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단가, 제조원가보다 낮아…“경쟁입찰 전환에 덤핑 난무”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우유는 학교급식 우유 입찰에 150원(200㎖ 한팩 가격)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 무상우유급식 단가(430원)뿐 아니라 제조원가(280원)보다도 훨씬 낮은 액수다.
우유업체가 농가에 제공하는 유대는 210원. 즉 손해 보면서 납품하는 셈이다. 그동안 우유급식은 수의계약 형태를 유지해 왔으나 올해 최저가격 경쟁입찰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덤핑 입찰이 난무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등학교 전체 학교수는 1만2583개다. 이 가운데 서울우유의 점유율은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저가입찰 경쟁체제가 되면서 서울우유가 저가 공세를 퍼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입찰은 학교와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앞서 서울우유는 지난해 12월 400원이 넘는 수준으로 입찰을 진행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격을 떨어뜨리더니 급기야 150원까지 낮췄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물량을 앞세웠기 때문에 이같은 ‘단가 후려치기’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낙농가 피해로 돌아올 것”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정부 고시 가격(430원)을 150원대까지 떨어뜨리는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입찰은 물량을 통해 타 영세 업체는 아예 명함도 내밀지 말라는 것”이라며 “기준선마저 무너뜨린 저가 입찰경쟁이 시장 질서를 흐리고, 이로 인한 부작용은 결국 소비자와 낙농가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최저가격 경쟁입찰 체제는 특정 업체의 쏠림현상을 막고 소비자에게 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기존에 학교 급식시장을 독식해오던 서울우유가 타 업체들의 시장진입을 저지하고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덤핑입찰을 자행하는 것은 공정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측은 지난달 학교우유급식 저가 덤핑입찰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농식품부·낙농진흥회에 공문을 통해 공식 요청했다.

◆“덤핑 확대로 선택권 무시”
손정렬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최저가 입찰제가 시행되면서 지난해 무상우유급식 단가(430원·200㎖)에도 크게 못 미치는 200~300원대에서 공급단가가 낙찰되고 유통질서 문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최저가 덤핑입찰 확대로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선호도나 선택권이 무시되고 ‘저급우유’, ‘물탄우유’로 우유를 폄하하는 현상이 발생되고 있어 학교우유급식 품질 불신과 신뢰도를 하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학교우유급식 저가 덤핑입찰로 인한 폐단은 결국 낙농가의 피해가 된다면서 청소년의 체력증진과 올바른 식습관 형성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정단가제에 준하는 제도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서울우유는 “우유조제 물량의 유지가 중요한 상황에 학교우유급식은 짧게는 6개월에서 1년동안 공급할수 있어 시장 유지가 가능하다”면서 “경쟁 입찰이다 보니 공격적인 측면도 있었다. 현재 내부적으로 통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준비 중인 통제에 대해 “그런 가격(150원)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앞으로 150원으로 (입찰가격을) 책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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