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벙어리 냉가슴’ 앓는 속사정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벙어리 냉가슴’ 앓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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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질 논란, 실추된 이미지 개선 어려워…프랜차이즈 업계 “억울할 때 많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이디야커피의 갑질 논란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시사포커스DB
국내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툭하면 갑질 논란에 집중포화가 쏟아진다. 문제는 의혹을 받는 부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의 조사 결과 무혐의로 판명나더라도, 한번 추락한 이미지는 좀처럼 나아질 줄 모른다는 점이다. 브랜드 이미지에 울고 웃는 커피전문점들은 답답할 노릇이다.
 
이디야커피는 최근 곤욕을 치렀다. 우유를 공급하는 회사로부터 이익을 취하기 위해 가맹점에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디야는 매일유업으로부터 1리터당 200원의 판매장려금을 받기로 하고, 매일유업 ‘오리지널 ESL’ 우유를 가맹점에 공급하도록 했다.
 
문제는 한달 뒤 매일유업 측이 가맹점에 공급하던 우유가격을 기존 1200원에서 1350원으로 인상하면서 발생했다. 이디야가 우유값 인상을 허용한 데 대해 판매장려금을 받기 위해 본사가 가맹점에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조사에 나선 공정위는 갑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디야가 가맹점에 대해 매일유업 대리점에서 우유를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발견되지 않아 부당하게 불이익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디야가 가맹점들에게 매일유업에서만 우유를 구매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격 인상 이전에 매일유업이 이디야 가맹점에 공급하는 우유가격이 다른 가맹점 대비 낮았으며, 이디야가 판매장려금을 받은 후에도 낮은 가격은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이디야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편, 공정위의 판단에 한시름 덜게 됐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사는 창립 이후 15년 동안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실천해 왔다”면서 “이번 공정위의 직권조사에 대해 다소 억울한 입장이다. 그러나 성실하고 거짓 없는 태도로 조사에 임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무혐의를 인정받으며 모든 의혹을 해소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지난해 11월 카페베네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취소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카페베네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시사포커스DB

◆“강제·부당성과 거리 멀어”
 
한때 국내 1위 커피 프랜차이즈였던 카페베네도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가 최근 오명을 벗었다. 지난해 11월 카페베네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취소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카페베네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카페베네는 그간 갑질 논란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했다. 이 승소로 모든 논란이 해소된 건 아니지만, 큰 파장을 불러온 사건이었던 만큼 카페베네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앞서 카페베네는 가맹점에 인테리어 공사를 강요하고 판촉비용 일부를 떠넘겼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19억원의 과징금 명령을 받았다. 카페베네는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가맹점과 거래에서 강제성과 부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맹 희망자들은 계약을 체결하기 앞서 인테리어 시공 및 설비·기기·용품 등의 부담비용을 충분히 검토해 가맹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카페베네는 통신사와 제휴해서 할인 부담을 통신사와 가맹점에 절반씩 나누게 한 것도 지적을 받았는데, 이 역시 가맹점에 대한 경제적 불이익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됐다.
 
당시 할리스커피도 같은 방식의 제휴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어 논란이 일었다. 커피 등 음료를 구입할 때 특정 통신업체의 제휴 카드를 제시하면 일정 비율의 금액을 할인 받을 수 있게 했는데, 이 때 할인 금액을 가맹점주 5%, 통신사 5% 등 절반씩 부담토록 했다.
 
▲ 최근 백종원씨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는 공정위에 빽다방의 가맹거래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했다. 싼 커피값에 비해 과도한 인테리어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혹이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MBC

◆“‘인기몰이’ 빽다방도 못 피했다”
 
저렴한 가격과 요리 연구가 백종원씨의 인기에 힘입어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빽다방 역시 갑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06년 서울 논현동 먹자골목의 작은 카페로 시작한 ‘빽다방’은 ‘저가 커피’를 지향하며 가맹시장에 뛰어들었다. 2013년 3곳에 불과하던 가맹점은 백씨의 인기 상승과 맞물려 지난해 370여곳으로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백씨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는 공정위에 빽다방의 가맹거래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했다. 당초 공정위 측에서 더본코리아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더본 측은 거꾸로 해당 내용에 대해 확인 절차를 밟은 후 해명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빽다방이 논란에 휘말린 건 싼 커피값에 비해 과도한 인테리어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혹이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갑질 논란이 잇달아 발생,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마당에 벌어진 일이었다.
 
업체 측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더본코리아는 가맹희망자들에게 맥시멈 비용을 제시한다면서 인테리어 비용이라는 게 공사범위에 따라 금액 편차가 큰데, 이런 부분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오해를 빚은 것이라고 즉각 해명했다.
 
업계는 최근 잘못 없음이 드러나도 소용없는 갑질 논란 탓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업종을 불문하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이 자주 노출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약자로 대변되는 을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갑으로 불리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갑질 논란에 ‘불매운동’이라도 일어날까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잘못이 없다고 판명이 나더라도 한 번 실추된 업체 이미지는 나아지기 어려워 억울할 때도 많다”면서 “특히 갑질 의혹만 크게 부풀려지고 무혐의 등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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