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종로에 연고도, 기여도 없으면서 출마하면 당·주민 혼란만 줘”

오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종로구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선거의 유불리만 따진다면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종로 출마로 가닥을 잡은 이유에 대해 “우리당과 당원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서울시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고, 적지 않은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는 저의 충정 어린 결단”이라며 “제 판단으로는, 선거전략에서 후보자 배치 전략의 가장 큰 원칙은 상대 진영에 어떤 후보들이 배치되느냐를 보고 맞춤형으로 배치한다면 그것이 전략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 전 시장은 종로도 험지임을 누차 강조했는데 “지난해 4월, 저는 정치 재개를 밝히면서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 쉬운 지역에 가지 않겠다, 상징적인 곳에서 출마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며 “이 원칙에 부합하는 곳이 바로 종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와 관련, “새누리당은 유독 종로에서 지난 5년간, 19대 총선을 비롯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18대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등 총 4번의 선거에서 연이어 패하는 아픔을 겪었다”며 “야당대표까지 지내신 5선의 정세균 의원이 다시 출사표를 던진 결코 만만치 않은 곳으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곳”이라고 역설했다.
오 전 시장은 또 현 시국에 대해 “성장 일변도의 패러다임 속에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되찾는 정치, 경쟁에서 낙오하고, 경쟁의 대열에 끼어 보지도 못한 분들을 일으켜 세워 함께 가는 ‘상생’과 ‘공존’의 정치가 절실한 때”라며 “서울 시민들께서 제게 주셨던 과분한 기대와 사랑, 소중한 시정 운영의 경험을 종로에 쏟아 서울의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견인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아울러 그는 이 지역에 출마하는 같은 당 소속 박진 전 의원과의 당내 경선에 있어 ‘어떤 방식을 선호하느냐’는 질의를 받자 “(당에서) 결정되는 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입장을 내놨다.
반면 이날 오 전 시장의 종로 출마 소식을 접한 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의 출마 기자회견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후보의 종로 출마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며 “오히려 당의 총선 승리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지난 16대부터 18대까지 종로에서 3선을 지냈던 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을 겨냥해 “종로와는 아무 연고도 없고 별 기여도 한 바 없는 본인이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출마를 강행하면 새누리당과 종로 주민에게 부담과 혼란만 준다”며 “서울 시민의 기대와 당의 요청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후보에게 정치 1번지인 종로를 맡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자신과 친분이 두터웠던 오 전 시장이 끝내 종로 출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섭섭하다는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조직본부장을 맡아서 오 후보를 도와준 적이 있다”며 “그런데도 오늘 종로출마를 강행하는 것 보면서 측은하고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밖에 박 전 의원은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당 결정대로 따르겠다는 오 전 시장과 달리 당원30%, 일반국민투표 70% 국민참여선거인단 구성 비율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그는 당이 경선을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이에 따르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오 전시장을 비롯해 안대희 전 대법관 등 험지출마 대상으로 당에서 거명됐던 인물들의 출마 지역구 확정 발표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당의 공천 룰에 따른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며 “본인들의 최종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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