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많은 기관들은 명절마다 ‘청렴한 명절 보내기’, ‘공직비리 강력 대응’, ‘대대적 공직감찰 실시’ 등의 구호를 외치기에 바쁘지만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구호를 외친다는 것 자체가 만연한 비리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매년 청렴한 명절을 외친다는 것은 매년 명절이 청렴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특히 지자체 내부의 비리는 나날이 교묘해지는 수법과 낮은 관심도 탓에 근절은커녕 관행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공직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감사관 제도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 공직 사회에서의 비리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오늘날의 지자체 감사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많은 지자체들은 지방자치제도의 전면 실시로 중앙 정부로부터의 간섭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투명성 제고라는 미명 하에 개방형 감사관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오늘날의 지자체 감사관 제도의 운영은 그 취지와 크게 동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개방형이라는 허울좋은 타이틀이 지자체장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에 일조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민간인 우선 채용으로 업무의 독립과 전문성 강화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개방형 감사관제는 두 가지 중 어느 것 하나도 성취하지 못하고 있다. 적지 않은 지차체들은 꼼수를 통해 정치인 보좌관 출신이나 내부 공무원 출신을 감사관으로 두고 있다. 개방형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지자체를 감사해야 할 감사관이 오히려 지자체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 한 자치구에서는 전직 경찰 출신을 감사관으로 두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 감사관은 로비스트나 다름없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고 한다. 본업인 감사업무보다 해당 자치구의 비리를 덮기 위한 경찰과의 로비에 치중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면서다. 감사관의 임명권자부터가 지자체장이고 감사관실 직원들도 지자체장의 지휘 아래 놓여 있으니 감사원실이 고위 간부라도 감사할 경우 솜방망이 처벌을 결정하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상식적으로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감사가 당연한 것 아닌가. 현재의 지자체 감사관 제도가 확립된 지는 불과 수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각종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반드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감사원이 지자체 감사를 확대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는 했지만 지자체 자체의 감사관 제도가 있는 이상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중앙정부가 지자체 감사관을 직접 내려보내는 것만이 지자체 공직사회의 비리를 근절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굳이 암행어사의 예까지 들지 않더라도 지자체가 지자체 스스로를 감사한다는 식의 제도는 허황된 꿈을 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역사만 보더라도 삼국시대부터 중앙 정부에서 지방에 감찰관을 내려보내 상주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과도한 간섭으로 지방자치의 정신이 훼손되서는 안되겠지만 적어도 ‘셀프 감사’ 따위는 사라져야 지자체가 건강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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