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노래방, 알고 보니...
무늬만 노래방, 알고 보니...
  • 김윤재
  • 승인 2006.08.11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룸살롱급 시설 갖춘 노래방 속속 등장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스트레스를 풀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어디에나 위치해 있는 노래방이다. 직장인들이 회식을 하고 찾는 곳도 노래방이고 여성들도 친구들끼리 즐길 수 있는 곳 역시 노래방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래방들이 이상하게 변화를 꾀하고 있다. 법으로 금지를 하고 있는 술이 버젓이 팔고 있다. 여기에 일명 접대부라 불리는 도우미 아가씨까지 끌어들여 성매매금지 특별법으로 한물간 룸살롱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름만 도우미이지 접대부 뺨친다. 가족끼리 찾던 건전노래방은 퇴폐일로의 노래문화에 오래전 갈 곳을 잃었다. 한 건물에 학원과 퇴폐 노래방이 병존하면서 교육현장에도 적지 않은 문제를 낳고 있다. 학부모들은 퇴폐 노래방의 급증을 걱정하며 관할 경찰서와 합동으로 주민들의 신고를 당부하는 사례도 있다. 일각에서는 얼마 전 철퇴를 맞은 사창가와 룸살롱 등의 몰락이 이같은 기형적인 사회병리 현상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요즘의 노래방 속으로 들어가 본다. ◆갈 데까지 간 노래방 얼마 전 K씨는 생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인근 노래방을 찾았다가 바로 나오고 말았다. 이유는 낯 뜨거운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노래방에 들어서자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복도에서 화장을 짙게 한 여인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가족과 황급히 업소를 빠져 나왔다. K씨는 낯뜨거운 장면에 한번 놀라고 업소 문앞을 나오면서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접대부로 보이는 아가씨들이 줄줄이 노래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K씨는 “자식한테 노래방 출입을 삼가라고 했다”며 “노래방이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퇴폐 노래방의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간당 2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하는 도우미들이 고객을 위해 술을 부어주고 안주 시중까지 서비스한다. 분위기에 맞춰 술도 같이 마셔 주고 손님들의 짓궂은 요구도 받아준다. 여기다 팁까지 얹어 주면 즉석에서 ‘쇼’까지 보여준다고 한다. 옷을 벗어 신체부위를 노출하기도 하고 신체접촉을 허용하기도 한다. 그나마 이 정도는 작은 일이다. 노래방에 출입하는 도우미들이 노골적으로 2차를 권유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게다가 노래방 룸에서의 즉석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말 그대로 룸살롱을 방불케 하고 있다. 요즘 도우미들이 출입하는 노래방에서 이 정도의 노출은 말 그대로 다들 하는 일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 노래방 업주는 “처음 오는 도우미들은 이런 상황에 많이 당황을 하고 그냥 나오기도 하지만 내가 돈 벌려고 하는 일인데 이런 일에 나오면 안 된다”고 말하면 대부분 다시 들어간다고 말했다. 노래방 도우미들이 2차를 나가는 가격으로 받는 돈은 10만∼15만원가량이다. 돈 맛을 본 아가씨들이 손님들을 그냥 보낼 리 없다. 진한 화장과 향수로 치장한 도우미들은 대부분 속살이 훤히 드러나는 상의와 초미니스커트, 혹은 배꼽과 복부를 그대로 드러낸 청바지 차림으로 손님들의 시선을 자극한다. 핸드백은 꼭 지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속이 나왔을때 같이 온 남자라고 하기 위한 일종의 위장이다. 단속이 나와도 할 말은 많이 있다. ‘나이트에서 부킹으로 만났다’, ‘채팅으로 처음 만났다’ 등의 말만 하면 어떠한 제어적 장치가 없다. 이런 단속을 피하며 눈이 맞으면 지속적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주말을 이용해 고객과 영화를 보기도 하고, 술자리를 따로 갖는 등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직접 고객을 확보해 보도방과 노래방에 떼어주는 수수료까지 챙겨 보겠다는 심산이다. 룸살롱의 도우미들과 달리 노래방 도우미 여성들의 나이도 일찌감치 제한이 없어졌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아가씨들로 무장했던 룸살롱의 경우와는 달리 30·40대 아주머니들도 많다. 생계를 위해 오는 중년의 아줌마들도 많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출부나 가사도우미, 식당 등의 일자리를 구했던 이들이 이제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노래방을 택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당이나 소규모 맥주집 등에서 아주머니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란 전언이다. ◆보도방이 주범 얼마 전 창원에서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던 C씨는 인력부족으로 장사가 되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밑져야 본전이다라는 심정으로 보도방으로 업종을 변경한 뒤 떼돈을 벌었다고 한다. 20대에서 40대까지 도우미 20여명을 고용해 노래방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하루 40만∼100만원의 수입은 거뜬히 보장을 받고 있다. 성남시 분당에서 40여명의 아가씨를 고용해 보도방을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주말이면 하루 2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소문이 나 있다. 이런 소문 들을 사람들은 이제 너도나도 보도방을 하기 위해 창업(?)을 서두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다른 건 필요 없어도 아가씨가 있어야 장사를 할 수 있으니 명함을 만들어 곳곳에 돌리거나 화장실 벽 등에 부착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정보지를 이용, 고소득 수입을 보장한다며 유혹하기도 한다. 보도방 아가씨들의 나이도 다양해지면서 최근에는 자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가족들 모르게 노래방을 전전하는 주부들의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도방에 대한 단속이 쉽지가 않아 보인다. 이런 류의 직업들의 특성상 음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보도방 업주 대부분이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아가씨 대기실로 사용해 적발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아예 덩치가 큰 벤이나 봉고차를 구입, 차 속에 아가씨들을 대기시켜 놓고 핸드폰으로 주문을 받기도 한다. 말 그대로 이동식 사무실인 셈이다. 보도방은 노래방에 도우미를 보내기도 하지만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는 티켓다방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용인경찰서는 이들 보도방의 적발이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주민들과 함께 신고를 요청하는 전단지를 만들어 상가지역에 주기적으로 배포하기도 했다. 문구에는 ‘아이들과 노래방에 갈 수가 없어요.’라고 적혀 있다. ◆노래방과 학원의 위험한 동거 이른바 도우미 아가씨들을 불러주는 퇴폐 노래방은 분당과 일산, 용인 등 신 도시 아파트 밀집지역내 상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새로 노래방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테리어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만 한다. 널직한 가죽 소파에 편히 기댈 수 있는 등받이, 아예 신발을 벗고 들어가도록 방으로 만든 거실형 노래방도 우후죽순이다. 수입 대리석에 사치스러운 조명등을 갖추기도 하고, 도우미들이 함께 이용할 것을 예상해 룸도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다. 노래방이 점점 룸살롱화 되 가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대표적 신 도시인 용인시 기흥구 아파트 밀집지 인근에 위치한 K노래방은 벽을 고가의 수입 방음벽돌로 치장, 각종 소음을 차단하고 복도는 카펫으로 치장하고 있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창을 설치해야 하지만 아가씨들과 같이 있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대부분 광고 전단지 등을 이용해 가려 놓았다. 분당에는 현재 220여개의 노래방이 성업 중이며 상당수 노래방이 보도방을 통해 도우미들을 공급받고 있다. 사창가와 룸살롱 등에 종사하던 아가씨들도 아예 노래방이 수입이 낫다며 보도방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도방 업주들이 대형 룸살롱을 돌며 아가씨들을 빼내오기도 한다. 쉽게 노래방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청소년들을 보호하기에는 턱없는 낮은 규제도 문제다. 건물에 학원이 있을 경우 수직제한이 4m에 불과, 한 층만 피하면 노래방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신시가지의 경우 한 건물에 노래방과 학원이 상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저녁시간 보도방 차량과 학원 차량이 뒤섞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학원생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에 밤이면 도우미와 술취한 손님들이 뒤섞이는 웃지못할 촌극이 연출하기도 한다. 분당구 관계자는 “퇴폐를 부추기는 노래방 업주와 보도방도 문제이지만 도우미를 찾는 고객들도 다를 게 없다.”며 “오는 10월부터 접대부를 고용하는 업주는 물론 도우미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제를 개정한다고는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건소 점검대상서 제외 성병·에이즈 감염 위험도 퇴폐 노래방이 활개를 치면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중 가장 큰 문제는 노래방을 찾는 도우미들은 보건소의 점검도 받지 않는다. 질병 감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에이즈의 감염경로가 사창가나 유흥주점보다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 등에서의 무분별한 만남이 더욱 위험하다는 한 보건소장의 말이 범상치만은 않다. 성남시의 한 보건소장은 최근 에이즈 환자의 감염경로를 추적해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룸살롱이나 사창가보다 나이트클럽 등지에서의 무분별한 만남이 발병의 더 큰 원인이 되고 있으며, 노래방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에이즈 감염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감염경로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창가나 룸살롱 등은 보건소가 주기적으로 성병 감염여부 등을 체크해 오히려 안심(?)할 수 있다고 한다. 사창가는 보건소의 꾸준한 점검과 진료 덕분에 가장 안전한 곳으로 꼽히기 까지 하고 있다. 노래방의 경우 행정관청의 손길이 닿지 않는 데다 단속도 쉽지 않다. 술을 파는 것이 다반사여서 단속조차 융통성이 없어 보인다. 경찰도 신고가 들어와야만 단속에 나설 정도다. 보도방 아가씨들의 출입이 잦지만 제지할 방법이 별로 없다고 토로한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인력도 별로 없는데 노래방 입구에서 지켜 서있을 수도 없고, 일일이 문을 열어 관계를 따져 물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단속의 어려움을 밝혔다. 노래방이 주류판매 묵인으로 적발될 경우 10일간 영업정지나 이를 대신하는 과징금이 부과되지만 주인들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도우미 사용의 경우 1차 적발시 영업정지 30일,2차는 3개월이지만 영업정지가 끝나면 똑같은 영업행태를 반복하기 일쑤다. 분당의 경우 지난해 처음 도우미 단속에 나서 220여개의 노래방 가운데 118곳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노래방에서 직접 도우미를 적발하기보다는 보도방 단속에 의존했다. 보도방에서 도우미를 보낸 장부를 압수해 줄줄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들 퇴폐 노래방은 여전히 밤의 새로운 황제로 등극을 하고 있다. 도우미는 타 시·군에서도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 적발이 쉽지 않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공무원들은 얼마 전 한 사창가 단속이 노래방 퇴폐문화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하고 분석하기도 한다. 노래방이 이같은 사회병리 현상을 대신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