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아파트 관리비 비리 적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전남 여수시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전 자치회장의 잦은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일 지역사회에 따르면 전남 여수시 소호동의 J아파트는 관리실 직원들에게 3개월째 봉급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리실 직원들은 현재 밀린 급여를 즉각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정모(41) 전 자치회장을 규탄하고 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갖은 비리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회장직을 수행할 당시 영수증도 없이 2개월간 82만500원의 공금을 유용하거나 단골 유흥주점 출입에 들어간 유흥비 115만원 가량을 관리소장에게 부담하도록 강요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정 전 회장은 입주자대표들과 함께 아파트 위탁관리 계약을 한 후 들른 유흥주점에서 발생한 유흥비 300만원 가량을 관리소장을 통해 위탁관리회사 대표에게 요구했다가 거절을 당하기도 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전 회장은 2012년 J아파트가 소송에 휘말리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자임하면서 200여명의 주민으로부터 100만~300만원 가량을 본인 계좌로 입금토록 하고 패소한 뒤에도 현재까지 정산을 해주지 않아 수임료 4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착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여수경찰서의 수사를 받고 있다.
관리실 직원들에 봉급이 지급되지 않는 과정에는 정 전 회장과 함께 입주자 대표였던 송모 예비군 중대장도 관여돼 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송 중대장은 입주자 동 대표와 무관한 주민들과 단체 카톡을 통해 관리실 직원들의 봉급 지급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주도, 3개월째 봉급이 지연되는 사태에 연루돼 있다.
송 중대장 역시 비리 의혹에 휘말린 상태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송 중대장은 위탁관리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해 금품(비품 1400여만 원)을 제공한 U주택관리와 수의계약을 체결, 주택관련법을 위반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전라남도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어린이놀이터 공사를 앞둔 시점에서 정 전 회장과 송 중대장 사이에서 업체 선정에 따른 이견이 발생했는데, 이들은 업자들에게 향응을 제공 받은 것에 대해 입주자 대표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아파트 관리비의 비리 적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아래 경찰청을 통해 아파트 비리와의 100일 전쟁을 선포하면서 △규제개혁 저해 부조리 △건설 비리 △환경사업 비리 등과 함께 4대 비리로 지목하고 관계부처에 부패 척결을 지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관련 비리 아파트 단지를 적발하여 관련자를 엄중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약 70% 정도가 아파트에 살고 있음에도 국토건설부는 물론이고 시·도 자치단체에 설치된 공동주택 관리 부서의 관리감독은 전혀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지자체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 공문을 보내거나 업무연락을 취해도 제대로 효과를 보기 어려워 실제 관리가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따.
국토부는 시·도 자치단체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조례로 만들어 활용토록 했지만 한 쪽에서 출석을 거부하면 분쟁조정위원회가 취소되는 등 제대로 된 분쟁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불참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수 있는 벌칙을 조례에 반영하지 않으면 분쟁조정위원회가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토부나 지자체의 공동주택 관리감독 체계가 현재와 같이 원칙도 없이, 특히 담당팀장이 “자신의 판단과 생각이 맞다”라는 편견으로 행정을 처리한다면 우리나라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비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시사포커스 / 이철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