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행위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위법성 여부 판단은 아냐”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쿠팡의 로켓배송이 위법 소지가 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한 ‘쿠팡 로켓배송’ 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1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영업권 침해 이유도 적합하지 않은 점, 행위를 금지하지 않을 경우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법원, 행위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앞서 쿠팡과 택배업계의 갈등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지난 1월 법제처는 강남구청이 지난해 7월 쿠팡이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이용해 상품을 배송하는 게 현행법상 위법인지에 대한 법령해석 요청을 반려했다.
법제처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로켓배송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심사했다.
법제처는 반려 의견으로 통신판매업자의 개별 운송행위가 유상운송에 해당하는지는 추상적인 법의 해석을 통해 일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아래 여러 사항을 고려해 개별·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또 지난해 부산지방검찰청과 광주지방검찰청은 쿠팡의 ‘로켓배송’ 고발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부산 연제 경찰서는 로켓배송의 범죄혐의 인정이 힘들다고 판단하며 자체적으로 내사종결, 울산광역시 중구는 사건처분을 유보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쿠팡 측은 이번 기각에 대해 “로켓배송이 불법이 아님이 명백해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물류협회가 로켓배송을 계속 불법이라 주장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물류협회 “위법성 여지 남았다”
반면 이번 기각에 대한 물류협회의 생각은 달랐다. 물류협회 측은 쿠팡 로켓배송에 위법성 여지가 있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은 로켓배송의 행위금지에 대한 결정이지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특히 법원이 구매자로부터 어떤 형식으로든 운송의 대가를 지급받는다면 이는 다른 사람인 구매자의 요구에 응한 운송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점, 또 쿠팡이 구매자로부터 5000원을 지급받고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 등 무상운송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 점 등을 두고 위법성 여지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재판부가 로켓배송이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한 유상운송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본안 소송 등에서 충실한 증거조사와 심리를 거쳐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이를 ‘로켓배송은 합법’이라고 해석하는 건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협회가 제기한 쿠팡의 자가용 유상운송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향후 진행될 본안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협회는 “쿠팡의 주장대로라면 법을 우회, 회피하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며, 이는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유명무실화와 이를 근간으로 하는 국내 화물운송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그간 어려운 환경에서도 법을 준수하며 화물운송사업에 종사해온 종사자들의 역차별과 피해가 우려 된다”고 밝혔다.
◆물류업계, “물류 선진화” vs “공멸 우려”
쿠팡의 로켓배송이 논란에 휩싸인 건 지난 2014년 3월 해당 서비스를 선보인 직후다. 쿠팡은 물류창고에 보유한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에 한해 배송 서비스를 직접 제공해왔다.
특히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서 업계 안팎의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당일 배송’ 및 ‘공휴일 배송’ 등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는 물류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들은 로켓배송이 위법이라는 이유를 들며 서비스 폐지를 요구했다.
정부는 택배 시장의 과포화 상태를 해소하기위해 사업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꿨는데,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허가받아 영업용 번호판을 단 차량만 배송업을 할 수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측은 쿠팡이 운송용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일반 차량으로 운송하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주장,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쿠팡 측은 그러나 로켓배송 서비스를 내놓기 전에 이미 법적인 사안을 충분히 검토한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로켓배송은 9800원 이상 구매 물품에 대해서만 소비자에게 무료로 배송되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지 택배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쿠팡의 로켓배송은 ‘택배산업 선진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과 ‘영세 택배업체는 살아남기 힘들어 서비스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등의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면서 “한동안 쿠팡과 물류업체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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