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예상가 4000억원 안팎 예상…내달 말 본계약 체결 목표

3일 현대그룹은 조간신문에 현대증권 매각 공고를 내고 본격적으로 재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현대그룹은 오는 29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받고 예비입찰을 거친 뒤 내달 말까지 본계약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다.
매각대상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22.43%과 현정은 회장의 0.08%, 모친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 및 장녀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차녀 정영이 현대상선 대리, 외아들 정영선 씨가 보유한 0.05% 가량 등 총 22.56%다.
매물로 나온 지분의 가치를 현재 시가로 따지면 3000억원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질 경우 매각가는 4000억원 안팎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오릭스가 제시했던 인수가가 6500억원 가량이었음을 감안하면 매각 무산 여파로 인수가가 크게 떨어진 셈이다.
예상 인수가가 지난해 오릭스의 경우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지난해와 다르게 대우증권이라는 잠재적 경쟁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진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예상 외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3조2198억원으로 증권업계 5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오릭스가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대우증권이 ‘사실상 마지막 남은 대형 증권사 매물’이라는 희소성을 주무기로 삼았던 상황이 이번 현대증권 재매각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또한 현대증권은 1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케이뱅크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증권에 고배를 마신 KB금융이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현대증권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증권은 대형 투자은행(IB)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어 KB금융이나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외형 확대와 글로벌 IB 도약을 노리고 인수전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양사 모두 지난해 현대증권 인수전에 의욕을 보이지 않았던 점이 변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이 리테일 부문이 강한 증권사를 원하는 분위기라 현대증권의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등 대우증권과 매물 특성 자체가 달라 양사가 현대증권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투자회사 사모펀드 파인스트리그룹 등 사모펀드가 현대증권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매물로 나온 지분만으로는 안정적인 경영이 힘들기 때문에 단기간 성과를 추구하는 사모펀드 정도가 눈독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 역시 지난해 오릭스와 엮였던 파킹딜 논란 등 사모펀드로의 매각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걸림돌이다. 현대증권 노조는 최근 파킹딜이나 가매각이 아닌 진성 매각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사모펀드로의 매각에 반대 움직임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투명하게 매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조간을 통해 공고를 냈으며 공개 매각으로 투명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라면서 “일단은 오늘 공고가 나간 만큼 접수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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