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진박 마케팅’ 군불 지피나
최경환, ‘진박 마케팅’ 군불 지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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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물갈이’ 주춤…崔 본격 진박 지원 나서
▲ 최경환 의원은 과거 DGB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던 하춘수 대구 북구갑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대구·경북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키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4년 동안 한 일이 무엇이냐”라고 현역 TK의원들을 비판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더불어 ‘진박’을 자처한 후보들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면서 ‘TK물갈이론’이 힘을 잃는 분위기다.
 
그간 친박계를 중심으로 내세웠던 ‘진박 마케팅’이 이렇듯 사그러드는 분위기로 돌아서자 원내 복귀한 최경환 의원이 앞장서서 반전을 꾀하고 있어 그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 의원이 적극 ‘진박 지원’에 앞장서 비박 TK 현역 의원들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여가자 이에 반발한 김무성 대표 측이 최 전 부총리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총선을 앞두고 친·비박 간 계파갈등이 다시금 불거지는 것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 최경환 “朴 대통령 어려울 때 TK의원들 뭐했나”
 
지난 30일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은 과거 DGB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던 하춘수 대구 북구갑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대구·경북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키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4년 동안 한 일이 무엇이냐”며 “박근혜 대통령이 어려울 때 대구·경북의원들은 뭐했느냐”고 비박계 TK 현역의원들을 맹렬히 질타했다.
 
무엇보다도 그가 이런 비판을 쏟아낸 장소가 지난달 20일 대구 서구에 출마하는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비롯한 6명의 ‘대구 진박 후보’와 식사 회동을 한 바 있는 하 예비후보의 사무실 개소식이란 점도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작심한 듯 “대구·경북이 예산을 독식했다고 야당이 발목잡을 때도 지역 의원 누구 하나 나선 사람 있느냐”며 “원내대표 시절 야당이 대선에 불복하고 댓글 사건으로 연일 국정의 발목을 잡을 때 대구·경북 의원들이 아니라 충청, 강원지역 의원들이 온몸으로 막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박계를 겨냥해 “지금 박 대통령은 발목 잡히는 정도가 아니라 부러질 지경인데 대구 경북만이라도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진실한 사람이란 바로 그 얘기인데도 대통령을 돕고자 나온 사람들을 조롱해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개소식엔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대구 달서병)를 비롯해 서상기(대구 북을), 윤재옥(대구 달서을), 홍지만(대구 달서갑) 의원 등 대구의 친박계 현역 의원들이 상당수 참석해 ‘진박 마케팅’ 되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 의원은 1일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가 대구 중·남구에 총선 출마한 곽상도 예비후보 개소식에도 참석해 연일 ‘TK물갈이’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그는 “각종 여론조사를 해보면 대구·경북이 현역의원 교체 지수가 제일 높다”며 “국회의원으로서 박근혜 대통령 보필을 제대로 못 했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서 나부터 반성한다”면서도 “나를 포함해 의원들이 거기(대통령 보필)에 부응했나에 대해 시민들이 냉정히 평가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이어 “대구 시민은 전통적으로 정치적 감각이 앞선 분들”이라며 “대구 시민이 그거 판단 못하겠나. 왜 교체 지수 높게 나오는지 민심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이 같은 자신의 비판적 발언을 두고 일부 대구·경북 의원들이 반발하는 데 대해서도 “‘내가 뭘 잘못했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이렇게 해서 되겠냐”며 “잘못된 건 잘못됐다 반성하자고 했는데 틀린 말한 거 아니지 않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 의원은 앞서 있었던 하 후보 개소식에서의 수위 높은 발언과 관련해서도 “뭘 잘못했는지 반성해보자는 게 하 후보 개소식에서 한 말”이라며 “본인 스스로가 박근혜 정권 성공을 위해 뭘 좀 제대로 안 했지 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반기를 들고 그런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그는 “박근혜 정권을 만든 핵심 중 핵심이 대구·경북이고, 대통령 만들었으면 이걸 성공시키는 것도 대구·경북의 책임 아니겠냐”며 “대통령이 불쌍하게 혼자 고군분투하는데 국회가 문제니까 우리가 좀 도와야겠다 해서 나온 사람들이 장관, 수석 지낸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대구시민들이 박근혜 정권 성공시킬 수 있는 의원 뽑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죽기 살기로, 낮은 자세로 진실한 됨됨이를 보여주면 지지해 주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곽 예비후보 개소식엔 최 의원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참석해 비박계 현역 대구·경북 의원들을 비판하는 동시에 이른바 ‘진박’ 후보들에 대해선 적극 지지를 호소하는 등 친박계 중진들이 직접 나서서 대대적인 ‘진박 지원사격’에 앞장서는 분위기다.

최 의원은 이런 기세를 TK(대구·경북) 지역에 그치지 않고 PK(부산·경남)지역으로까지 확산시키려는 구상인지 이날 오후엔 부산으로 내려가 윤상직(부산 기장)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헌승(부산 진을)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연이어 참석하는 등 TK물갈이에 머무르지 않고 점차 보폭을 넓혀갔다.
 
2일부터는 최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당시 비서실장을 맡았을 정도로 그의 최측근인 강석진(경남 산청·거창·함양군) 전 기술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을 위해 거창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장차 수도권 출마를 예고한 진박 후보들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져 그의 ‘진박 마케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비박계 ‘진박 마케팅’에 비판적 시선
 
▲ 비박 김성태 의원은 1일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대구 경북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헌신적으로 뒷받침하신 분들”이라며 “새로 도전하는 인사들을 치켜세우는 측면에서의 발언은 어떤 발언도 할 수 있겠지만 그걸 위해 기존 의원들을 무작정 비판하고, 또 폄하하고 훼손시키는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최 의원이 TK(대구·경북) 현역 의원들을 비롯해 비박계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진박 마케팅’을 펼치는 데 대해 비박계에선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내놓으며 불쾌감을 표했다.
 
김무성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1일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대구 경북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헌신적으로 뒷받침하신 분들”이라며 “새로 도전하는 인사들을 치켜세우는 측면에서의 발언은 어떤 발언도 할 수 있겠지만 그걸 위해 기존 의원들을 무작정 비판하고, 또 폄하하고 훼손시키는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김용태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특정 지역에서 특정 후보나 특정 어떤 계파들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은 해당 지역에선 어떤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지역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최경환 의원은 말씀을 걸러서 해주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의 경우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여권이 열세인 수도권 지역에까지 ‘진박 마케팅’이 확산돼 진박과 비박으로 편 가르기에 들어갈 경우 이런 선거전략이 자칫 당의 총선승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비박계 의원들은 지난 31일 친박계 의원들은 전혀 알지도 못한 가운데 김 대표가 초·재선 의원 50여명과 만찬을 가진 것과 관련, 친박계 김태흠 의원이 “제정신인가. 이럴 거면 당 대표직 내놔야 한다”고 극언을 퍼부은 데 대해서도 이날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홍일표 의원은 이날 오전 PBC라디오 ‘열린세상 윤재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50인 만찬과 관련해 “친박계에서 줄 세우기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어떤 때는 비판 거리도 안 되는 것 가지고 오로지 흠집내기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라든가 당내에서도 얼마나 많은 비판을 그냥 공공연히 받고 있나”라며 “지금 현재 상향식 공천 하에서 대표의 영향력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해 초·재선 의원들과의 만찬은 김 대표가 공천에 영향을 미치려는 증거란 친박계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다른 비박계 의원인 박민식 의원도 이날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저 스스로도 저분이 굳이 계파를 따지자면 비박인가 하고 의심할 만한 사람들도 많이 참석했다”며 ‘50인 만찬’이 비박계끼리의 회동이 결코 아니었음을 힘주어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세계일보가 지난달 27~28일까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7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친박계의 ‘TK현역의원 물갈이론’에 대해 응답자의 54.8%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조사결과가 1일 발표되면서 향후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반대 의견이 절반을 넘는 데 비해 ‘TK물갈이’에 동조하는 의견은 35.1%에 그치면서 이런 흐름이 앞으로 친박계의 지원 유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다.
 
이런 발표내용을 의식했는지 최경환 의원은 이날 ‘진박’ 후보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단 지적에 대해 “일부에선 청와대와 내각에 있던 후보들이 지지율이 안 오른다고 하는데, 얼마나 됐나”라며 “곽상도는 2주 됐다. 누군지 알아야 찍든지 말든지 하지 않겠나. 하루아침에 지지율이 높아지겠냐”라고 애써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심지어 대구·경북 지역에서까지 ‘TK물갈이론’에 부정적인 여론이 좀 더 앞서는 상황에서 최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가 이 같은 난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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