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해외투자)·내실(M&A) 동시에…허수영 사장 “숨 고르자”

지난 25일 삼성SDI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케미칼 사업부문의 물적 분할을 승인했다. 화학사업 부문을 떼어내 롯데그룹에 넘기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삼성과 롯데의 ‘빅딜’로 롯데그룹은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삼성 화학 3개사를 총 3조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이로써 삼성SDI는 본격적으로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화학부문을 롯데로 떼어내고, 전기차 등 배터리와 에너지 종합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은 내달 1일부터 100% 자회사인 ‘SDI케미칼’로 독립 운영된다. 삼성SDI는 올 상반기 중으로 롯데케미칼에 이 회사의 지분 90%를 2조3265원에 매각한다. 나머지 10%는 3년 후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삼성SDI 케미칼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의 편입으로 사업규모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는 롯데케미칼의 그룹 내 위상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적 분할이 승인된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은 ‘전기전자 제품’, ‘자동차 내외장재’ 등에 쓰이는 고부가 합성수지(ABS) 부문의 생산능력과 점유율에서 각각 국내 2위,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는 세계 ABS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중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는 원료 사업의 강점 등으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충격·고강성 내외장재로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PC) 부문도 양사의 협력으로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아울러 삼성정밀화학의 인수로 건축·산업·섬유·의학 부문에 쓰이는 염소·셀룰로스 계열 정밀화학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가능하다. 영국BP와의 합작투자회사인 삼성BP화학이 초산에서 앞도적인 국내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라는 평가다.
◆사옥이전 불가피…“분양 또는 임대 검토중”
롯데케미칼은 새 둥지부터 틀어야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 화학 3개사의 안정적인 흡수를 위해 사옥 이전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롯데케미칼 사옥이 업무적 연관성이 떨어진데다가, 이번 삼성 화학3사 직원들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삼성과의 빅딜을 추진하면서 직원 고용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삼성SDI 케미칼 부문(1477명)과 삼성정밀화학(899명), 삼성BP화학(196명) 등의 직원과 롯데케미칼 직원 2717명 등 총 5289명의 임직원을 감당하려면 사옥 이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997년 서울 동작구 롯데관악타워 5개층을 분양받아 사옥으로 사용해왔다. 이전을 추진하게 되면 약 20년동안 머물렀던 보금자리를 옮기게 된다.
현재 롯데케미칼 측은 사옥을 잠실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인 상황으로 전해졌다. 분양을 받을지 임대를 받아 이동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게 롯데케미칼 관계자의 설명이다.
◆허수영 사장 “숨 좀 고르자”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올해 사업 안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허 사장은 지난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6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올해는 인수하기로 한 삼성 화학계열사를 안정화시키고 우즈베키스탄을 정상화해야 한다. 미국 투자도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런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롯데케미칼이 우즈베키스탄에 건설한 가스전 화학단지(수르길 프로젝트)는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수르길 프로젝트는 수르길 가스전 개발, 개발된 가스 판매 및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폴리프로필렌(PP) 생산을 위한 가스화학단지를 건설해 직접 경영하는 사업이다. 지난 2007년 한국가스공사·롯데케미칼·GS E&R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즈벡 석유가스공사와 50대 50 지분으로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지난 2012년 공장 건설을 시작, 지난해 9~10월 기계적 준공을 마쳤다. 이후 같은해 11~12월 공장 건설 마무리 및 제품 생산 테스트를 완료하고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이로써 석유화학 불모지이던 유라시아 대륙에 국내 최초로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게 됐다. 중앙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러시아·북아프리카까지 시장을 확장하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게 롯데케미칼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천연가스 채굴부터 기액분리와 수송, 가스 분리, 에탄 크래킹, PE/PP 석유화학 제품생산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은 가스전 확보 및 주성분인 메탄을 연간 260만톤 정도 우즈벡 정부에 판매할 계획이며, 연간 HDPE 39만톤, PP 8만톤을 생산해 터키·유럽·중국 및 중앙아시아와 CIS국가에도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즈베키스탄 뿐 아니라 미국 등에 투자도 추진된다. 롯데케미칼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중순 미국에 연생산 100만t 규모의 에탄크래커 플랜트와 연산 70만t 규모의 에틸렌글리콜 플랜트 건설 투자를 승인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화학3사 인수는 물론, 석유화학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면서 “자발적 사업재편으로 양사의 빅딜이 큰 관심을 받았던 만큼, 향후 경영전략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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