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회 방송에서 이방원은 무명 조직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아버지 이성계(천호진 분)를 하루라도 빨리 보위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는 그 마음을 잠시 접어두었다. 정몽주(김의성 분)가 왕요(이도엽 분)를 옹립하고자 했고, 정도전(김명민 분)과 이성계가 정몽주의 뜻을 따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극 초반 정도전은 이방원을 두고 “폭두”라고 칭했다. 도무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 그런 이방원에게, 무명이 보낸 인물 정몽주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성계 파와 정몽주는 개혁에 대한 뜻은 같지만 개혁을 추구하고자 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성계 파는 새 나라 ‘조선’에서의 개혁을, 정몽주는 현재의 나라 ‘고려’에서의 개혁을 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30회 엔딩은 이방원의 마음 속 벌레를 자극하는 결정적인 상황을 보여주며, 열혈 시청자들을 흥분시켰다. 이방원은 화사단의 초영(윤손하 분)과 무명의 정보 조직원 지천태(윤손하 분)가 동일 인물임을 밝혀냈다. 또 초영의 뒤를 쫓아 그녀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그러나 무명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이방원의 흥분은 금세 사그라지고 말았다. 스승인 정도전과 정몽주의 대화를 들었기 때문이다.
정도전과 정몽주의 대화는 새 나라 ‘조선’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선에서 조선의 첫 번째 왕이 될 이성계의 역할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치를 꿈꾸는 이방원의 역할은 더더욱 없었다. 정도전이 꿈꾸는 나라 ‘조선’에서 왕의 혈족은 정치에 참여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방원은 충격에 사로잡혔다.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까지 풀려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감을 견딜 수 없는 이방원은 피식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일순간 표정과 눈빛을 바꾸는 이방원의 모습으로 30회는 마무리됐다. 이어 공개된 예고에서 이방원은 “이제 더는 어린 아이가 아니다”고 읊조렸다. 이방원의 변화, 킬방원의 시대가 다가옴을 예고한 것이다.
‘육룡이 나르샤’는 이방원의 어린 시절부터 그려왔다. 그리고 현재는 청년 이방원이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방원은 폭두지만, 스승 정도전을 존경하고 그의 뜻을 따르는 인물이다. 그런 이방원이 변화한다. 훗날 스승 정도전도 죽이고, 조선의 철혈군주가 되는 이방원. 탄탄한 스토리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 몰입도 높은 연기력을 자랑하는 ‘육룡이 나르샤’가 이방원의 변화를 얼마나 폭풍처럼 그려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릎 꿇은 정도전은 왜? 무슨 일이?

역사상 특별하고 입체적인 인물로 손꼽히는 정도전. ‘육룡이 나르샤’ 속 정도전은 ‘사극 본좌’ 김명민을 만나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있는 모양새다.
‘육룡이 나르샤’ 중반부를 넘어서며 새 나라 ‘조선 건국’을 향한 육룡의 날갯짓이 더욱 가열차지고 있다. 조선의 설계자인 정도전은 이성계(천호진 분)의 곁에서 토지개혁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혁명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특히 조선의 근간이 될, 정도전의 개혁안은 이방원(유아인 분)의 폭두 본능을 자극하며 폭풍처럼 휘몰아칠 전개를 예고했다.
‘육룡이 나르샤’ 제작진은 31회 본 방송을 앞두고 정도전의 처절한 마음이 담긴 촬영 스틸에 따르면 누군가에게 열변을 토하는 정도전. 사진만으로도 그의 굳은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더욱 시선을 잡아 끄는 것은 무릎을 꿇은 정도전의 모습이다. 앉아 있던 의자에서 벗어나 바닥에 털썩 무릎 꿇고 앉은 정도전은 고개까지 숙인 모습이다. 질끈 감은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 격정적이다. 무릎을 꼭 쥔 두 손에는 정도전 마음 속 절실함이 오롯이 담겨있다.
지금까지 정도전은 어떤 상황에서도 쉽사리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폭두 이방원이 멋대로 안변책에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정도전은 조목조목 이방원의 잘못을 꾸짖으며 상황을 판단했다. 이성계가 회군까지 몇 번을 망설였을 때도 그는 이성계를 믿고 기다린 그였다.
한편, SBS 창사 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정도전의 절실함이 오롯이 담길 ‘육룡이 나르샤’ 31회는 18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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