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영입 경쟁’ 속 與 가세…졸속 영입 논란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27일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필두로 인재영입전의 스타트를 끊은 가운데 국민의당도 지난 8일 첫 영입인사를 발표하는 등 열을 올리면서 경쟁을 한층 뜨겁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까지 지난 10일 6명의 영입 인사를 발표하면서 ‘인재 영입’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쇄신 이미지로 분위기를 바꾸려는 차원에서 각 당은 상당기간 인재영입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불협화음이 나기도 하면서 자칫 역효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더민주, ‘인재 영입’ 카드로 ‘탈당 여파 상쇄’ 안간힘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범죄 프로파일러로 활동한 표창원 전 교수부터 벤처 신화를 쓴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외교안보라인 인사인 이수혁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에 이어 운동권 출신의 중국·통상 전문가인 오기형 변호사와 11일 전격 영입한 30대 청년 디자이너 김빈 등 특정 분야를 막론하고 다방면에 걸친 인재영입에 적극 나서며 인재 영입전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는 사실상 ‘추가 탈당’을 막을 수 없게 된 당 상황과 맞물려 일고 있는 뒤숭숭한 분위기를 잠재우고 20대 총선에서의 당 생존을 위해 새로운 이미지를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다른 당보다 먼저 인재 영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더민주는 인재영입전에 있어 치안·IT·외교안보·국제통상 등 각계에서 활동 중인 젊거나 참신한 인물을 모토로 삼고 ‘전문가’ 중심의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는데 참신성을 위해 일부 인지도나 기성 정치권과의 관계가 높지 않은 인물을 꼽다 보니 정두언 의원 등 여권 일각에선 “인재라는데 듣도 보도 못한 분들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하고 있다.
여권은 또 이 같은 인재영입을 두고 “검증 없이 깜짝쇼를 통해 영입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선거가 다가오니 급하게 하는데, 마치 스포츠 구단의 스카우트 행태 같다”고 혹평했다.
이런 여권의 지적이 전혀 근거가 없진 않은 게 치열한 영입경쟁 속에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도 일부 나오면서 야권 내에 잡음이 일기도 했는데 안철수 국민의당에서도 그랬지만 더민주의 경우엔 4번째 영입인사로 알려졌던 김선현 차의과대학교 교수가 그렇다.
지난 6일 더민주의 첫 여성 영입 인재로 발탁된 김 교수는 세계미술치료학회 회장이자 트라우마 치유 전문가로서 의료 부문을 대표해 선정됐지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에서도 임상미술치료를 한 바 있어 야당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로 내세울 수 있기에 고심 끝에 선발된 인물이다.
하지만 입당 직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을 무단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어나고, 학생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진 데다 논문 표절 의혹까지 일파만파 퍼져나가자 결국 입당을 자진 철회하고 물러났는데 이에 더민주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뒤따랐다.
또 일각에선 더민주의 인재영입을 두고 어떤 다른 의도보다도 표적 공천을 위한 것이란 의혹까지 제기했는데 문재인 대표 등 친노 주류 측이 탈당한 자당 출신 의원들의 지역구에 배치하기 위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해당 지역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는 것이란 주장이다.
일례로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다가 탈당한 호남계 비주류인 유성엽 의원(정읍)을 첫 대상으로 보고 있는데 이번에 영입된 신규 인사들 중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과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가 정읍 출신인 만큼 이런 주장을 더욱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에서의 연쇄탈당 사태는 여전히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11일 자당 출신 현역의원으로서 13번째로 김관영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는데, 당은 이날 동시에 6번째 영입 인사로 김빈 디자이너를 맞이하며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그럼에도 12일 권노갑 등 동교동계의 무더기 탈당을 포함해 내주 박지원 의원 등도 탈당을 예고하고 있어 당분간 더민주는 부득불 ‘탈당 바람’을 불식시키기 위한 ‘인재 영입’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당, 인재영입 첫 발부터 ‘삐걱’
한편 국민의당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한 안철수 의원 측은 신당발 정치혁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더민주 측의 인재영입 카드에 맞서 똑같이 인재영입 카드를 빼들고 야권의 맹주를 차지하기 위한 진검승부에 나섰는데 첫 영입인사부터 검증 논란에 휩싸여 번복되면서 ‘긁어 부스럼’이 된 모양새다.
지난 8일 안 의원 측은 이틀 뒤인 신당인 ‘국민의당’ 창당발기인대회를 앞두고 호남 출신 인사 5명을 신규 인재로 전격 영입했는데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과 허신행 전 농수산부 장관, 한승철 전 대검감찰부장, 이승호 전 육군본부 작전처장, 안재경 전 경찰대학장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발표한지 3시간도 안 돼 이들 중 3명이 과거 비리 혐의 의혹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부정부패 인사 원천 배제’를 내세운 창당 취지와 어긋난다는 중론에 따라 김 전 국방부장관과 허 전 농수산부장관, 한 전 검사장의 영입을 취소한다고 번복하게 됐다.
김 전 장관의 경우 과거 ‘북풍’ 사건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를 무마하려고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고발됐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문제가 됐고, 한 전 검사장의 경우엔 건설업자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아 면직된 과거가 논란이 됐다.
또 허 전 장관은 비록 1, 2, 3심 모두 무죄로 밝혀지긴 했으나 지난 2003년 서울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공사 사장 재임 시절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국회의원 청탁을 받아 채용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어 영입이 취소됐다.
안 의원은 이런 사태에 직면하자 영입 발표 당일에 바로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당 준비과정에서 철저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오류와 실수가 있었다. 창준위 책임을 맡고 있는 제가 인사들을 소개했다”며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더민주에 맞불을 놓아 창당발기인대회 전에 미리 분위기를 띄우려던 ‘인재영입’ 카드가 도리어 찬물을 부은 격이 된 것인데 공식 창당된 뒤 첫 날인 11일까지도 허 전 장관이 안 의원에 사과를 요구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허 전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에게 소명 기회나 통보조차 없이 영입 취소라는 대국민 발표를 해 언론에 의한 인격 살인을 당했다”며 “소명 절차도 없는 졸속 영입 취소로 씻을 수 없는 인격 살인을 받게 한 것에 대해 (안 의원에) 정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일 11시쯤 황주홍 의원으로부터 오후 3시반까지 당사로 나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돌아오는 길에 언론을 통해 입당 취소 소식을 확인했다”며 “이후 안 의원이나 한상진 창준위원장 등의 사과도 없었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허 전 장관은 “제 공천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그간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통해 정치개혁에 매진하려던 충정을 살펴보지도 않은 채 무죄로 판결된 과거 사건으로 사실 확인 없이 큰 죄인처럼 언론에 의해 매도됐다”며 안 의원 측의 답변이 없을 경우 추가적인 행동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이에 안 의원은 이날 “찾아뵙자고 연락을 드렸는데 전달이 안 된 것 같다”며 “(사과에 대해선) 만나서 말씀드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이유야 어떻든 철저한 검증 없이 결과 발표에만 급급한 ‘인재영입’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게 돼 신당의 불안한 실태만 드러낸 꼴이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 새누리당, 뒤늦게 ‘인재 영입’ 가세

이런 와중에 그간 야권의 인재 영입 경쟁을 애써 무시하며 줄곧 비판만 해 온 새누리당도 뒤늦게나마 인재영입전에 뛰어들었는데 지난 10일 김무성 대표가 직접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명의 인사를 새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또 11일엔 김신호 전 교육부차관의 입당까지 전했다.
앞서 10일에 발표된 인사들은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을 비롯해 배승희 변호사, 변환봉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 김태현 변호사, 최진녕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박상헌 정치평론가인데 대체로 정치신인에 속하는 이들이지만 상당수 종편방송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온 바 있으며 6인 중 4명이 법조인이란 특징이 있다.
또 박상헌 변호사와 11일 발표한 김 전 차관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30~40대로 젊은 나이로 구성됐다는 점도 눈에 띄는 점이나 한편으론 이들 모두 보수 일색인 인사로 새누리당이 최근 내건 ‘개혁’ 슬로건과는 거리가 있단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다.
전 사무총장의 경우 새누리당 교과서개선특위 위원으로서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당시 앞장서서 ‘국정화’ 논리를 설파해 김 대표의 눈길을 끌었으며 김 전 차관은 대전교육감 재직 당시 전면무상급식을 반대하며 ‘보수교육감’의 전형임을 증명했고 다른 인사들 역시 종편 패널로 출연해 항상 정부여당을 대변해 왔다.
이와 관련,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소외지역, 사회적 약자, 여성, 청년 이런 분들을 중심으로 새누리당에 많이 의견을 전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영입대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새누리당은 야권과 달리 영입 인사들에게 전략공천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는데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재들의 입당을 소개하지만 모두 당의 룰대로 경선에 임하는, 그런 인재 영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20대 총선 예비후보로 나선 정치신인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한 발언으로 보이는데 어차피 영입 인사들도 똑같이 경선을 치르게 된다면 이번 인재영입 역시 특정 인사들 홍보로 괜한 논란만 일으킬 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또 지난 10일 소개된 인물 중 2명은 이미 새누리당 당적을 가지고 있는 인사란 점이나 인재 영입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깼다는 비판까지 이어지면서 여당 역시 뒤따라 빼 든 ‘인재영입’ 카드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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