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 주도권 잡기 위한 지나친 경쟁 탓

SK텔레콤이 지난 22일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20.5Gbps 속도의 무선 데이터 통신을 시연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SK텔레콤은 MWC에서 20.5Gbps 속도로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하는 5G 시연에 성공했으며, 20Gbps급 5G를 공공장소에서 시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 회사는 이 자료에서 연구실 환경에서만 가능했던 5G ‘꿈의 속도’를 공공장소에서 선보이는 건 대한민국, SK텔레콤이 처음이며, 글로벌 5G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 전송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볼 수 있다. 또 현재 기술로는 연구실 밖에서 20Gbps 이상의 데이터 통신이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은 이날 MWC에서 SK텔레콤이 시연한 기술보다 빠른 25Gbps 속도의 데이터 통신 시연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에릭슨은 MWC의 자사 전시관에서 해당 속도를 소폭 웃도는 데이터 통신을 실시간으로 구현했다.
이에 따라 연구실이 아닌 전시관에서 20Gbps급 데이터 통신을 세계 최초로 시연했다는 SK텔레콤 주장이 진위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에릭슨은 이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 장비를 공중에 매달아 움직이면서 데이터 통신을 시연한 반면, SK텔레콤은 모든 통신장비를 고정한 채 시연했다고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측은 모든 업체가 비밀리에 시연을 준비하기 때문에 에릭슨의 시연 성공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으며, MWC 직전까지는 공공장소에서 20Gbps를 넘은 기업이 없었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통사 속도 경쟁 치열
이동통신업계의 속도 경쟁은 과거에도 숱하게 치러졌다. 이에 따라 무리한 과장 광고 역시 자연스레 발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4년에는 LTE(Long Term Evolution) 경쟁을 두고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송호창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연합) 의원이 2014년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TE·광대역LTE·LTE-A 서비스의 2013년도 실제 속도측정 결과는 이동통신사들의 홍보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LTE의 경우 통신사들이 다운로드 기준으로 75Mpbs 속도가 가능하다고 홍보했지만, 이동통신 3사의 평균을 보면 SKT는 34.5Mbps, KT는 30.7Mbps, LG유플러스는 27.4Mbps에 불과했다.
송호창 의원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SKT는 전국 235개의 측정지역에서 최저치 18.9Mbps부터 최대치 56.2Mbps의 편차를 보였고, 측정지역의 31%인 71곳만 광고속도의 절반인 37.5Mbps를 넘는 속도가 나왔다.
KT의 경우 150여개의 측정지역에서 최저치 16Mbps부터 최대치 52.7Mbps의 편차를 보였고, 측정 지역의 16%인 25곳에서만 광고의 절반인 37.5Mbps를 넘었다. LG유플러스 역시 235개의 측정지역에서 최저치 15.5Mbps 최대치 46.5Mbps의 편차가 있었고, 측정지역의 7.6%인 18곳만 37.5Mbps을 넘었다.
송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 가계소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OECD 국가 중 1위”라며 “과장광고로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업계와 감독기관이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사들이 광고로만 속도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통3사, 과장광고 줄줄이 적발
최근에는 ‘요금제’, ‘중고폰 선보상제’ 등을 두고 이통3사의 과장광고에 대한 적발·제재가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시장의 허위·과장광고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8일 LG유플러스의 중고폰 선보상제 ‘제로클럽’ 광고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 ‘경고’ 조치했다.
LG유플러스 ‘제로클럽’ 광고는 단말기 지원금, 중고폰 보상(사용하던 단말기), 새폰 중고값 선보상 등을 받으면 소비자 부담이 ‘제로’가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그러나 광고와 달리 단말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는 ‘거짓·과장’ 광고에 해당하며,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이통3사의 ‘LTE 무제한 요금제’가 과장광고라고 판단하고 동의 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이통3사는 LTE 요금제를 ‘무제한’이라고 광고했지만, 월 기본제공 데이터(8~25GB)를 소진하게 되면 1일 1GB~2GB의 추가 데이터를 제한적으로 제공해왔다. 일부 이통사는 추가 데이터의 경우 LTE 속도(75Mbps)보다 현저히 느린 400kbps의 속도로 제한해 제공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통신사들이 시장을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세계 최초’나 ‘무제한’ 등의 타이틀을 얻으려 한다”면서 “그러다보니 과대 홍보 등의 물의가 잦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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