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방송국 사유화 중단 촉구

호반건설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대학들이 지난해 지역 민영방송인 광주방송(KBC)에 거액의 협찬을 했다고 지난 15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2011년 KBC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KBC의 회장 자리는 김상열 호반 회장이 겸직하고 있다.
대학들이 받은 기부금은 지난해 초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300억원가량의 시세차익 일부다. 당시 호반건설은 금호산업의 지분을 사들였다가 되팔면서 거액의 차익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투기 논란이 일자, 김 회장은 이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김 회장은 “처음부터 주식투자해서 이익을 남기려 했던 것은 아니고 금호에 관심이 있어 주식을 매입한 것인데 본의 아니게 300억원의 이익이 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소재 대학들도 열악한 대학들이 많아 상의해서 몇 십억원 정도 발전기금으로 낼 생각이다. 또 200억원가량은 호반건설 문화재단에 기부해 기존 800억원 포함 1000억원 수준으로 만들어 문화재단을 통해 좋은 일을 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부금이 다시 호반건설로?

지난해 6월 조선대에 발전기금 5억원을 기부한 호반건설은 이 중 2억원에 대해서는 “대학홍보 등에만 사용해야 한다”며 용도를 지정하기도 했다. 2억원 가운데 1억원은 KBC가 진행하는 ‘글로벌인재육성 캠페인’을 통해 집행됐다. 나머지 1억원은 올해 조선대가 개최하는 ‘장미축제’를 KBC를 통해 홍보하면서 집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5억원의 기부금을 받은 광주대도 같은달 동 캠페인을 후원하는 약정을 맺었다. KBC는 오는 9월까지 광주대로부터 1억9800만원을 받기로 했으며, 광주대는 협찬 금액을 기부금에서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5억원을 기부 받은 동신대도 KBC에 2억원을 협찬하고 광고를 진행 중이다.
당시 순수하게 기부만 했던 것으로 KBC가 기부금으로 협찬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으며, 기부 이후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일은 알지 못한다고 호반건설 관계자는 설명했다.
◆시민단체 “계열회사 부당지원 가능성”
이같은 논란에 대해 시민단체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위법 여부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광주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호반이 지역 대학에 기부한 돈의 일부를 계열사인 KBC에 홍보비 등으로 주는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계열회사에 대한 부당지원’에 해당할 수 있어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당지원행위가 있었는지 수사기관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KBC를 인수한 호반이 방송국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참여자치 21은 “호반이 KBC를 인수하고 난 뒤부터 지역사회에서는 자본과 언론의 결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면서 “호반은 언론사유화를 중단하고 KBC는 언론의 독립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그 본연의 역할인 비판과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으며 언론이 자본과 결탁하는 순간 공정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고, 지역 사회는 멍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한편 호반건설은 지난해 광천동 KBC신사옥 건축 심의가 유보되자 호반과 KBC가 결탁해 시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대거 내보내면서 ‘보복성보도’ 의혹이 일었다. 이에 따라 ‘방송을 사유화한다’며 비난이 일기도 했다. 참여자치 21은 “지금이라도 시는 광천동 KBC 사옥 건축 건에 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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