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국부유출·부적절한 대응 논란에 대리점주·소비자들 ‘뿔났다’

유한킴벌리의 갑질 논란이 또다시 불거진 건 지난달 13일 유한킴벌리대리점협의회가 시민단체 등과 함께 이 회사의 갑질 행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면서다. 이날 협의회는 유한킴벌리의 본사 앞에서 이 회사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남용’과 ‘판매목표 강제혐의’ 등 불공정행위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송정요 대리점협의회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2009년 출산장려를 위해 면세해준 기저귀 가격이 지난해 8월보다 56.5% 인상됐다”며 “현재 출산율은 줄어들고 있고, 유한킴벌리의 일부 대리점만 기저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억대의 담보를 넣은 대리점은 온라인에서 기저귀를 사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며, 국가가 출산장려를 위해 기저귀를 면세품으로 지정한 게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유아용기저귀 뿐만 아니라 여성생리대도 지난 2009년 면세품으로 지정됐는데, 유한킴벌리가 생산하고 있는 ‘좋은느낌’ 등은 이전보다 2배 이상 가격인상이 이뤄졌다는 게 협의회의 주장이다.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본사로부터 갑질을 받아왔다는 대리점주들의 하소연도 이어졌다. 지난 2008부터 2014년까지 7년간 유한킴벌리 대리점을 운영한 박모씨는 “유한킴벌리는 과도한 판매 목표를 주고 달성하지 못하니 그만두라고 했다”면서 “사무실로 찾아와 포기각서까지 작성하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억울한 마음이 들어 이를 서울중앙지검에 강요죄로 고소를 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 대리점주인 김모씨는 “유한킴벌리가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대리점에는 오프라인 대리점보다 20~30% 싼 가격에 공급하는 바람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대리점주의 억울함은 회사와의 송사로 이어졌다. 이미 대리점주협의회는 회견 내용에 대해 공정위에 재신고를 한 상황이며, ‘대리점 포기각서’에 대한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측은 ‘대리점 포기각서’와 관련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에 대리점을 그만 둘 경우 확인을 서면으로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 후임 대리점의 선정과 대리점의 재고를 회사가 재구매하기 위해 사업 중단 의사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강제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당금·기술사용료 등 국부유출?
유한킴벌리를 곤욕을 치르는 건 갑질 논란뿐이 아니다. 유한킴벌리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이 최대주주인 미국의 킴벌리클라크로 배당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한킴벌리는 미국법인인 킴벌리클라크(지분 70%)와 한국법인 유한양행(30%)이 공동출자해 지난 1970년 설립한 합작회사다. 때문에 유한킴벌리는 해마다 수백억원의 배당금과 기술사용료를 킴벌리클라크에 지불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유한킴벌리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회사의 매출은 ▲2012년 1조4128억원 ▲2013년 1조3660억원 ▲2014년 1조4007억원 등을 기록했고, 이 기간 배당금은 ▲2012년 1200억원 ▲2013년 1100억원 ▲2014년 1300억원 등이다.
이 배당금은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는 킴벌리클라크 측에 ▲2012년 840억원(배당성향 87.4%) ▲2013년 770억원(81.1%) ▲2014년 910억원(90.2%) 등 총 2520억원이 지급됐다. 수익의 대부분이 킴벌리클라크에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법인인 킴벌리클라크로 빠져나가는 건 배당금뿐만이 아니다. 유한킴벌리는 매년 거액의 기술사용료를 지급하고 있었다. 지난 3년간 킴벌리클라크에 지급된 기술사용료는 ▲2012년 331억 ▲2013년 324억 ▲2014년 344억원 등 총 1000억원에 달한다.
유한킴벌리의 높은 마케팅 비용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소다. 이 회사의 마케팅 비용(광고선전비+판매촉진비+판촉용역비)은 ▲2012년 1217억원 ▲2013년 1113억원 ▲2014년 1205억원 등이다.
활발한 마케팅 덕에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도 이익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마케팅 비용 탓이다.
◆기저귀 담배꽁초 대응 논란도
유한킴벌리의 고객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이 회사의 제품 포장지에서 담배꽁초가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지난달 29일 한 온라인 카페에 ‘기저귀 박스에서 담배꽁초가 나왔어요. 모 기업의 대응’이라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에 따르면 이 고객은 최근 오픈마켓을 통해 유한킴벌리 제품인 ‘하기스’ 기저귀 4팩을 구입했다. 그런데 제품을 꺼내는 과정에서 ‘말려있는 작은 흰 종이’가 박스 밖으로 나왔고, 이를 아기가 입안에 넣었다가 뱉었다. 작은 흰 종이는 담배꽁초였다.
문제가 된 건 유한킴벌리의 대응이다. 해당 고객은 며칠 후 유한킴벌리 고객센터에 항의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기의 혈액검사를 해서 니코틴이 검출되면 보상해주겠다. 검출되지 않으면 안된다”였다. 또 “우리(유한킴벌리) 공장은 깨끗하게 관리돼서 절대 담배꽁초가 유입될 수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같은 대응에 고객은 “담배꽁초를 본인이 직접 넣었다는 거냐”면서 “어느 부모가 성분 확인하려고 자기 자식 생살에 바늘 찌르려 하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고객은 글을 통해 고소·고발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유한킴벌리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배당금과 기술사용료, 마케팅 비용 등에 쏟아 부은 반면, 기부금 액수는 초라하다”면서 “최근 갑질 논란과 맞물려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는 만큼 이미지 하락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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