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김종인, 햇볕정책 부정” - 더민주 “鄭, 햇볕정책 비판한 국민의당 왜 입당해”

이번 적통 논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은 야권 대선후보였으며 통일부장관으로서 햇볕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그간 야권의 대북관인 햇볕정책을 상징해 온 정 전 의원이 국민의당 입당을 결정함으로써 자칫 기존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통 후계정당임을 자처했던 더민주의 입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해 문 대표가 먼저 일으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의 선제 도발에 정 전 의원도 격한 반응으로 맞대응에 나서면서 논란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정 전 의원은 문 대표가 영입한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의 최근 행보를 문제 삼으며 공세수위를 높여가는 것은 물론 연일 더민주 비판에 열을 올리면서 총선 전 야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적통 논란’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文-鄭, 野 ‘적통’ 놓고 SNS 설전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정 전 의원의 국민의당 입당 당일인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동영 국민의당 합류. 잘 됐다”며 “구도가 간명해졌다. 누가 적통이고 중심인지 분명해졌다”며 제1야당으로서 야권의 정통성이 더민주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햇볕정책 수행자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는 정 전 의원의 존재를 인정치 않겠다는 발언이어서 정 전 의원 측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정동영이 더민주에 가지 않은 이유’란 제목의 글을 올려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정 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부끄러운 줄 알라’”며 “문 대표가 삼고초려해 모셔온 김종인 당 대표와 108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제1야당의 모습을 돌아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김종인 대표에 대해 “박근혜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며 현재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서도 북한 궤멸론으로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지난 18일에는 300만 농민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한미 FTA추진 주역을 당당하게 영입했다”고 지적해 김 대표를 영입한 문 대표까지 한꺼번에 비판하는 한편 야권의 적통이 더민주에 없다고 반박했다.
정 전 의원은 이어 총선을 앞두고 현재 김 대표가 공천권 등 사실상 전권을 쥐고 있어 이 같은 김 대표의 행보를 비판하지 못하는 더민주의 상황을 꼬집어 “지금은 총선 공천권을 쥔 고양이 앞에 납작 엎드려 일제히 입을 닫았다”며 “예전 같으면 ‘이 정권 저 정권 왔다 갔다 하는 철새 대표는 안 된다’며 식물 대표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는 “(제1야당 대표는) 삶이 야당의 적통을 이어갈만한 사람이어야 한다”며 “(김 대표는) 민주 야당의 얼굴이자 대표가 될 수 있는 분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 鄭 날선 공격에 김종인 “개인이 쓴 글 하나 갖고 논평 안 해”
이에 대해 당사자인 김 대표는 21일 서울 구로에서 민생탐방 도중 기자들이 SNS를 통한 정 전 의원의 비판에 대해 의견을 묻자 “내용이 뭔지 모르겠다. 정체성 운운했다고 하는데 정체성 자체가 뭔지도 모르겠고 개인이 글 하나 쓴 것 가지고 논평하고 싶지 않다”며 “심심하니까 글 한 번 쓰는 것이겠죠”라고 철저히 무시했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 19일 정 전 의원이 국민의당 입당을 결정했다는 데 대해서도 당시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누가 어느 당에 들어가든지 당사자 개인 사정에 의해 가는 것이지 우리로선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게 옳다”며 “정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했다고 우리 당이 총선에서 흔들릴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무시한 바 있다.
이처럼 김 대표가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자 국민의당은 22일 대변인 논평에서 김 대표를 겨냥해 “습관적으로 깔아뭉개는 태도가 체질화됐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당 대변인실은 이날 오전 논평에서 “김 대표는 전에도 안철수 대표를 ‘의사하다가 백신 하나 개발했는데 경제를 잘 알겠냐’며 비난했다”면서 “상대 당 대표의 합리적 발언을 폄하하는 것을 넘어 멸시하는 태도는 막말에 가깝다”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러자 국민의당도 김 대표를 비판한 정 전 의원을 겨냥해 맞불을 놨는데 더민주 진성준 의원은 같은 날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더민주에 정체성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이중잣대”라며 “햇볕정책이 실패했다고 선언한 국민의당에 입당하신 정 전 의원께서 그런 말을 할 처지와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진 의원은 이어 “우선 당신의 화살이 자기 당을 향해 가야 맞다, 그게 순서”라면서 정 전 의원에게 햇볕정책을 비판한 국민의당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부터 비판하라고 압박했다.
또 그는 자기 당의 김 대표에 대해선 “김종인 대표는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로 평가되는 분”이라며 “적어도 김 대표의 입장은 당의 기본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고 적극 옹호했다.
아울러 진 의원은 국민의당에서 문제 삼는 ‘북한 궤멸론’에 대해선 “우리가 북한을 붕괴시키겠다, 또는 흡수하겠다 식의 발상은 아니다”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행동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자기 체제를 보존하고자 한다면 오산이고 자멸의 길로 갈 것이란 취지에서 말씀하신 것”이라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 전 의원도 이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아 이날 광주를 방문해 광주지역에 출마하는 국민의당 예비후보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최근 적통성 논쟁이 벌어졌다”며 “연두색 옷을 입고 뛰는 기호 3번이 김대중·노무현의 적통을 잇는 분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더민주 제1야당이 개성공단과 평화주의를 포기하고 북한 궤멸론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가장 땅을 치고 통탄할 분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라며 “6·15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을 만들어 내신 두 분의 적통을 국민의당이 계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개성공단 부활의 선봉에 정동영이 서겠다”며 “국민의당이 광주·전남·전북을 석권해 야당다운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햇볕정책’을 두고 당내 이견이 있는 것과 관련해 최경환 예비후보가 “중앙당에서 햇볕정책이 실패했다고 이야기하는 등 창당 취지와 정체성에 어긋나는 말을 하고 있다”고 질의하자 정 전 의원은 “국민의당 강령 5장 2절엔 대북포용정책(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킨다고 명문화 돼 있고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선순환을 이룩한다고 돼 있다”며 “햇볕정책은 증오를 용서와 화해로 바꾸는 정책이며 이것이 핵 문제를 푸는 근본 해법”이라고 ‘햇볕정책 실패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정 전 의원은 앞서 방문했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자리에선 “호남 정신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야당다운 야당이 출현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정체성이 흐물흐물한 야당으로는 야당 밖에 못한다”고 발언해 좌우를 아우르는 중도 성향의 국민의당에서 향후 정 전 의원의 색채가 뚜렷한 ‘좌향좌 행보’가 또 다른 충돌을 낳는 것은 아닌지 우려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에선 드디어 공천 칼날을 뽑아드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당내에 극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현역 20% 컷오프와 별개로 다선 중진까지 겨냥한 고강도의 ‘현역 물갈이’ 방침이 나온 데 대해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국민의당의 연이은 공격에도 꿈쩍않던 김종인 대표 체제가 예상치 못한 내분으로 흔들리는 것 아닌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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