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일가, 과도한 퇴직금 논란
재벌 총수 일가, 과도한 퇴직금 논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EO보다 평균 3배 많아…상법 개정 목소리 높아져
▲ 대기업 오너 일가의 퇴직금이 전문경영인에 비해 3배가 넘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대기업 오너 일가가 실적과 무관한 고액 배당 및 과도한 보수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퇴직금마저 전문경영인에 비해 3배가 넘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경제개혁연대는 2014년 퇴직한 상장사 등기임원 13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총수 일가 출신의 임원이 받은 퇴직급여가 전문경영인의 평균 3배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33명이 받은 퇴직 급여는 총 1815억6900만원이었지만 이 중 9명에 불과한 총수 일가 임원이 받은 퇴직 급여는 513억9300만원으로 전체의 28%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2014년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7개 계열사 이사에서 물러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공개된 한화케미칼, ㈜한화, 한화갤러리아, 한화건설 4곳에서 받은 퇴직금이 143억8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김승연 회장은 각각 30억, 57억, 32억, 23억원을 받았다. 김승연 회장은 해당 계열사에서 평균 4~5년 가량 대표이사직에 있었다. 공시되지 않은 나머지 3개 계열사에서 받았을 퇴직금을 감안하면 총 퇴직금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9년간 역임했던 현대제철 이사직을 사임하면서 받은 108억2000만원을 받았고 사위인 현대하이스코 신성재 전 사장은 13년 가량 근무에 81억원을 받았다. 한진그룹 조수호 전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7년여 근무로 52억원을 받았고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은 9년 간 근무로 10억원 가량을 받았다.
 
이밖에 LS전선 구자엽 회장은 11년 근무했던 가온전선을 떠나면서 50억원을 받았고 대성그룹 삼형제 중 장남인 김영대 회장은 35년간 근무했던 대성산업가스 대표이사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24억원 가량을 받았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2년 반 가량 근무한 동부제철 대표이사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2억원을 받았고,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엘에스엠트론 이사회의장에서 물러났지만 퇴직금을 받지 않았다.
 
◆재벌 총수 일가 퇴직금, 전문경영인보다 평균 3배 많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자열 회장처럼 퇴직금을 받지 않거나 조현아 부사장, 김영대 회장처럼 근무 기간에 따라 적절한 퇴직금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나머지 총수일가는 근무기간에 비해 과도한 퇴직금을 받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경제개혁연대가 강조하는 것은 같은 대표이사라도 총수 일가의 퇴직금이 전문경영인의 퇴직금보다 훨씬 많다는 부분이다.
 
총 133명 중 근무기간 확인이 가능한 퇴직임원 99명을 대상으로 계산해보면 1년당 퇴직급여는 1억7500만원이었지만 총수 일가 18명의 퇴직급여는 평균 14.58년 근무에 1년당 3억8400만원으로 껑충 뛴다. 반면 전문경영인 81명은 평균 7.32년 근무에 1년당 1억2800만원의 퇴직급여를 받았다. 총수 일가의 퇴직금이 전문경영인 퇴직금의 3배에 달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경우 지난 2014년 정몽구 회장이 현대제철에서 물러날 당시 함께 퇴직한 박승하 전 대표는 7.8년 근무에 27억원을 받았다. 9년 근무에 108억원을 받은 정몽구 회장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1년당 퇴직급여로 환산하면 정몽구 회장의 퇴직급여는 12억원으로 박승하 전 대표의 3억46000만원의 3배를 훌쩍 넘었다.
 
김승연 회장과 함께 퇴직했던 한화케미칼 홍기준 전 대표는 7.3년 근무에 11억4000만원을 받은 반면 김승연 회장은 3.4년 근무에 30억7100만원을 받았다. 1년당 퇴직급여로 환산할 경우 김승연 회장(9억원)은 홍기준 전 대표(1억5600만원)보다 5.8배에 달하는 퇴직급여가 책정된 셈이다.
 
▲ 재벌 총수 일가의 퇴직급이 전문경영인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비교가 동반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허탈감은 적지 않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총수 일가에 퇴직금이 필요한가” 의문 제기
재벌 총수 일가의 퇴직급이 전문경영인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비교가 동반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허탈감은 적지 않다.
 
총수 일가의 퇴직금이 많은 이유는 퇴직금 산정의 기본이 되는 연봉이 일단 고액인 점이 작용한다. 여기에 한 대기업의 기업보고서에 따르면 총수 일가의 퇴직금에는 통상 ‘보상배수’라고 불리는 수치가 적용돼 일반 직장인들이 1개월치에 근무년수를 곱하는 것과 달리 적게는 2개월치에서 5개월치까지 곱해지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에 일반적으로 퇴직 급여 규정은 직장에서 나오는 급여가 끊어진 뒤를 위한 대책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에서 재벌 총수가 굳이 고액 연봉에 더해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퇴직금까지 받아야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총수 일가는 통상적으로 막대한 보유 주식과 자산 등으로 이미 많은 이익을 취하고 있고 급여와 퇴직금을 받으려고 근무하는 일은 거의 없다. 고액의 급여와 퇴직금은 이들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대기업 총수 일가는 총수 일가 지분이 절대적인 계열사의 고액 배당 등으로 잦은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적정 수준의 기본보수 책정과 지급률의 합리적 개선, 계열사 임원 겸직으로 인한 중복수령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총수 일가 역할 있지만 책임지는 모습 아쉬워”
반면 같은 대표이사라도 총수 일가가 가지는 의미와 수행하는 역할이 훨씬 막중하다는 점에서 단순비교는 곤란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총수가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는 것만으로도 회사의 위상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고 사업 추진도 훨씬 수월해져 유·무형의 이익이 회사에 발생한다는 반론이다.
 
하지만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은 회사가 구조조정 중인데도 28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았고, 지난해 161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유진기업의 유경선 회장은 무려 152억원의 퇴직금을 받아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구속 기간에 급여를 받은 재벌 총수가 있는가 하면 보수 공개에 부담을 느끼고 등기 임원직에서 아예 물러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실적 악화나 오너 리스크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 총수 일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이유로 대표직을 사퇴하는 경우에까지 고액의 연봉 및 퇴직금이 지급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