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팔고 현금 마련…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최대 주주로 우뚝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전날 삼성SDS 지분 2.05%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14년 말 상장한 삼성SDS 지분을 매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각가는 38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며 약 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을 제외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손에 쥘 현금은 3000억원 가량이 된다. 이번 매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11.9%에서 9.3%로 줄어든다.
삼성SDS는 이재용 부회장이 내달로 예정된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에 대비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3000억원 한도 내에서 떠안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삼성생명은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 지분 37.5% 전량을 매입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대 주주였던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 71.9%를 보유한 압도적인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을 매입하는 데에 들인 돈은 1조5405억원에 이른다. 삼성생명은 이에 대해 “보험과 카드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SDS 지분 첫 매각, 상속세 재원 마련 차원?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 측의 설명과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한 것은 상속세 재원 마련 차원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버지인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승계 작업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SDS는 지난 2014년 말 상장할 당시부터 지배구조 관련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지배구조상 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의 기업 가치를 키운 뒤 지분을 매각해 막대한 상속세의 실탄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점은 비록 대량 매도는 아니지만 일종의 상속세 마련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향후 추가 매도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에 손에 쥐게 될 3000억원의 현금으로는 상속세 마련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상속의 주요 대상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3.38%와 삼성생명 지분 20.76%의 가치는 10조원을 훌쩍 넘으며 상속세는 5~6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어떤 용도든 간에 자금 마련을 위해 매각한 대상이 삼성SDS 지분이라는 점은 역시 세간의 예측대로 이재용 부회장이 향후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삼성SDS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삼성SDS는 장 초반부터 10%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결국 전날보다 3만9500원(15.13%) 하락한 22만1500원으로 장을 마감,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갑작스러운 이재용 부회장의 매도에 적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SDS는 개인 금고인가”, “삼성SDS는 개미지옥”이라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분위기다.
반면 삼성 측이 밝힌 공식적인 매도 이유의 대상인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의 1조원대 유상증자 성사 의지를 밝힌 데 이어 현금 확보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기대감 속에 전날보다 1550원(13.96%) 오른 1만2650원으로 급등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삼성카드 지분 전량 매입은 2013년부터 삼성그룹이 추진해 온 전자·금융 계열사의 분리의 일환을 넘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론으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꾸준히 전자 부문의 삼성전자, 금융 부문의 삼성생명을 축으로 양 계열사 간에 얽혀 있던 지분을 정리해 왔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4년 삼성증권(65.25%), 삼성중공업(3.88%), 삼성화재(1.18%)가 보유한 삼성자산운용 지분 전량을 매입, 100% 확보한 바 있다. 삼성생명의 이번 삼성카드 지분 매입으로도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 계열사 지분은 완전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 차원을 넘어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갖추고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데 삼성생명은 이번 매입으로 이 조건을 충족하게 됐다.
또한 현재 국회에는 중간지주회사법 개정안(공정거래법)이 계류돼 있는 상태인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자회사를 거느린 중간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해진다. 개정안은 이르면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도 처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 통과를 대비해 미리 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삼성 측은 이번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 매입이 금융지주사 전환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지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관련 사업을 묶어 시너지를 제고기 위한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는 해명이다.
또한 당장 삼성생명 중심의 중간금융지주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삼성화재(14.98%), 삼성증권(11.14%) 등 기타 금융계열사의 지분도 30% 까지 추가로 늘려야 해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된다. 이에 업계의 추측에도 불구하고 중간금융지주사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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