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남동발전이 지난 2013년부터 건설하고 있는 여수화력 1호기 현장에서 지나친 갑질로 영세한 지역 하청업체들의 파산을 부르고 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은 지난 1975년 준공된 이후 37년간 전력을 공급해오던 기존 여수화력 1호기의 설비 노후화에 따라 올해 6월을 목표로 지난 2013년부터 여수화력 1호기를 다시 건설하고 있다.
그간 기존의 여수화력 1호기는 발전용량 200MW급 중유 전소식 발전소로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수 십여 년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왔지만 설비 노후화에 따른 한계수명 도달로 2012년 발전이 정지됐다. 이후 정부는 여수화력 1호기를 350MW급 친환경 석탄연료 발전설비로 전환키로 하고 지난 2013년부터 건설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중요성이 막대한 국책사업임에도 한국남동발전이 하청업체들에게 사고 및 공사상의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는 등 갑질을 자행, 영세 하청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우수한 평가 성적, 재평가돼야”
현재 한국남동발전의 여수화력발전소 건설현장은 비좁은 부지에 수많은 장비와 각기 다른 회사의 인원들이 뒤엉킨 상황에서 바삐 돌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기색들이 역력하고 각각의 현장마다 턱없이 부족한 공사비로 인한 파열음이 심각한 상태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남동발전은 국내 발전사 중 가장 저렴한 발전원가로 경제적·친환경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등 지속적인 혁신을 바탕으로 공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발전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한국남동발전은 이러한 노력을 경영평가에서 인정받아 2008~2010년 한전이 주관하는 발전회사 경영실적 평가에서 줄곧 1~2위의 성적을 거뒀다. 또한 2011년 시장형 공기업 진입 이후에는 정부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에너지공기업 중 최고의 평가를 받아왔다. 아울러 국가생산성 대상, 국가품질대상 대통령 표창은 물론 경영혁신, 안전, 사회공헌, 동반성장 등 경영전반에 걸쳐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남동발전이 과연 자타가 공인하는 에너지 공기업 중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고루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여수지역 주민들의 분위기다.
여수화력 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많은 지역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현재 진행 중인 공사현장을 중심으로 다시 평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인해 원도급업체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는 반면 최대 몇 십억 원까지도 부족한 공사비를 가지고 ‘울며겨자먹기’식 공사를 했거나 진행 중인 영세하청업체들은 현재에도 소리소문 없이 부도를 내고 업계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지역 경기에까지 직격탄을 날리고 있어 지역사회의 우려도 크다.
◆“발주처 책임, 하도급업체들에 떠넘기나”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여수화력발전소의 현장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입찰 전 과제에 예상금액만 가지고 입찰에 참여하여 저가수주 경쟁에 뛰어든 1, 2군 기업들은 최저가 공사비로 하도급업체로 선정됐다.
공사비 절감 정도와 안전사고 발생은 비례하기 마련이다. 뒤돌아 설 자리도 협소한 공간속에서 크고 작은 여수화력발전소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는 2015년에만 약 15건이 발생, 여수국가산업단지 내에서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특히 한국남동발전 여수화력 건설현장의 문제는 일부 경우에는 이미 착공 직후부터 발생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보통 건설공사는 토목과 철골, 기계, 배관, 전기 등의 순서로 순차적으로 일이 진행된다. 하지만 남동발전 측은 공사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현장을 가설하게 하여 영세업체들에게 직·간접비를 부담하게 하고 있으며 대기시간에 투입되는 비용에 대해서도 일언반구가 없어 영세업체인 1차 하도급 업체들만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앞 공정이 늦어지거나 설계가 변경돼 공사기간이 늘어지고 공사 중에 설계부분에 문제가 발생되어 계획보다 늦어졌을 경우, 예정된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할 공정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남동발전은 이 책임까지도 1차 하도급업체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발주처의 책임을 영세하고 불쌍한 하도급업체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협소한 건설현장, 안전사고 위험성↑
건설현장에 대한 불만도 만만치 않다. 여수화력 건설현장은 부지가 협소해 몇 대의 크레인이 작업을 하게 되면 쉽게 발을 디딜 틈이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31m 이상 인공구조물 사업장에는 특별히 유해, 위험 방지계획서를 작성하여 심사를 하고 확인할 의무가 있다”는 규정이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또한 하청업체들의 작업지시서 발행 요청마저 원도급업체들에 의해 번번이 묵살되고 나중에는 결국 유야무야 되기 일쑤라 대부분의 손해는 고스란히 영세한 하청업체의 몫이 된다는 읍소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남동발전 여수화력 현장은 공사 막바지까지, 원도급업체에서 설계한 도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그 책임을 결국 하도급업체에 떠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한국남동발전 여수화력 측에서는 하도급업체들에게 공사와 관련하여 야간 및 휴일작업을 시행하여 돌관작업이 발생 했을 때 비용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확인서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공기는 앞당겨야 하는데 돈은 주기 싫다는 것으로 실적위주의 전횡”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은 ‘공사 수행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지시한 사항은 상호협의가 아니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하면서 공사의 난이도 인건비의 단가 할증요인 등을 이유로 추가비용을 요구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원의 증원 및 교체, 야간작업을 포함한 돌관작업, 장비의 투입 및 교체, 공사 일시중단, 시공부위의 순서지정, 심지어는 안전관리를 위한 재해방지 시설까지도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남동발전, 강 건너 불구경”
현장에서 원도급업체인 H산업개발과의 갈등으로 쫓겨 나왔다는 전 하도급업체 관계자들은 “H산업개발의 경우 직원들이 하도급 업체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일방적으로 ‘사람을 더 대라’, ‘연장 작업을 하라’, ‘누구누구는 이 현장에서 내 보내라’, ‘안전 관리비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써라’는 등 하청업체들에게 갖은 횡포와 갑질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계약 외에 추가로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원도급업체인 현장 관리자들은 이를 방관하고, 별도의 작업지시서 없이 구두로만 작업을 지시하면서도 하청업체들이 들인 추가비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를 뻔히 알고 있는 남동발전도 마찬가지로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공기업의 대형 공사는 입찰에서부터 실적을 가장 중요시 여기고 공사 수행능력, 그리고 공사비 적정여부, 공사기간, 노동력 조달 능력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위원회를 구성하여 평가하고 적정 공사비를 투입하여 잡음 없는 공사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잇단 잡음이 일면서 한국남동발전이 적정공사비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했는지에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해 발주자(公社)의 감독기관인 감사원 등에서 감사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하청업체는 파산까지 이르러
결국 여수화력발전소의 국책사업 공사는 초기 단계부터 참여업체들의 저가입찰로 파열음이 발생한 데에 이어 2012년 이후 결국 많은 하청업체들이 공사를 중도에 포기한 채 엄청난 손해를 보고 하나 둘 현장에서 철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업체의 경우는 파산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낳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는 “정부가 말로만 외치는 동반성장과 상생발전, 잘못된 관행과 부정부패를 바로잡고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펼쳐나가야 한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을 하고 있지만 만연한 불공정 하도급 관행에 대한 특단의 대책은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 업계 관계자는 “전국의 화력발전소들이 공사비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으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많은 하도급 영세업체들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은 적정한 공사금액과 적격업체 심사를 정확히 실시했는지, 한 번도 공사를 수행한 적이 없는 업체를 선정한 것에 대한 문제점은 없는지 감사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 시사포커스 / 이철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