이 들린 뒤 매캐한 연기가 퍼지는 데도, 상황설명이나 대피요령 등에 대한 방송은 없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당시 승객들의 공포는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달이 멀다하고 발생하는 잦은 사고에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서울메트로에 시민들의 원성이 치솟고 있다.
 
▲ 지난 6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당고개행 열차가 한성대입구역~성신여대입구역 구간 터널에서 멈춰 서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불편을 겪었다. ⓒ뉴시스

지난 6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당고개행 열차가 한성대입구역~성신여대입구역 구간 터널에서 멈춰 서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승객 17명이 찰과상과 염좌 등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당시 고장 지하철에는 승객 700∼800명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고 후 서울메트로측의 안내방송이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폭발음과 함께 매캐한 연기가 발생한 가운데, 상황설명 안내 및 대피요령 등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자 승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는 “당시 승객들이 비상통화장치를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안내 방송을 할 수 없었다”며 “비상통화장치가 최우선 사용되도록 설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전차선 단전으로 장기 사용한 고속도차단기 부품의 절연 성능이 저하되면서 파괴된 게 이번 고장의 원인이라고 서울메트로는 밝혔다.
 
시민들의 원성은 그치지 않고 있다. 출퇴근 시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한 승객은 “한 달이 멀다하고 사고가 발생하는 데 안전 대비 요령이 이렇게 미흡할 수가 있느냐”면서 “서울메트로 직원들도 사고가 나면 ‘어쩔 줄 몰라’하는 통에 승객들은 더 불안하다”고 꼬집었다.
 
◆4호선 사고 특히 잦아…사망·화재·고장 등 원인 다양
 
시민들의 지적대로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 가운데 유독 4호선에서 사고가 빈번했다. 원인으로는 사망, 화재, 고장 등 다양했다.
 
특히 지난해 사망사고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12월18일 중앙역 승강장에서 40대 후반의 한 남성이 투신해 사망했다. 이 사고로 서울 당고개역 방향 전철 운행이 1시간 정도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같은해 7월에는 안산 중앙역에서 20대 방글라데시인이 전동차에 치여 숨졌고, 5월에는 한대앞역~상록수역 사이 철길을 건너던 여성이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4월에도 지하철 4호선 안산역 승강장에서 선로 위에 누워있던 40대 남성이 열차에 치여 숨을 거뒀다.
 
사망사고 뿐 아니라 화재도 빈번했다. 지난해 11월26일 미아역~수유역 중간 지점에서 레일 정비 작업을 하던 레일 연마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3시간 만에 진화됐다.
 
9월에는 충무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이 연결되는 역사 중앙부 에스컬레이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용객 150여 명이 대피하는 등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7월에는 4호선 서울역에서 1호선으로 연결되는 환승 통로 에스컬레이터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3월에는 혜화역에서 역내로 진입하던 열차 뒷부분 바퀴에서 불이나 승객들이 전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유독 고장도 잦았다. 지난해 11월11일에는 혜화역 승강장에서 출입문 닫힘 불량으로 약 15분간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5월에는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총신대입구역으로 열차가 진입하던 중 고장이 발생해 30분 넘게 운행이 중단되며 출근길 이용객들이 무더기로 지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4월에는 금정역 신호기 고장으로 열차 운행이 지연돼 출근길 혼란을 빚었고, 한양대역에서 오이도역 구간 운행이 중단된 바 있다.
 
▲ 이번 고장으로 객실 내에서는 폭발음이 들린 뒤 매캐한 연기가 퍼지는 데도, 상황설명이나 대피요령 등에 대한 방송은 없었다. ⓒ뉴시스

◆대응책 미비 비난…적자에도 성과급 잔치
 
이같은 잦은 사고에 승객들의 원성은 높아지고 있다.
 
출퇴근길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한 이용객은 “이렇게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데도 문제가 발생하면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는 것 같다”면서 “출퇴근 시간에 발생하면 직장인들은 정말 큰 불편을 겪는다. 사고 예방은 물론 사후 재빠른 대응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승객은 “(6일 사고 당시) 사당역에서 오이도 방면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역 내 방송으로 ‘지하철이 언제 도착할지 우리도 모르니 올 때 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면서 “직원들끼리도 사태 파악이나 대응을 못한다면 일반 승객이랑 다른 게 도대체 뭐냐”고 성토했다.
 
지하철 요금은 치솟고 있지만 승객들의 불편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대중교통 비용이 오른 만큼 값어치를 해줬으면 좋겠다.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지하철 요금 치고는 비싸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지하철 적자대책으로 지하철 요금을 200원 인상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지난 2013년, 2014년 각각 903억원, 15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역시 같은해 2938억원, 276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이같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웅래 의원(새정치민주연합·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2013년 기관평가 ‘다’ 등급을 받았고 적자가 1723억원, 부채가 3조원에 달하는데도 임직원들이 460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2012년에 900억원, 2014년에는 501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바 있다.

노 의원은 국감에서 “부채에 허덕이고 매년 적자가 나도 꼬박꼬박 성과급을 챙겨가는 기관장은 책임의식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시는 경영평가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산하기관에 대한 경영평가체계와 성과급제도에 대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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