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정치권은 수많은 논란의 연속에 휩싸이며 갈등과 반목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일지 생각해본다면 어렵지 않게 ‘정계개편’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차기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정치권 세력별 다툼은 정계개편의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정계개편의 무게 중심을 특정 방향으로 향하게 만든 인물이 있다. 바로 7.26 재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복귀한 민주당 조순형 상임고문이다.
당초 조순형 의원을 두고 구태정치의 부활로 보는 시선과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계기로 보는 시선이 엇갈리며 평가가 분분했었다. 그러나 그가 당당히 정계 복귀에 성공함으로써 엇갈린 평가들은 깔끔하게 교통정리 되었다. 모든 것은 선거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인물이든, 국민들은 그를 선택했다. 그의 정당성이 인정받았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는 결론인 것이다.
조순형 의원이 서울 성북을 지역에서 당선됨에 따라 정계개편의 방향과 시기가 많은 변화를 일으키게 됐다는 점은 누구도 쉽게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다. ‘작은 야당 속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이 정권을 좌지우지할 힘이 있겠는가?’하는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권이기에 가능하다. 더욱이, 다른 인물이 아닌 조순형 의원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에 〈시사포커스〉는 정계개편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조순형 의원을 만나 정계개편과 관련된 단독 인터뷰를 했다.
《민주당 조순형 상임고문 인터뷰 전문》
◈ 문) : 늦었지만, 당선을 축하한다.
◎ 답) : 감회가 새롭다. 임금에게 쓴 소리를 해 유배당했다가 돌아온 선비의 기분을 알 것 같다.
◈ 문) : 조 의원이 정계에 복귀함에 따라 민주당發 정계개편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답) : 2년 반 동안 정치권에서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정계개편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었다. 내가 복귀하기 전 한화갑 대표를 중심으로 당도 확장하고 제대로 된 정당이 되기 위한 정계개편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정계개편에 대해 특별히 말할 입장은 아니다. 당에서 추진하는 정계개편에서 할 일이 있다면 하고, 도울 게 있다면 돕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계개편을 위해서는 정치 세력 간 기본적 이념이나 노선 등에 있어서 서로 합치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후에 정계개편 논의를 해야지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이해관계에 의해 정계개편 논의를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꼭 정계개편이 화두가 된다. 정치 세력 간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지는 모습, 사실 이것은 정치적으로 보면 후진적인 현상이다. 정치 선진국에서는 그런 일이 별로 없다. 말하자면, 정치 구도나 정당구도는 총선에서 국민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 문) : 탄핵의 역풍을 맞았을 당시와 지금의 심정은 어떤가?
◎ 답) : 내가 당선된 것이 유권자들이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해서였다고 보지 않는다. 그것이 부수적인 원인이 되기는 했지만, 주요인은 아니라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오만한 모습을 보였고, 내 개인에 대한 평가 등도 어우러져 당선된 것이지, ‘내가 당선이 돼서 탄핵의 정당성이 인정됐다’는 해석은 하지 않는다.
당선 소감에서 탄핵의 정당성이 인정됐다고 밝힌 것은 사실 밝히지 않으려고 했었다. 선거 유세기간 중 이인제 의원 등이 와서 유세를 도와준다는 보도가 나가니까 상대측에서 탄핵 세력들이 성북을로 결집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역사적 후퇴다’는 등의 논란을 일으키며 선거의 쟁점으로 삼았다. 나는 그에 대해 일체 대응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탄핵의 정당성이 인정된 것이 아니냐고 말한 것이다. 그 쪽에서 먼저 그렇게 말 안했으면 나도 그럴 의사 없었다. 이미 탄핵에 대해서는 두세 차례 재보선이나 전국적으로 실시한 지방선거에서 평가가 끝난 것으로 본다. 구태여 이번 선거에서 탄핵 문제를 내가 선거 쟁점으로 할 필요도 없었다.
◈ 문) : 최근 YS, DJ 등을 예방했는데, 현 정권과 과거 정권의 비교 평가는?
◎ 답) : 그 어떤 정권도 잘못을 하고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야당과 언론에 대한 비판을 전혀 듣지 않는다. 과거 정권들은 그래도 그런 비판들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수정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오히려 야당, 언론, 심지어 민심까지도 비판을 하면 적대시한다. 그것이 역대 정권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내일 임기가 끝난다면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대통령이 나와서 나라를 망쳐놓을지 모르나 지금까지 중 가장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판단한다.
◈ 문) : 열린우리당도 민주당도 고건 전 총리의 영입에 힘을 쓰고 있는데
◎ 답) : 1년 넘도록 고 전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유력 후보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또한 그 분이 들어온다고 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고 전 총리는 정치적 입장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입장이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당정치이기 때문에 ‘여’인지, ‘야’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느냐 하는지도 중요하다. 노무현 정권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분이 노무현 정권을 승계하자는 것인지 교체하자는 것인지 정도는 분명히 밝혀야할 필요성이 있다. 앞서 말했지만, 기본 이념이나 노선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그 분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니까 이쪽저쪽에서 다 영입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
또, 그런 입장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야할 필요성이 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되어 일반 국민들도 자기 의견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그러는데, 다음 대통령이 되어 국가를 5년 동안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이다. 모든 현안들에 대해 밝힐 것은 밝혀야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이슈 되고 있는데, 그 분은 총리를 두 번이나 한 분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경험과 지식이 있는 분인데…
◈ 문) : 한화갑 대표와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에 대해
◎ 답) : 내가 복귀해서 당권에 변화가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것 전혀 없다. 지금 민주당의 의석수가 12석에 불과하다. 여론조사 결과도 지지율 10% 안팎이다. 상황이 이런데 무슨 당권 경쟁이란 말인가. 한나라당 정도 되는 당에서 당권 경쟁을 한다면 몰라도 우리가 당권 경쟁, 갈등을 한다면 국민들이 웃는다. 소꿉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 하는 거냐고 비웃을 것이다.
나는 당권에 참여하라고 해도 못하겠다. 국민들 보기 창피하고 낯간지러워서 못 그러겠다. 서로 얘기해서 뽑으면 되는 것이지, 당권이고 뭐고 그런 것에 전혀 관심 없다. 꼭 대표가 아니더라도 할 일이 많다. 지금은 민주당이 승리의 기틀을 잘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조그마한 당에서 당권 어쩌고 그럴 여유도 없다.
◈ 문) : 지역구인 성북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답) : 공약을 열 가지 내놓았다. 그 중 지역에 관한 공약은 딱 한 줄뿐이었다. 장위동 뉴타운, 자립형 사립고, 교통망 확충 등 성북구가 당면한 현안에 대해서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등 실무자들과 추진하거나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선거를 했지만, 지역 공약은 그 정도로만 한다. 짧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역발전의 주체는 이제 단체장과 지방 의회이다. 물론, 국회의원도 지역사회 발전과 현안 문제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제도 성북구청장을 만났다. 교통문제와 교육문제 등 현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조만간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런 문제들로 만나볼 생각이다. 중앙정치에만 관심 있는 것이 아니다. 성북구에 시의원, 구의원 중 민주당은 구의원 한 사람밖에 없다. 그러나 구청장도 얘기했지만, 여기는 다 성북당밖에 없다. 다 성북당이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 문) : 추미애 전 의원의 귀국과 관련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놓고 고심하는 듯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인 관계를 떠나서 추 전 의원이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 답) : 하하. 모르겠다, 모르겠어.
◈ 문) : 결국, 추 전 의원이 귀국하면 부딪치든, 포용을 하든 하게 될 것이 아닌가.
◎ 답) : 아니, 내가 포용은 무슨. 당 운영에 책임도 없는 자리에 있다. 그런 일에 대해서 포용하고 할 입장에 있지 않다. 별로 할 이야기 없다.
◈ 문) :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세가 대선까지 지속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 답) : 두 가지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열린우리당과의 합당론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민주당은 언젠가는 열린우리당과 합당할 당이라고 각인되어 왔다. 그런 이유로 지지도가 올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합당 논의가 3년 동안 계속되는 것 같다. 열린우리당이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합당론이 나오고, 못 되면 또 못 되는 대로 합당론이 나왔다. 합당은 없다는 것에 대해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두 번째는 야당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지만 강한 야당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라는 곳이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게 평가되어지는 곳이다. 대부분의 정책의 경우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다. 약 98%가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표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2%밖에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한 위원회는 20여 명 정도의 여야 의원으로 구성된다. 그 속에서 열심히 하고, 자기 역량을 발휘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작지만 강한 야당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노당을 보고 있으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지도도 얼마 안 되고, 의석수도 얼마 안 되지만 독자성을 가지고 투쟁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민주당도 작지만 강한 야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문) : 민주당이 아직 지역정당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 답) : 그렇다. 지역정당의 한계를 벗어나 전국정당이 되어야 하는데,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이제 겨우 호남지역 지지기반을 확보한 상태고, 아직도 지역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번에 성북을 재보궐선거 승리를 계기로 수도권에서 지지기반을 넓혀가야 한다. 10월께 재보궐선거가 또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단체장 재보궐선거도 조만간 있을 것이다. 좋은 인재를 영입해서 좋은 성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자신감을 가지고 선거에 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