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여전…본사 사옥 매각 불투명 등 향후 행보 중요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2652억6000만원(1억5600만 주)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오는 29일 주권이 교부되고, 내달 2일 신주가 상장되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절반가량인 5800억원은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 상환에, 나머지는 자재구매대금과 공사대금에 사용할 예정이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 반응 엇갈려
성공적인 유상증자에도 시장에서는 이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에 대해 반응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이번 증자를 통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부채비율도 2014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성공할 것으로 일부에서는 보고 있다.
반면 여전히 큰 폭의 재무개선은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상 증자 대금 중 5866억원은 이번 달과 다음 달 돌아오는 우리은행 NH농협 등 단기차입금 상환에 쓰인다. 나머지 6786억원은 자재와 공사비 지출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추정 재무제표에 이번 증자를 반영하면 자본금은 9800억원으로 늘어나며, 자본 총계는 9600억원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89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은 증자 직후 620%를 기록해 지난 2014년(545%) 대비 80%p 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증자대금 절반가량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 부채비율은 56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500% 이상의 부채비율은 부담이다.
◆신규 수주, 사옥 매각 등 변수
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목표 실적(매출 7조600억원, 영업이익 2280억원)을 달성하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자를 일으킨 주요 프로젝트와 미청구 공사 등에 따른 추가 손실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또 저유가 기조로 화공 플랜트 부문의 신규 수주가 줄고 있어 저가 수주가 아닌 수익성이 좋은 프로젝트도 수주해야 한다.
그러나 실적 쇼크의 주된 원인인 미청구공사 잔액이 지난해 3분기 1조6700억원(연결 기준) 규모인 점은 잠재적 손실위험을 나타낸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중동 산유국 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신규 수주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수요자가 적은 탓에 본사 사옥 매각도 불투명한 실정으로 전해졌다. 토지와 건물을 모두 매입할 수 없고 건물만 단독으로 매입해야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분기부터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그룹 계열사가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를 맡았다.

◆이재용 부회장 3000억원 어디에 쓰일까
업계의 관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증자 참여 목적으로 마련한 3000억원의 활용 방안에 쏠린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으로 당초 예상보다 실권주 규모가 미미해짐에 따라 이 부회장이 일반공모 청약에 나서지 않기로 하면서 3000억원이 사용처를 잃게 됐다.
일부에서는 이 자금이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쓰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이어가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에 사용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오는 3월2일 신주 1억5000여만주가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차익 실현 매물이 대량으로 풀릴 가능성이 있는데, 이재용 부회장이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다면 주가 하방압력을 견뎌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대신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매입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3000억원을 투자해 상당한 수의 지분을 확보한 후 향후 기업가치를 높이게 되면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다양한 계열사들과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장기적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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