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성공단 운영 중단’, 그 파장은?
정부 ‘개성공단 운영 중단’, 그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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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단 폐쇄’ 결단에 입주기업 속타…與野 이견 극명
▲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조치를 두고 정치권 내 의견이 크게 엇갈리며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지난 10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 전면 중단이라는 최종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일본도 같은 날 국가안전보장회의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천명한 데 이어 이날(현지시간) 미국도 상원에서 ‘2016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 법안’을 승인해 거의 동시에 한미일 3국이 대북 제재 강화에 박자를 맞췄다.
 
특히 한국은 사실상 남북관계의 마지막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을 향후 영구 폐쇄까지도 감수한 ‘전면 중단’ 방침을 확정했다는 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을 내렸고 일본 역시 북한 국적자와 선박의 입국금지는 물론 ‘인도적 목적’임이 확인된 10만엔 이하의 금액까지만 대북송금할 수 있도록 더욱 옥죄었으며 미국은 지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관련 계좌를 동결하며 제3국의 대북 거래를 차단했던 방식으로 이번에도 북한의 모든 거래를 차단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상원에서 통과시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가 적극 공조해 과거 핵실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가 적극 피력하면서 기존 수위를 뛰어넘는 강력한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 역시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적 차원에서 한반도에 배치하는 문제 등을 놓고 중국과 러시아가 명확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어 대북 제재 강화에 있어 이들 국가로부터 어느 정도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개성공단 운영중단’을 화두로 또 다시 이견 차를 보이며 반목을 거듭하고 있어 각종 법안 처리 및 총선 준비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 촉박한 시점임에도 ‘식물국회’ 상태가 지속되는 것 아닌지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개성공단 중단은 대북 압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며 야당도 일치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권은 개성공단 중단은 대북 압박에 큰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우리 기업의 피해만 가중될 것이란 주장을 펴면서 정부는 공단 폐쇄 이전에 제대로 된 입주기업 보상대책부터 마련해야 하고 긴장 국면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야당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정부여당의 북풍(北風)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는 한편 문재인·정동영 등 정치권 중심에서 잠시 떠나 있는 인사들까지 개성공단 운영 중단 조치에 크게 반발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여야 갈등이 첨예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정부 “유엔 안보리, 끝장결의안 내놔야”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관계당국 대사들과 접촉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란 어려운 결정을 내린 건 악순환의 고리를 깨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단호한 의지 천명”이라며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할 수 없도록 상상을 뛰어넘는 제재 조치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윤 장관은 전날에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만나 “이번 결의안은 끝장 결의안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차 핵실험, 5차 결의안, 5차 핵실험, 6차 결의안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안보리 결의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대북 제재 강화를 위한 설득 작업에 정부가 적극 나선 가운데 11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서울-세종 정부청사 간 영상 국무회의 자리에서 개성공단 운영 중단 결정에 대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북한의 도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서도 실효성 있는 긴급 대응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사실상 공단 폐쇄까지도 염두에 둔 것으로 지난 2013년 5개월간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되며 1조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던 점에 비춰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란 지시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정부의 입장에 대해 당사자인 입주기업들은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는데 개성공단상회 이종덕 부이사장은 “정부 측에선 입주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지만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려면 최소 10일이라도 입주기업에게 제품을 빼고, 시설을 손볼 수 있는 등 시간을 줘야 가능한 일”이라며 갑작스런 운영 중단 발표에 당황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이 부이사장을 비롯한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은행 대출과 대체 공단 부지 제공, 경협보험 등은 장기적 조치라며 당장 생산 중단으로 거래선이 끊길 상황에서 업체들이 연쇄 파산하지 않도록 업체들이 개성공단에서 완제품과 기계장비 등을 반출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는 것은 물론 즉각적인 재생산 지원 조치를 마련해주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런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북한은 갑자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운영 중단과 관련, “6·15남북공동선언에 대한 전면부정이며 한반도 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라며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측 기업과 관계기관의 설비, 물자, 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들을 전면동결한다”고 전격 선언해 이들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북측은 이날 오후 17시 30분(우리시간)까지 개성공업지구에서 우리 인원 전부를 추방하겠다며 이 시간부로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혀 과거 금강산 관광 중단 당시 우리 측 자산을 몰수·동결 조치했던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또 북측은 동시에 남북 간 군 통신선은 물론 판문점 연락통로까지 완전 폐쇄하면서 남북 양측이 더는 회복할 수 없는 경색 국면으로 완전히 접어들었다.
 
◆ 與 “개성공단 중단 ‘불가피’” - 野 “총선 앞둔 북풍 아닌가” 설전
 
이렇듯 남북관계가 예상대로 악화일로로 치달아가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조치가 불가피한 결단이었음을 강조하며 당내 계파를 떠나 한 목소리로 정부의 결정을 지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성공단 운영 중단과 관련해 “안보준비태세는 최악을 전제로 하는 만큼 안보 강화를 위해 어떤 불편함과 불이익도 감내하고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인 원유철 원내대표 역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책임은 북한 정권에 있다”며 “평화의 빵이 공포의 무기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은 11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조치는 고뇌의 결단”이라며 “우리는 주변국과 안보리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청했지만 이번엔 그들에게 뭔가 보여주기 위해 우리가 결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지난달 말 김 대표의 ‘권력자’ 발언으로 최고위원회의에서 신경전을 벌였던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날은 “정부의 개성공단 조치는 고뇌의 결단”이라며 “우리는 주변국과 안보리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청했지만 이번엔 그들에게 뭔가 보여주기 위해 우리가 결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김 대표와 한 목소리를 냈다.
 
반면 이 같은 여당의 주장에 대해 야권은 “개성공단 폐쇄는 잘못된 결정”이라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는데 그 중에서도 햇볕정책을 내세워 과거 집권시기 남북경협을 적극 추진했었던 더불어민주당측은 총선을 겨냥한 북풍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날을 세웠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할 것이 아니라 일시적 전면 철수로 바꾸라”며 “전면폐쇄를 할 경우 투자 손실 금액의 90%를 보상하도록 돼 있어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북한이 개성공단을 등에 업고 얻는 수입은 약 1억 달러인데 비해 중국과의 교류로 얻는 액수는 60억 달러”라며 “현 단계에서 개성공단 폐쇄 조치는 아무리 봐도 실효적 제재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북측의)의도된 도발은 일종의 남북관계 기싸움인데 이에 말려드는 건 대북정책의 무능과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선거를 앞둔 북풍전략이 아닌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이번 대북 제재 강화 조치를 계기로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을 처리하자고 촉구하는 여당을 향해 “졸속 처리 방지를 위해 2월 국회로 처리 시한을 못박지 않겠다”며 “특히 테러방지법 등 안보법 강행처리 시도에는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천명해 2월 국회에서도 입법 정체 국면이 지속될 것을 예고했다.

또 이날 정의당과 국민의당 등 다른 야권 정당들도 정부의 공단 운영 중단 방침에 대해 더민주 측과 전반적으로 일치된 견해를 보였는데, 다만 국민의당은 더민주 측과 야권 주도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만큼 얼마 전 북한 궤멸을 언급한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정부여당의 대북인식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비판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한편 정치권이 1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7일) 직전 간신히 경제활성화법의 일부인 원샷법 등을 처리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개성공단 운영 중단 사태를 놓고 다시금 끝 모를 대치 상태로 접어들면서 테러방지법 등 나머지 쟁점법안 역시 처리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여 2월 임시국회는 그 시작부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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