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우스 에이전시, 변화 위한 몸부림 ‘꿈틀’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업계 부동의 1위인 광고 계열사 제일기획을 프랑스 퍼블리시스 등 해외 투자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의 매각 논의가 공식화되던 날 제일기획 주가는 16개월 만에 10% 넘게 폭락했다. 지분 매각설이 연초부터 제기되기는 했지만 경영권 매각까지 고려되고 있는 것까지는 예상치 못했던 시장이 화들짝 놀란 셈이다.
특히 지난해 한컴과 포레카의 매각 이슈를 겪었던 광고업계는 제일기획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화그룹은 광고계열사인 한컴을 204억원에 두산그룹 광고계열사인 오리콤으로 넘겼다. 그룹 차원의 비주력 사업 정리 방침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 차원이었다. 두산그룹은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부사장이 주도하기 시작한 오리콤을 업계 5위권 언저리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겪었다. 2014년 기준 오리콤과 한컴의 광고취급액 순위는 각각 8위와 9위였다.
포스코 역시 일감 몰아주기 해소 차원에서 지난 2010년 설립한 포레카를 컴투게더에 매각했다. 포레카는 매출 대부분을 계열사로부터 내 왔으며 수 년 간 일감 몰아주기 이슈 해소를 위해 매각이 추진돼 왔다. 롯데그룹 계열의 대홍기획도 실사까지 참여했지만 중소 독립 광고대행사 컴투게더에 고배를 마셨다.
대체적으로 광고업계는 소위 인하우스 에이전시라고 불리는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가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일기획을 필두로 현대차그룹 이노션, LG그룹 HS애드, 롯데그룹 대홍기획, SK그룹 SK플래닛이 부동의 ‘톱5’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총수 일가를 고발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일감 몰아주기를 강력히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해 시행된 이후 대기업 계열 광고사들은 한컴의 예처럼 일감 몰아주기 이슈 해소 차원에서의 지분 매각 등의 가능성에 노출된 상황이다.
여기에 저마다 비계열사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제일기획의 예처럼 상위권 광고회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설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광고사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제일기획이 몸집을 더욱 불릴 경우 상위권 사들도 일감 몰아주기 이슈나 수익구조 다변화 등을 이유로 M&A 움직임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제일기획은 퍼블리시스에 인수될 경우 약점으로 꼽히는 미주·유럽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고 퍼블리시스 역시 제일기획의 강점인 중국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지난해 미국에 미디어대행 합작사를 설립한 이노션이나 오리컴의 한컴 인수 시도 역시 이 같은 시도의 일환으로 읽힌다는 평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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