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보니 우리나라 아파트 거주 인구는 이미 절반에 가깝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아파트에 사는 꼴인데 2010년 실시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757만여 가구 중 47%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시행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오는 9월에 나오지만 아파트 거주 비율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도시지역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60%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처럼 국민의 절반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만큼 아파트와 관련된 정책은 전국민의 문제나 다름 없음에도 곳곳에서 들려오는 아파트 비리에 대한 대책은 크게 미진한 실정이다. 대다수 아파트들은 입주민들이 입주자 대표회장이나 동대표 등을 선출하고 선출된 입주민들이 대표회의 등을 구성해 입주민들의 관리비를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아무래도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쁜 입주민들의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다보니 입주민 대표 등의 전횡을 감시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한 실정이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관리비 비리 유형을 보면 주로 입주자 대표 등이 관리비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로부터 금품·향응 등을 수수하고 수의 계약을 맺거나 관리비를 사적인 용도로 쓰는 등 관리비를 유용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입찰과 관련된 비리의 문제는 심각하다. 대표회의 임원들이 용역 업체에 갑질을 하는 것도 부지기수고 낙찰 여부를 두고 전 대표와 현 대표와의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일쑤다.
입주민 대표들의 비리가 판칠수록 피해를 입는 쪽이 아파트 입주민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가뜩이나 지자체들의 지원이 미미한 수준이라 아파트 관리 재원에서 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데 이 관리비가 제대로 쓰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세대 주택 등에 비해 높은 관리비를 내고 있는 입주민들로서는 억울할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많은 입주민들은 사실 대표회의가 많게는 수 십억원에 달하는 관리비를 어떻게 쓰는지 별다른 관심이 없다.
무관심 속에 자란 괴물들을 쫓아내는 방법은 입주민들의 참여와 감시가 최우선이지만 단박에 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대표회의의 활동에 관심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아파트 비리를 바로잡아야 할 곳은 정부와 지자체다. 특히 지역민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국토부나 일부 지자체는 아파트 비리 근절 시스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기도 같은 경우 관리비 비리를 빅데이터로 적발하는 ‘아파트 관리 부조리 분석 시스템’을 국토부와 함께 전국에 보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충청권의 지자체들은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를 개소하거나 지자체 내에 공동주택 단지 감사반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들은 입주민들의 감사 요청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고작이다.
‘아파트 관리비는 눈먼 돈’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입주민들이 관리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고 편익의 차이도 입주민들에게 크게 체감되지 않아 입주민 대표의 재량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에서다. 개인재산 영역이라는 이유로 지자체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는 아파트 비리가 근절되기 어렵다. 지자체가 아파트 관리에 대한 지원도 제대로 해주지 않을 바에야 단속이라도 좀 확실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